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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

빗물 모아 텃밭 푸르게 도림천 마를 날도 없죠.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85901.html

 

서울 관악구 신림9동 정경이(40)씨 집 옥상에는 1톤 가량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빗물 저금통이 있다. 정씨 가족은 빗물로 옥상에서 상자텃밭을 가꾼다. 옥상에는 화분이나 스티로폼 상자 등으로 만든 40여 개의 상자텃밭에 고추, 파, 상추, 파프리카, 가지, 열무 등이 자라고 있다. 정씨는 “가족이 먹고도 남을 양의 채소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 집의 빗물 저금통은 관악구의 시민단체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시민모임’에서 지난해 5월께 설치했다.

봉천동의 서울여상 교사 입구 화단에도 빗물 저금통이 설치되어 있다.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상자텃밭을 나눠주고 빗물을 써서 작물을 키우고 화단을 가꾸도록 했다. 4군데의 화단에는 매발톱, 금낭화, 제비꽃이 활짝 피어 오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고 상큼한 맛을 지닌 풀 싱아도 자라고 있었다. 또 운동장 스탠드와 교사 뒤편 쉼터로 올라가는 계단 등에 상자텃밭 120개를 마련해 오이, 호박, 가지, 고추 등의 묘목을 가져다 심었다.

이 학교 과학 교사인 정춘규 ‘시민모임’ 공동 대표는 “처음 학생 30명에게 상자텃밭을 나눠주려 했는데 학생들 신청이 쇄도해 다음날 100명으로 늘렸다”며 “빗물을 활용한 텃밭가꾸기가 환경·과학 교육은 물론 학생들의 심성 교육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여상은 이들 텃밭에서 가을에 김장용 배추를 길러 홀몸어르신들에게 보낼 계획도 세워뒀다. 이 학교의 ‘빗물·텃밭 프로젝트’는 토지공사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민모임’은 위의 두 곳 말고도 서초그린아파트, 합실어린이집, 다세대주택 등 3곳에 빗물 저금통을 설치했다. 단독주택, 다세대, 아파트, 학교, 어린이집 등 여러 형태의 주거 공간에서 빗물 저금통의 활용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서다.

‘시민모임’이 빗물저금통을 보급하고 있는 것은 빗물재활용으로 도림천의 건천화를 막고, 이를 매개로 서울대 주변 신림동과 봉천동을 생태마을로 만들기 위해서다. 하천 오염 방지를 위해 하천으로 흘러드는 빗물을 걸러주는 에코탱크와 그린필터도 설치했다. ’시민모임’은 앞으로 중학생을 대상으로 ‘빗물활용홍보단’을 꾸릴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빗물텃밭프로젝트’를 추진중인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 모임’은 1994년 도림천복개반대운동을 시작으로 99년 2월 창립된 풀뿌리운동단체다. 신림9동주민자치위원회, 서울대 환경교육협동과정과 함께 전국에서 유일하게 환경교실을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유정희(44) 대표는 “빗물재활용과 텃밭가꾸기를 통해 도림천을 건강하게 되살리는 한편 주민들의 환경의식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끝>

 

권복기 기자 사진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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