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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언젠가는 늙는다.

당신도 언젠가는 늙는다
유경의 <꽃 진 저 나무 푸르기도 하여라>
텍스트만보기   강지이(thecure8) 기자   
▲ 책 <꽃 진 저 나무 푸르기도 하여라>
ⓒ2003 서해문집
“노인이 되는 것은 부서져 없어지거나 시드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계단이 모두 그렇듯이, 그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독특한 마력을 갖고 있으며, 그만의 지혜와 비애를 갖고 있다.” - 헤르만 헤세 <아름다운 죽음에 관한 사색>

책 <꽃 진 저 나무 푸르기도 하여라>는 오마이뉴스에 <유경의 녹색 노년>이라는 코너를 연재하고 있는 유경 기자의 수필집이다. 예전에 CBS 방송국 아나운서로 활동했던 그녀는 <할머니 할아버지 안녕하세요>라는 프로를 맡으면서 노인들과의 인연을 시작하였다.

그 끈질긴 인연은 그녀로 하여금 방송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노인 복지를 공부하도록 이끌었다. 그녀가 이 일에 뛰어들고 나서 얻은 것들도 많고 가슴 아픈 일들도 많았지만 그 속에는 ‘노인에 대한 애증’이 함께 존재한다.

그녀가 대학원에 입학할 당시 제출한 수학 계획서에는 ‘이미 노인이 되신 분들에게는 끝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사시다가 존엄성을 유지한 채 세상을 떠나실 수 있도록 돕고 싶으며, 아직 노인이 되지 않은 분들께는 노년 준비를 잘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쓰여 있었다.

이 특별한 애정을 시작으로 노인에 관한 이야기를 술술 풀어 놓는 그녀의 글을 따라 가다 보면 우리나라에 있는 온갖 노인에 관한 문제와 세부적인 사항들을 하나하나 느낄 수 있다. 노인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는 ‘왜 우리는 노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며 노인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지 않은 걸까’라는 의문으로 시작된다.

“아마도 노인은 뒤쳐진 존재이며, 보수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흐름에 딴죽을 거는 고리타분한 존재라는 생각이 우리 안에 이미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이 중심의 문화, 속도 추종의 시대에 노년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기이며, 지금의 나와는 무관한 존재로 여겨진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노년을 모르기 때문에 낯설어 하고 그 앞에서 몸이 움츠러든다. 재촉하지 않아도 다가오는 노년을 굳이 미리 알 필요 없다고 여기는 우리의 마음에서부터, 노년은 ‘피하고 싶다’ ‘알고 싶지 않다’는 거부감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하지만 노년이 과연 우리에게 이처럼 거부되어야 하는, 우리와 무관한 단어일까? 분명 그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노인들이 존재하며 우리 자신도 그들처럼 언젠가 늙을 것이다. 부인한다고 다가오는 노년이 사라질 리는 없을 것 아닌가.

그래서 유경 기자는 다가오는 노년을, 그리고 우리 주변의 노인들을 어떻게 인정하고 수용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이 지나온 세월에서 얻은 현명함과 지혜를 배우려는 자세이다.

그녀 또한 나이를 먹으면서 여러 가지를 깨닫고 느끼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분수를 알고 삶의 우선순위를 적절히 매길 줄 알게 된 것이다. 그녀는 ‘다양함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성숙된 삶이라고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이와 같은 삶의 의미를 깨달아 가기 때문에 기쁘다고 고백한다.

“우리는 살면서 무수히 많은 헤어짐과 떠남을 경험한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그로부터 떠나는 것은 내 뜻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 오히려 내 뜻과는 상관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달을 때마다 우리는 한 뼘씩 자라는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전하는 이야기들은 그녀 자신이 얻은 깨달음만이 아니다. 노인 복지를 전공한 만큼 우리나라 노인들이 지닌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당찬 언급을 서슴치 않는다. 그들의 사랑과 성에 대한 문제, 남성 노인들이 가진 ‘역할 부재’의 문제, 그리고 여성 노인들이 지닌 경제적 의존성과 건강의 문제.

이 책에는 노인들이 지닐 수 있는 온갖 문제들을 체험하고 함께 느끼면서, 그것을 다른 이와 공유하려는 저자의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을 읽는 이는 아마도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자신의 주변에 존재하는 노인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책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을 소개하면서, ‘정말 나이 들어가는 것이 유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라고 한탄한다. 그리고는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 중 ‘한 사람의 인생을 재는 가장 좋은 척도는 그의 삶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는 교훈을 전한다.

생의 불변의 법칙인 나이듦을 조금이라도 유쾌하게 맞을 수 있다면 우리의 삶 또한 그만큼 행복해질 것이다. 이 책의 마무리는 이 노년에 대한 받아들임과 행복한 삶을 위한 준비로 끝을 맺는다.

“노년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과정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노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살아남아야 노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살아남는 것 뿐 아니라, 삶다운 삶을 사는 것으로 이미 확대되어 있다. 그래서 잘 늙는다는 것은 곧 잘 사는 일이다.”

잘 늙고 잘 살며 행복하고 유쾌한 삶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는 단 한 사람이 아닌 우리들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할 문제일 것이다. 그 행복한 삶과 행복한 노년을 위해 서로 노력을 기울이고 공동체적 가치관을 형성해 나아갈 때에, 우리의 노년은 밝은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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