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100분 토론에서 나왔던 이야기이다.

그 날은 사회적 약자 보호를 표방하는 정당의 대선 후보가 등장했고

그의 정책에 대한 찬반 공방이 오고갔다.

여러 논쟁 중, 어느 한 시민논객이 이런 질문을 하였다.


"농민은 보호하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한국 농업이 근본적으로 경쟁력이 없는 것 아닌가요?"


그는 농업을 보호하는 것이 문제라며 농업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사실 이는 그 사람만의 의견은 아니다.

이와 비슷한 주장이 주요일간지를 통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볼 때,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품이 도태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표면적인 것만 보면 시민논객이 내세운 주장은 참이다.


그런데 이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은 있을까?

만약 이러한 주장을 따르게 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생각해보자.


먼저 현재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인구의 평균연령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느 집단이든지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계층이 있어야 전면적인 쇄신이 가능하다.

현재 농촌은 평균연령이 65세~75세인 농민들이 70~80%를 차지하고 있다.

쉽게 말해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의 농사를 짓고 있는 셈이다.

이 분들께 새로운 방식의 농사 기술과 판로를 모색하여,

농업 경쟁력을 높여야 된다고 주장하면 얼마나 효과가 있을 수 있을까?


한발 양보해서 그게 가능하다고 한다면 다음의 문제는

'어떻게'의 문제 즉, 경쟁력 제고의 방법 모색이다.

시장의 법칙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첫째,  질보다는 양,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을 내린다.

둘째, 양보다는 질, 품질을 월등히 높히고 소량을 생산하되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


우리나라는 이번 한미FTA 늑약을 통해 미국과 경쟁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미국의 농업 전략을 알아보자.


고등학교 지리시간에 배웠듯이,

미국은 광활한 농토를 이용하여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되는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렇다면 첫 번째 방법은 탈락! 자연히 우리의 선택은 두 번째 방법!


그들의 주장처럼 농업 부분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살아남은 농가에게는 특산물 또는 고가의 상품을 생산케 하도록 하자.

요즘 트랜드가 명품이니 우리도 명품쌀, 명품배추를 생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론 가격이 지금보다 오르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왜? 생산자가 줄었고, 품질도 향상되었으니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이로서 10kg 쌀 한 포대가 10만원, 유기농 명품 배추는 한 포기에 2만원이 되었다.


이제 공은 소비자에게 넘어온다.

우리집은 부자가 아니라 매일 명품 식품을 먹지 못한다.

그래서 선택하는 상품은 첫 번째 방법으로 나온 저렴한 미국산 농산물.

우리집의 경제 수준이 중간정도라고 봤을 때,

인구 절반은 미국산(혹은 중국산) 농산물에 의지하게 된다.

어느 날 미국의 농업정책 변화로 인하여 농산물 가격이 오르게 된다.


그럼 이제 우리는 뭐 먹고 살아야하지?


다시 이야기의 앞으로 돌아가서,

"농민은 보호하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한국 농업이 근본적으로 경쟁력이 없는 것 아닌가요?"


당신의 말대로 경쟁력을 높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의 말에 책임질 때가 되었다.



"젠장....왜 그랬을까??!!"


후회하기 싫으면 생각 좀 하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페이스북에 공유하기
2007/11/12 00:06 2007/11/12 00:06
─ tag 
Trackback URL : http://blog.jinbo.net/nvtaiji/trackback/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