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데로 임하소서!

오랫만에 들른 페북에서 퍼옴. '가만히 있으면 본전이라도 찾는다'라는 말이 생각남. 김익중 씨는 동국의대 교수. 경주 핵안전연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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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 부끄러운 줄 알라

2011년  4월 5일  소위 국민 건강을 수호한다는 대한 의사협회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한 방사능 위험과 관련하여 대국민 권고안을 발표하였다. 이 권고문의 내용과 그 문제점을 살펴본다.

1. 우선 의협은 그 전문가로서의 자격과 사회적 의무를 져버리고 있다. 권고문의 초입부를 살펴보면 "지금까지 검출된 양은 극미한 수준이며 현재로선 건강상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전문단체 및 전문가의 발표가 잇따르고 있으나, 국민의 우려가 큰 만큼 잘못된 정보도 온‧오프라인 상에서 전해지고 있다."라고 적고있다. 여기서 전문가는 누구인가? 국민의 건강에 위해가 될지 말지를 결정하는 전문가가 의사가 아니고 누구란 말인가? 왜 의사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핵공학 전공자들에게 위임하는지 알 수가 없다.

2. 사명감 있는 의사라면 적어도 국민의 건강을 생각해서 인체에 유해한 방사능의 양을 스스로의 전문지식으로 결정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현재 결정된 방사능 허용치는 전혀 의학적 연구결과를 반영한 것이 아니고 원자력계가 생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정도의 허용치를 결정해놓은 것이다. 원자력계의 필요에 따라서 정치적으로 협상된 허용수치를 마치 의학적 근거가 확보된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의협 간부들의 의학적 무지를 드러낸 것일 뿐이다.  전문가적 실력이 없으면 실력 있는 전문가를 찾아서 단체의 입장을 내야 마땅하지 않는가? 2005년 미국의 과학아카데미 보고서는 방사능의 안전한 수준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즉, 모든 방사능은 건강에 위해하다고 말이다. 만일 이 보고서를 의협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충분한 의학적 증거를 확보해서 현재의 허용 기준치는 건강에 위해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려줘야 할 것이다.

 3. 의협의 권고안에서는 "우산, 비옷 등의 착용 없이 비를 맞고 염려가 되는 경우, 비에 젖은 옷을 세탁하고 샤워를 하면 된다."라는 부분이 있다. 혹시 모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우산을 쓰라고 권고하는 것이 상식에도 맞는 이야기 아닌가? 걱정 말고 비를 맞아도 된다, 마스크를 쓰고 다닐 필요도 없다. 외출을 삼갈 필요도 없다고 말하는 것은 심지어 어른스럽지도 않다.

4. 권고안의 마지막 부분은 이렇게 말한다. "국민은 유언비어나 비공식 정보보다는 정부의 발표와 대책에 귀를 기울이고 신뢰를 보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 권고안을 발표한 목적이며 권고안의 주제이다. 의협이 정부에 아부해야할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의료계가 핵산업계의 하위에 있다는 사실 이외의 어떤 의미도 없는 권고안을 낸 의협은 국민의 불신과 조롱의 대상이 될 뿐이다.

2011년 4월 6일

김익중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