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생각들

2008/09/03 11:35

1. 이성(logos)과 감성(pathos)에 관한 문제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잡고 있었던 생각이다. 난 이성이 지배하는 세상이 폭력과 착취, 억압 같은 것들을 만들고 유지시키는 핵심적인 관념이라고 생각했으며, 그래서 이런 것들을 해결하는 방법이 감성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했었다.

 

그런데 감성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의 한계를 인식하게 되었다. 감성은 시간(時)과 공간(場)이 어루어지는 '순간'의 문제(氣)이기도 한데 이것을 중요시하면 이성의 시대보다 훨씬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아직 '조화'를 말하기에는 내가 조금 비겁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앙상블(합체) 같은 개념을 끄집어 내서 설명하지만 역시 타협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 인간이 드러나고 움직이는 것은 '윤리(ethos)'의 문제인데 - 이제 이성과 감성의 긴장감을 잠깐 쉬고 실천(실제로 움직임)을 꼼꼼이 따져볼 생각이다.

 

2.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면, 지성(intelligence)과 감성(emotion)의 문제인데, 한때는 이 해법을 영성(soul, spirit)으로 찾고자 했다. 그런데 영적인 영역은 참 많은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영역이어서 쉽게 접근하기가 힘들다. 영성이 답일수도 있지만, 너무 멀리 있다. 그래서 설득하기가 정말 힘든 문제이다. 사기꾼('도를 아십니까')이나 싸꾸려 장사꾼으로 보이기 쉽다.

 

그래서 끄집어 내는 말이 '내면'에 대한 문제의식인데 역시 말빨이 안서기는 마찬가지이다. 조금 비틀어서 '자기 자신은 정말 소중한 존재이다'라고 말하면, 이기주의자로 낙인찍히기 쉽다. 특히 요즘같이 완전히 인간이 개별화되고 원자화된 세상에는 더욱 그렇다. 차라리 나무나 개들과 대화하는 것이 훨씬 쉽다.

 

( 다른 영역의 개념을 빌려서 말하면, 질서(cosmaos)와 질서가 아닌것(chaos무질서)에 대한 질문이다. 이 상반된 개념을 해결하기 위해 역시 '상호침투'라는 문제의식을 투입한 '카오스모제'(가타리)라는 말이 있다. 주체성에 대한 질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학과 생태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

 

3. 또 다른 것은 삶의 문제이다. 현실(드러나는 것)과 가상(상상하는 것) 그리고 실재(존재/원래 있는 것)가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고민이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일 뿐이다'라는 생각으로 한참을 지냈지만, 원래 존재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한계가 분명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노력(잘보는 것,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인정하고 알고자 하는 것 그래서 원래 있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깨달음'. 

이걸 구하면 난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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