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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인가 했는데

집에서 아이들을 모아놓고 과학교실 공부방을 하다보니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나비를 보게된다.

냥이를 무서워하던 아이들도 성격 좋은 우리 나비를 보며 이제 최소한 무서워하지는 않게됐고 나비를 이뻐하는 녀석들도 많아졌다. 그리고  난 그게  참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냥이에 대해 잘 몰라 무서워하는 일이 많으니까.

 

 

 

근데 그게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기게 만들었다. 한녀석이 어느날 새끼 냥이를 데려온 것이다.

어서 데려왔냐고, 당장 원래 자리로 데려다 주라고, 어미 냥이가 자기 새끼를 얼마나 찾겠나고 혼냈지만 이 녀석은 어디서 데려왔는지 기억이 안난다고 끝까지 버텼다.

 

제 엄마와 통화를 하며 "못키우게 하면 자살해 버릴꺼야"라고 협박했지만 그렇게 부모가  반대하는 집엔 내가 보낼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내가 임시로 데리고 있으면서 입양처를 찾으려 했다.

물론 요즘 냥이 키우는 것도 무슨 유행처럼 되버려서 키우는 사람들도 많지만 입양시키려는 사람들도 너무 많아서 입양시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큰 걱정이었다. 안그래도 나비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명주씨도 걱정이고 말이다.

 

 

 

 

다음날 새끼냥이를 데려온 녀석이 낮에 왔다. 새끼냥이가 어케됐는지 궁금하다며 말이다.

어차피 자신이 키울 수 없게되자 데려온 곳을 내게 털어놨다.

냥이를 예뻐하고 키우고 싶어하는 마음이야 이해가지만 그렇게 함부로 데려와선 안되겠기에

"네가 한 행동이 바로 유괴야! 어미가 자기 새끼를 얼마나 찾겠니?"라고 말했다.

 

그 곳으로 함께 가봤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라 낮에 데려다놔 봤자 어미가 쉽게 나타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밤이 깊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슬슬 걱정이 되는 거다. 하도 많은 애들이 귀엽다고 만져대서(그 땐 입양시킬 생각이어서 그냥 내버려 뒀다) 사람 냄새 많이 나는 제 새끼를 어미가 거두지 않으면 어떻하나 하는 걱정, 데려온 곳 바로 근처에 차가 많이 다녀 어미가 나타나기 전 혼자 돌아다니다 사고라도 나면 어케하나 하는 걱정 등등.

 

명주씨는 그래도 데려다 줘야한다고 그러고, 난 어떤 게 이 녀석을 위해서 좋은 건지 판단이 잘 안서고... 행여 입양이 안되면 그 다음에 어케해야할지 뾰족한 대안도 안떠오르고...

 

 

명주씨는 잠들고, 난 맥주 한 병 먹고 밤12시가 넘어서 녀석을 데려온 곳에 내려 놓고 뒤도 안돌아보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나비를 무릎에 앉히고 소주 한병을 먹었다.

"이 놈아, 너 때문에 새끼 냥이를 포기한 거야. 잘못하다 너까지 못키울까봐 ㅜㅜ"

 

예전처럼 혼자살았으면 아마 입양 안되면 그냥 데리고 살았을 게다. 하지만 이제 혼자가 아니고 명주씨는 나비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나 때문에 할 수 없이 같이 살고 있다. 스트레스 받아 가면서 말이다. 배속에 딸기도 있는데...

 

 

이번 일로 명주씨에게 매정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나보다.

명주씨는 "그럼 자기들이 키워보라 그래"라고 한다.

그래, 직접 닥치면 쉽지 않은 거다. 그 상황이라면 그 사람들도 아마 비슷한 선택을 할 것 같다.

 

잘못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녀석이 제 어미에게 돌아갔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도 무지 속상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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