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도시 촌놈

전에 쓴 글  [우리동네 철길] 에서 말했듯이 난 식물에 참 관심이 없었고, 그래서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려니 할 수 없이 공부를 좀 하게 됐고,
역시 관심을 갖고 알아가면 재미있게 마련이다.
이젠 짜증나게 만드는 인간이 되버린 유홍준의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은
그 인간이 싫은 것과는 관계없이 요즘 내게 너무나 적절한 말이다.

고등학교 때  물리와 화학은 좋아했는데 생물과 지구과학은 무척 싫어했다. 관심도 별로 없었거니와 특히나 암기할 게 너무 많아서...  근데 이젠 무슨 시험을 보려고 과학을 접하는 게 아니다보니 예전에 느낄 수 없었던 재미를 많이 느낀다.

명주씨가 부천 언니네 며칠 놀러가서 갑자기 좀  여유를 부릴 수 있게 됐고,
오늘 모처럼 카메라를 들고 아파트 산책길을 걸었다.
내가 식물에 대해 너무 몰라서 명주씨에게 도시 촌놈으로 무시를 많이 당하는데, 나같은 도시 촌놈들이 의외로 많다^^ 시골에 살았으면 너무나 당연히 알만한 것들을 까맣게 모르고 있는 것들이 어찌나 많던지 --;;

가끔 이 곳에 내가 찍은 사진이나 현미경으로 관찰한 것들을 올릴까 한다. 먹고 살기 바빠서 자주는 못올릴 것 같지만 말이다. 그냥 보통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춘 과학 얘기도 하고 싶은데 능력이 될랑가 모르겠다. 어려운 내용은 어차피 나도 몰라서 쓸 능력도 없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정도의 눈높이에 맞춰 쓸까하니 과학에 관심이 없어도 읽는데 별 부담은 없지 않을까 한다.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강낭콩'이 나온다. 아이들에게 강낭콩 꽃에 대해 설명하다 보면 어김없이 "강낭콩도 꽃이 펴요?"란 질문이 나온다. 난 "당연하지. 열매를 맺는 것들은 다들 꽃을 피우지. 오이, 도라지, 고추, 감자 등등 너희들이 먹는 채소들도 다 꽃을 피우지"라고 설명하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아이들이 많다.

나도 어렸을 때 강낭콩 심은 기억이 나는 걸 보니 분명히 학교에서 배운 내용일텐데, 내 머리 속엔 강낭콩꽃이란 단어가 남아있지 않다. 솔직히 말하건데 나야말로 고추나 오이, 도라지 같은 것이 꽃이 핀다는 걸 안지 몇년 되지 않았다. 아니,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건데, 그런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다는 게 맞을 수도 있겠다. 하긴 이러니 도시촌놈이지.




우리 아파트 바로 옆에 주말농장이 있다. 거기서 찍은 파꽃이다. 멀리서 볼 때는 꽃같지도 않고 별 매력 없어 보였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제법 꽃같다. 벌과 나비도 찾아오고 말이다. (사진을 클릭하면 커질 게다.)







누구는 이 글을 보고 '어찌 저렇게 무식하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긴 민들레도 그렇게 늦게 알았으니 그런 말 들어도 싸다. 하지만 그래서 하나씩 알아가는 즐거움이 요즘 있다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