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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찬미(발견) - 세편의 영화, 만화

추석연휴를 맞이해 서울에 상경해 잼난 영화를 보려했다.

(소수영화는 영화관에서 볼 수 없는 지방인의 비애란...)

일단 꼬친게 '귀향'과 인디포럼에서 하는 '브라질 영화제'였는데

'귀향'은 두차례 방문했으나 표가 없어 허탕, '브라질 영화제'는 이미 끝나버렸다.

 

그래서 본 것이 '라디오 스타'와 '댈러웨이 부인'이었다.

'이틀 연속 본 영화 두편 다 분위기가 비슷했다.

 

일상에 대한 애정, 별거없는 삶에 대한 찬미 - 이 정도랄까

 

'라이오 스타'는 한물간 스타와 그의 매니저의 추루한 삶에서 약간의 성공을 겪지만,

그 둘의 관계지속을 통해 고루한 삶을 위로한다.

'댈러웨이 부인'은 자신의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파티여는 것이 다인 상류층부인의

내적변화를 통해 삶에 대한 긍정성의 발견을 찬미한다.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었던 나에게 따뜻한 두 편의 영화는 많은 위로가 되었다.

 

그런데 두편을 다른 시기에 봤으면 모르는데, 이틀 연짱 보다보니 '일상의 찬미'라는 것이

현재에 그냥 자빠지게 하는 것같아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해버렸다.

(그런데다 도발하는 영화인 '귀향'을 보고싶던 생각이 이런 생각을 더 부추겨버렸다.)

 

곤데 요 찜찜함을 날려 준 한편의 만화를 추석연휴 끝나고 만나게 되었다.

유시진의 '그린빌에서 만나요'

 

 

한 고등학생의 성장기이자 환타지만화다.

 

주인공은 자폐적이며 사람과의 관계 맺는 것을 즐기지 않지만,

주변과 마찰을 피할 정도의 유두리는 가지며 살아가는 소년이다.

그 소년이 오묘한 분위기에 두명의 남매를 만나면서, 친구들의 관계를 다시 만들어가고

아이에서 성년을 맞이하는 성장하는 굳건한(?) 소년의 모습으로 만화는 끝이 난다.

 

이 만화도 두편의 영화처럼 큰 사건없이 소소한 일상을 재해석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그리고 동일하게 고루한 삶을 찬미하지만, 결정적 차이는

두 영화가 마음(자세)의 변화나 기존 관계의 유지를 통해 일상을 발견한다면

이 만화는 자신을 서서히 변화(발전)시키고, 기존의 관계 재정립을 통해 일상 발견을 한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갑자기 사교적인 사람으로 변하는 것같은 뽕맞은 결말은 아니다)

 

개인적인 취향이 성장기물을 좋아라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주체의 변화를 통한 일상에 대한 찬미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내용과 꼭 맞아떨어지는 섬세한 묘사와 표현,

세필화같은 내적변화의 서술이 매력적인 만화였다.

 

그리고 인간관계 맺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쿨'함으로 위장한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이 많지 않은 나의 성격과

비슷한 주인공의 변화를 보면서 감정이입이 아주 깊게 되어 본 만화였다. 

 

철저하고 섬세한 자기성장이지만, 괴롭거나 무겁지 않은 성장통

별볼일 없는 일상에 대한 찬미이자 일상의 재발견

내가 원하는 필요로 하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운동권들은 언제가부터 일상의 정치, 자기혁신을 통한 운동의 변혁을 외치고 있지만

(개인적 한계일지도 모르지만) 아직 운동권이 아닌 자들을 못 따라가는 것만 같다.

아직까지는 일상성의 정치를 내면적으로 실천적으로 구현하기에는 내공이 부족하다.

 

 

ps

간만에 '유시진'의 완간 단행본!

'유시진' 아라뷰 아라뷰 아라뷰 아라뷰 아라뷰

급구매하기를 너무 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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