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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한미 FTA 관련 요식 공청회 - 참세상 기사

 

민간대책위 토론회 예정이나 범국본은 보이콧 선언
정용진 기자 jeremi20@jinbo.net
오는 6월 한미FTA 본 협상을 앞둔 가운데, 각계의 찬반의견에 따른 세미나와 토론회 등 관련행사가 바쁘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한미FTA민간대책위원회(민간대책위) 또한 5월 17일 오전 9시부터 ‘한·미 FTA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무역센터 트레이드 타워 51층 회의실에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민간대책위는 경제 4단체를 포함한 이해 단체들과 제조업, 농수산업 그리고 서비스업 관련 단체 및 업계, 연구소 등으로 구성되어 한미FTA의 원활한 협상을 준비하고, 지원하고자 지난 4월 18일 공식 출범했다.

 

민간대책위는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을 때”라며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바람직한 협상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토론회를 갖게 되었다고 개최 의의를 밝혔다.

 

한국무역협회 회장인 이희범 민간대책위 공동위원장의 개회사와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축사로 진행될 본 세미나는 총 4개의 세션으로 구성되어 각 세션별 주제발표와 관련 토론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세션1에서 ‘한미FTA가 산업구조 및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전반적으로 살피고, 세션 2에서 제조업, 농수산업, 서비스산업 등 각 부문별로 세부토론을, 세션 3에서는 종합토론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그러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힌 취지와 달리 세미나 내용(발표 및 토론)과 기획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지적돼 벌써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편향적인 주제발제와 토론자 선정

 

토론회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전체 토론이 4개의 세션으로 구분되어 각 세션 마다 2-3개의 주제발표를 하게 되어있는데 발제자가 모두 국책연구기관 또는 사업자단체 소속 인사가 맡아 전반적으로 발제에 있어 찬성의견이 개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해서는 찬성/반대 토론자들의 비율이 고르게 분포되어야 하나 확인결과, 각 주제별로 많게는 4:1, 적게는 4:3으로 찬성 쪽 인사가 압도적으로 많아 언뜻 봐도 ‘다양한 의견수렴’이 가능할지 여부가 의심스럽다.

 

이에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범국본)측은 “일방적인 토론회 추진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해 참석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범국본은 한미FTA를 반대하는 각 부문, 각 지역의 280여개 시민민중사회단체로 구성되어 있어, 반대진영의 거의 대부분의 사회단체를 총망라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한미FTA에 관한 국민의견을 수렴함에는 범국본 등 반대진영의 자유롭고 공평한 의견개진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단계서부터 문제, 4시간 안에 반대 토론자 소개하라

 

범국본은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세미나 기획단계서부터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이미 지난 4월 26일 주체측이 범국본으로 전화를 걸어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반대 토론자를 소개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오전 11시에 연락을 해 그날 오후 3시까지 반대 토론자를 소개 및 조직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범국본은 “불과 3,4 시간 만에 반대 토론자를 섭외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기도 하거니와 토론회가 정말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찬성하는 발제만으로 편협하게 의견이 수렴되게 할 것이 아니라 반대하는 입장의 발제를 각 세션 마다 1인 이상씩 추가 배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토론회가 졸속으로 진행될 것을 우려, 각 부문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 위해 한 세션당 3-4인의 발제와 6인의 찬반토론이 1시간20분 정도로 진행되는 것을 세션당 3-4시간으로 늘려 심층적으로 토론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주최 측은 이러한 제안에 대해 “토론회 준비가 이미 다 끝났고, 처음부터 범국본 측에 비공식적으로 토론자 소개 요청을 한 것일 뿐”이라며 범국본의 요청을 거절하였다. 이에 범국본은 당시 집행위에서 검토 후 이미 보이콧을 선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요식행위 공청회의 2탄인가, ‘민간’의 이름으로 정부추진 의혹

 

이와 관련, 범국본은 성명서를 통해 “한미 FTA 협상이 왜 졸속협상이라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지, 진정 정부는 한미 FTA 관련한 여러 전문가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표하며 “지난 2월 3일 한미 FTA 협상개시선언을 미국 의회에서 발표하기로 미리 확정해 놓은 상태에서, 전날인 2월 2일 외통부 주최의 요식행위, 끼워 맞추기식 국민토론회를 재차 반복하려 하는 것 같아 걱정을 감출 수 없다”며 토론회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토론회는 또한 6월 본 협상을 앞두고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지난 2월 협상개시 때와 맞아떨어지고 한미FTA에 대한 반대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형식적으로 나마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한데다, 지난 4월 24일 국회의원모임이 주최한 토론회 이후 정부가 의견수렴을 거치겠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이를 의식해 급하게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번 토론회의 주최자는 분명히 정부당국이 아닌 ‘한미FTA 민간대책위’로 되어있으나 당시 범국본 측에 전화를 걸어 토론자 섭외를 부탁했던 사람은 대통령자문기관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소속의 정 모 박사이기 때문에 “사실상 관변단체 이용하듯 ‘민간대책위’의 이름으로 찬성여론을 일방적으로 확산시키려는 정부당국의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범국본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은 “찬성하는 입장에서”

 

이에 대해 주최 측인 민간대책위 실무 총괄을 맡고 있는 한국무역협회의 박용규 FTA팀장은 “찬반 비율을 반반으로 토론자를 섭외했다”며 “세미나 진행상에는 문제가 없고 다양한 의견수렴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범국본의) 보이콧 선언은 처음 들었다”며 “보이콧이 아니라 이미 반대 입장의 인사들이 참석의사를 밝혀 토론회는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해 범국본과의 사전 협의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같은 팀의 오훈근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에서 각 부문별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라고 토론회의 성격을 털어놨고, 나중에 박용규 팀장에게 재차 확인한 결과, 처음 말과 달리 토론자의 찬반 비율이 현격히 차이가 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방적 토론회 강행시 투쟁할 것

 

범국본의 보이콧 선언으로 벌써부터 반대 입장의 토론자가 교체된 가운데, 주최측의 일방적, 편향적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반대 토론자의 보이콧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그나마 찬반비율의 구색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범국본의 이런 문제제기와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민간대책위가 ‘다양한 의견수렴’을 하겠다는 이유로 의도적으로 범국본을 배제한 채 ‘일방적인’ 토론회 개최를 강행한다면, 지난 2월 공청회 때와 마찬가지로 6월 본 협상을 앞둔 요식행위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범국본은 토론회가 강행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할 것임을 밝히고,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요식행위로 토론회를 일방적으로 강행 추진한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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