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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3
    엄마
    투덜 투덜

엄마

# 가출하고 4년만에 집에 돌아온 지 한 달하고 닷세정도 지났다.

집에 올 때 가장 맘에 걸린 게 엄마였다.

엄마에게 잘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작은 것이라도 하기로 한 것이

 

아침에 뭐라도 먹고 나가기

나갈 때 이불정리하고 나가기

내 빨래 내가 알아서 하기

밥 먹고 설겆이하기

요 네 가지다.

 

근데 일주일정도 완죤 꽝 나고 있다.

어제는 암것도 안 먹고 나가는 나를 엄마가 쳐다보고 있었다.

 

켁...

 

엄마 미안해.

이제 다시 요거라도 할께.

 

# 내가 엄마랑 닮은 게

맘이 약한 거랑, 궁시렁거리기다.

근데 요기에 아비라 불리는 사람의 묵뚝뚝한 데 갑자기 폭주하는 성격이 포게져서

성격의 그림새가 그닥 좋지 않다.

 

엄마가 말을 걸어도 말도 안 한다.

사실 엄마랑 얘기하기 싫다기 보다는

옆에 있는 아비라 불리는 사람이 거슬려 말이 하기 싫은거다.

 

엄마랑 둘이 있으면 그래도 말을 잘 하는 데

두 내우가 집에서 노는터라 그럴 시간이 정말 없다.

 

엄마 미안해.

잘 살아 볼께.

 

# 어버이날 뷔폐식 샤브집을 갔는 데

엄마가 별로 맛 안나게 보이는 스파게티를 가져다 드셨다.

엄마가 양놈 음식을 맛나게 먹을 줄 몰랐다.

 

생각해 보니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도 잘 모른다.

서울 오기 전 엄마한테 맛난 음식 한 번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 데 못했다.

 

엄마 미안해.

담 주말에 내가 스파게티 해줄께.

 

# 집에 들어오면 엄마가 혼자서 화투짝을 만지고 노는 모습을 자주 본다.

운세 맞추기를 하는 것 같다.

 

몇일 전 화투를 가지고 노는 엄마 옆에 가서

맞고나 치자고 했다.

근데 엄마가 맞고하는 법을 모른단다.

 

그것도 몰랐다.

 

또 근데 엄마한테 맞고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싶은데 나도 잘 모른다.

 

엄마 미안해.

맞고 마스터해서 엄마 가르쳐 줄께.

 

# 일주일 전 전기밥솥을 사러 나가는 데

엄마가 같이 가잔다.

 

무거운 몸으로 낑낑 거리면서 걸어가는 데 엄마가 자꾸 말을 건다.

그날은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조퇴한 날이 었다. 

 

'여자친구는 뭐해?'

'누나들이 여자친구를 너무 좋아해'

'여자친구 언니는 봤어?'

거는 말이 대부분 여자친구에 관한 이야기다.

 

아마, 하고 싶은 말은 '여자친구 보자'였을 꺼다.

소심한 엄마.

 

하긴 내가 집에서 말을 거의 하지 않아서

언제 말거나 싶어서 얘기했겠지만

그날 내가 오만상을 찌뿌리고 있었으니깐 말을 더 빙빙 돌렸겠지.

 

엄마 미안해.

내가 잘 놀아줄께.

글고 조만간 여자친구 보여 줄께.

 

# 엄마는 가끔

'아들, 엄마가 아들 사랑하는 거 알지?'라고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얘기할 때가 있다.

 

그러면 난

'으베베베' 거리고 만다.

 

엄마 미안해.

담엔 '응' 요러케라도 똑바로 얘기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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