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테러, 전쟁...

2007/01/19 15:30

* 공포에 대하여

제16항
... 공포는 정신의 무능력에서 생긴다...

     -스피노자 [에티카] 제4부 '인간의 예속 또는 정서적 힘에 대하여'에서-


'테러는 권력이 경찰장치나 대중매체적인 무기를 남김없이 수중에 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다수의 피착취자를 지배의 망 속에서 더욱이 깊게 빠뜨리는데 사용하는 것이 명백하다...
...
서독의 적군이나 붉은 여단의 자본주의 진지에 흔들림을 가한다고 하는 의미이지만... 개인을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향하는 모든 것, 개인의 무력감을 강화하는 모든 것, 개인에게 죄책감을 부여하는 국가나 집단적 시설 및 그 부속물에 의존하는 것으로 작용하는 모든 것-이러한 대중조작의 현상들에 공격의 예봉을 돌리지 않고 혁명적 행동을 한다고 칭하는 것은 바보같은 이야기이다.
...
당치도 않은 거대한 국가권력과 장악하고 싶지 않을 정도의 사소한 정치=군사기계 사이의 대치에서 생겨난, 모든 점에서 부조리 이외에 없는 병적인 드라마라는 핵심을 응시하고 있다.'


     - 가타리. 『자유의 공간을 향하여』. 아우토노미아 총서3; '집단적 멜랑꼬리의 메아리처럼'(pp.70∼71)에서...

2001/09/12...



* 전쟁에 대하여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는 [전쟁론]에서,
전쟁을 두가지 유형으로 나누는데,
하나는 '적의 타도(打倒)를 목적으로 하는 전쟁'과
다른 하나는 '단순히 국경지대에서 몇몇 지역의 정복을 목적으로 하는 전쟁'으로 구분한다.

전자의 전쟁은 적을 정치적으로 격멸하거나 단순히 방어불능의 상태로 만들어서 아측에 유리한 평화를 강요하는 것이며,
반면 후자의 전쟁은 적 지역을 점유하거나 점령한 지역을 유용한 교환수단으로 하여 평화협상시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전쟁에 대해 정의하면서 전쟁에 대한 난해한 정론적 정의보다는 전쟁의 요소, 즉 양자결투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따라서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확대된 양자의 결투에 불과하다'라고 말하면서
이들 '양자의 당면 목적(전쟁의 목적)은 적을 타도하고 이를 통해서 어떤 추가적인 저항도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그러므로 전쟁은 我의 의지를 구현하기 위해 적을 강요하는 폭력행동이다.'라고 정의한다.

또한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의 성격과 관련해서
1. 적대감정 및 의식에서 연원된 맹목적 본능의 폭력성
2. 확률과 우연의 게임의 성격
3. 순수한 이성의 영역에 속한 정치적 도구의 성격

이 세가지가 삼위일체를 형성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에 대한 명확하고 필수적인 관점이 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결국 전쟁의 핵심적인 본질은
'전쟁이란 다른 수단들을 가지고 행하는 정치와 다를바 없다'라고 말한다.
즉, 전쟁은 도구적 성격을 띤 정치의 한 도구라는 명확한 해석과 관점을 제시한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전쟁은 다른 수단들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며,
'전쟁은 정치적 행위일뿐만 아니라 진정한 정치적 도구이며,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추구이다'라고 말하면서,
'전쟁의 가치는 정치에 의해 결정되며 정치는 전쟁을 합리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클라우제비츠는 그의 사유 끝, 즉 전쟁에 대한 최종적 판단은
자신의 [전쟁론] 마지막 구절에
'불가능한 것을 구하기 위해 가능한 것을 희생시키는 사람은 바보이다.'라고 쓴다.



* 푸코(Foucault)에 의해 정리된 전쟁에 대한 생각들을 보면,
먼저 블랭빌리에의 사유를 푸코는 가져온다.

- 프랑스의 역사학자인 불랭빌리에(1658∼1722)는 역사-정치적 분석에서 전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분석들에서 전쟁에 부여된 우위성은 사실은 전쟁관계에 부여된 우위성이다. 즉 전쟁을 사회의 일반적 분석지표로 사용하기 위해 불랭빌리에는 전쟁에 대한 세가지 연속적 혹은 중첩된 일반화를 시도한다.

1. 전쟁은 법을 중단시키고 그것을 뒤흔드는 단절의 에피소드이다. 즉 전쟁은 역사를 단순히 뒤흔들거나 중단시킨 정도가 아니라 그것을 완전히 뒤덮어 버린다.

2. 전쟁이 한 사회체에 자국(흔적)을 남기는 것은 더 이상 '침략'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군사제도의 교대(변화)를 통해 모든 민간 질서에 전체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즉 전쟁은 전쟁을 하는 방식으로서 전쟁이고, 전쟁을 준비하고 조직하는 방식으로서의 전쟁이다. 무기의 분배와 무기의 성격, 전투기술, 군인의 모집과 봉급, 그리고 군대로 귀속되는 세금등으로 이해되는 전쟁. 더 나아가 전쟁은 무기의 일반 경제학이고, 한 특정한 국가 안에서 무장된 사람들과 무장해제된 사람들의 경제학이다.

3. 전쟁은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강해졌으며 누가 약해졌느냐의 문제이다. 즉 강자는 약자가 되고 약자는 강자가 되는 순간부터 새로운 대립과 분열, 새로운 배분이 있게 된다. 여기서 블랑빌리에는 전쟁관계를 모든 사회적 관계 안에 집어넣었다.

따라서 블랑블리에에게 있어서 전쟁은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기본 개념이고 특히 역사적 담론으로 사회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개념이 된다고 푸코는 말한다. 더 나아가 (푸코는) '전쟁이 결국 역사적 담론의 진실의 모태였다'라고까지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역사를 전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때 전쟁은 담론의 출발점이며, 동시에 역사적 담론과 참조대상이 생겨날 수 있는 가능성의 조건이고 이 담론이 지향하는 목표이다. 담론은 전쟁에서부터 시작되고 전쟁에 대해 말한다.

따라서 푸코는 클라우제비츠가 말한 '전쟁은 다른 수단으로 지속되는 정치'에서 '정치는 다른 수단에 의해 지속되는 전쟁'으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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