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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학교간호사(School Nurse)

단지, 미국의 한 도시, 한 대학에 자리를 잠시 빌려 앉아 있을 뿐인데, 한국에서는 미국의 보건/간호와 관련된 사정을 파악해서 알려달라는 주문이 끊이질 않는다. 그저 자료를 찾는데 좀 더 가까이에 있고, 고유명사를 듣거나 볼 때 좀더 쉽게 떠올려볼 수 있는 수준에서 '학교보건, 학교간호사'의 정체를 파악해보고자 꽤 여러날 더듬고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지만, 미국의 학교간호사들도 한국의 보건교사(예전의 양호교사)들처럼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교육계와 보건의료계 사이에서 명분은 그럴듯한 "가교"로 그 책임을 다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속하지 못하는 형편인 듯하다.  학교에서는 교육학적 배경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반교사들보다  보수도 덜 받고, 간호계에서는 간호학적 기초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차이가 있다면, 이러한 정체성 갈등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방향이다. 한국의 보건교사들이 명실상부한 '교사'가 되기 위해 '보건'교과의 신설을 위한 총력전을 피고 있는 것에 비해 미국의 간호사들은 '일차의료전문가'로서 '학교전문간호사(School Nurse Practitioner)의 길을 택한 듯 하다. 

2002년에 100주년을 기념한 학교간호의 시작은 아동보건을 위한 주정부 보건당국에 소속된 보건간호사들이 학교에 배치되어 일한데서 비롯되었다. 아직도 일부 주에서는 학교간호사들이 주정부 보건당국 소속일만큼 지역보건사업에서의 전통이 남아 있는 가운데, 아동 5명중 1명이 의료보험이 없고, 장애아동이나 만성질환을 앓는 아이들도 차별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법이 강화되면서 학교에서 유일한 보건의료인력인 학교간호사의 역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학교간호계의 지도자들은 미국 간호계의 전반적인 전문간호사화 추세에 발맞추어 '학교전문간호사'의 길을 열어두고 그 우월성을 정립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간호사가 되기 위한 기본 자격조건을 학사학위로 정하고, 일정한 경력을 갖추고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자격증을 주는 제도를 강화하자는 것이 미국학교간호사협회의 방침이다. 이러한 정책은 미국소아과학회의 적극적인 지지하에 추진되고 있다. 미국소아과학회는 학교간호사들을 중요한 동반자로 인정하고, 자신들이 인정할 수 있는 학교간호사의 의료서비스 제공범위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주마다, 교육청마다, 교육구청 심지어 학교건물이 여러 곳인 학교는 건물마다 학교간호사의 역할이나 업무조건이 다르고, 준간호사(LPN)에서부터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학교간호사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란다. 왜 이런 차이를 없애지 못하는 것일까?

결국, 한정된 교육예산을 어디에 쓸 것인지 결정할 때 학생들의 건강은 우선순위가 밀리는 것이다. 형편이 넉넉지 못한 주일수록 학생들의 건강을 위한 투자는 뒤로 쳐진다.  

성적이 최우선이기는 미국 학교도 마찬가지라서 학교간호사들의 고민도 자신들의 서비스가 어떻게 학생들의 학업성취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지를 증명해야 하는데 있다. 그동안, 교육예산의 감축에 따라 학교간호사들을 해고하거나 무면허 보조인력으로 대체하면서, 교육행정가들로부터 수없이 들은 이야기가 '학교간호사들이 하는 일이 비용에 비해 효과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전문직화(의료화)"가 학령기아동과 청소년 건강에 과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오히려 질병의 위험이 적어 큰 돈벌이가 될 수 없는 탓에 의사들이나 의료기관 조차 이들의 건강을 위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상황에서 틈새시장을 노리는 업자가 되는데 그치는 것은 아닐지.  능력있는 개인은 전문간호사가 되어 직업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못한 다수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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