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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2009년 7월 20일 순천향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철거민 다섯 분의 시신을 모시고 서울광장으로 가 용산참사 반년 추모대회를 개최하려고 했었습니다.가뜩이나 불에 타 상한 시신이 한 여름 더위에 더 상할까 600만원짜리 중고 냉동탑차를 구입하고 오동나무 관도 다섯 개 빌려두었었습니다. 몇몇만 알고 있는 계획이라 비밀리에 모든 것을 준비하느라 참 신경을 많이 썼던 기억이 납니다.
당일 아침, 냉동탑차와 빈과 다섯 개를 본 경찰들은 비상이 걸려고 갑자기 우르르 냉동실앞으로 막아섰습니다. 너무 더운 날이었는데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유족들과 함께 경찰 방패앞에서 울고 소리치고 애원하고 사정을 했었습니다. 유족들이 고인을 보러 가겠다는 데, 유족들이 고인을 모시고 나가겠다는 데 도대체 경찰이 그 길을 막아선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경찰들은 생각나는대로 말을 내뱉었습니다. “시신을 시위도구로 쓰려는 거라 막는 것이다.”, “신종플루가 유행이라 위험해서 막는거다.” 는 등 별말들을 다 늘어놓더군요. 그 자리에서 누가 항의하지 않고 싸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인권활동가라, 유가족들을 지원하고 있는 입장이라, 그냥 맨앞에서 소리치고 구호외치고 방패를 밀치는 일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나서야 또 경찰이 절 부르더군요. 공무집행방해치상, 폭력행위등의처벌에관한법률위반,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저를 또 소환해서 조사했습니다. 얼마전 급성 장염과 신경성 위궤양에 걸려 병원을 전전하고 며칠만에 출근을 했는데 성북경찰서의 소환장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저를 조사하던 경찰도 “1년이나 지난 사건인데 기억은 나시나요”로 조사를 시작하더군요. 수십장의 사진을 보여주는데 저는 그냥 방패를 붙잡고 서있기만 하더라구요. 소리도 지르고 방패를 밀기도 하는 듯해 보이지만 경찰을 때리거나 방패를 발로 차는 장면은 없습니다. 그래서 “아니 도대체 가격하는 사진도 없는데 왜 나를 이런 혐의로 불렀어요” 하니까“그러니까요. 서울경철청에서 김국장님 조사하라니까 하는 거지.. 저희들도 갑갑합니다” 그러더라구요.
나머지 시간은 양천서 경찰 고문 사건, 강북경찰서장의 기자회견.. 이런 이야기 하면서 할당된 조사 시간 채우고 나왔습니다.“더 조사없이 검찰로 송치하겠습니다”란 말을 뒤로 하고 냉방도 안되는 토요일 경찰서에서 땀만 한바가지 흘리고 돌아왔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이제 정말 지겹습니다. 경찰이 가지고 있는 제 기록을 한번 봤습니다. 실형전과 2건, 집행유예전과 1건, 벌금전과 4건, 기소유예 1건, 무혐의 1건, 현재 내사 중 2건.. 총 11건의 형사절차가 제 지난 10년을 지나갔고 지나가고 있더라구요.
서른 일곱이고 2010년인데... 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고... 이렇게 남들한테 나 열심히 살고 있다며 티를 내고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윤기진 만기출소가 내년 2월인데 민이랑 겨레 데리고 대전 교도소 특별면회 한번 다녀와야겠다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다시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실천연대, 진보연대, 범민련, 연방통추, 사노련 등 공안사건들이 계속 터지고 있습니다. 곁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또 잡혀갑니다. 며칠 전에 같이 회의 했던 선배가 또 잡혀갑니다.
1997년, 1999년 같이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잡혀가던 그 때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창우형이 잡혀가고, 준석이형이 잡혀가고, 내가 갇혀있는 영등포 구치소에 길원성이 잡혀오고, 정현이가 잡혀오고, 출소 하자마자 재영이가 잡혀가고, 오타와 동규형이 수배되고, 또 얼마간 시간이 지나 진호가 수배되고, 민선이가 수배되고... 이렇게 극반이 살아왔죠.. 더 멋진 선배님들이 우리 이전을 살아오셨고,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명지를 살아왔고, 서부총련을 살아왔고, 서총련을 살아왔고, 전대협과 한총련을 살아왔죠... 전대협이나 한총련이 아니어도, 잡혀가거나 조사받지 않았더라도 누구보다 열심히 투쟁하며 살아왔던 우리들이 있었지요.. 우리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지요.
이 지긋지긋한 MB의 남은 2년동안, 그 다음 정권에서도....
언제 잡혀가고 또 언제 불려갈지 모르지만...
오늘 밤은 그냥..
오랜만에... 이런 이야기도 한번 하고 싶었습니다..
명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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