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에 대한 생각

2007/01/31 09:53

옛날에 세 명의 도적이 있었다. 어느 날 이들은 힘을 합쳐 한 무덤을 파헤쳤다. 그런데, 그 무덤 안에서 큰 금덩이가 나왔다.

“오늘은 정말 고달프구나. 금을 얻었으니 술과 음식을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 한 사람이 기뻐하며 술을 사러 나갔다. 술을 사러 나간 그 자는 길 위에서 하늘이 주신 기회라면서 자축을 하였다.

‘셋이 나누느니 오히려 혼자 독차지 하는 것이 좋겠구나.’ 하고는 음식을 사서 독을 풀었다. 그런데 나머지 두 도적이 갑자기 술을 사온 도적을 때려죽이는 것이 아닌가. 남은 도적들은 먼저 음식을 먹은 후 금을 양분하기로 하고 술과 음식을 먹는데, 먹은 후에는 무덤 옆에서 두 도적이 다 죽었다.


참으로 애석하구나. 이 금이라는 것은 반드시 길옆에서 돌다가 누군가에게 습득되는데, 습득한 자는 반드시 하늘에 감사할 것이나 다만 금이라는 것이 무덤 사이에서 나온 것이면서 독의 유물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또한 앞뒤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독살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런데 천하의 사람 중에는 금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 것은 왜일까?

나는 원하건대 천하의 사람들이 금이 있다고 기뻐할 것도 없다고 해서 슬퍼할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갑자기 눈앞에 황금이 이르면 놀라기를 천둥을 맞은 것처럼 하고 귀신을 만난 것처럼 하고 풀숲의 뱀을 만난 것처럼 해서 머리털이 빠짝 서서 뒷걸음질을 치지 않을 수 없다.


  연암 박지원의 황금에 대한 생각이다. 황금이라는 것이 매우 위험한 물건으로 취급된 이유는 황금의 속성이 다양한 가치들을 잠식시켜 자신의 유일한 가치로 모든 기타의 것들을 재단하려 하기 때문이다. 물신숭배란, 하나의 가치가 다양하던 가치들의 관계들을 굴복시켜 무덤으로 보내고, 그 무덤 속에서 태어난 자신의 유일한 가치로 모든 사물들과 관계 맺도록 강요하는 관계의 형식을 의미하며, 바로 이점이 황금의 가장 위험한 속성이라 할 수 있다. 

- 고미숙 <『열하일기』, 숨어있는 보석을 찾아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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