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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

  • 분류
    riverway
  • 등록일
    2005/03/06 07:11
  • 수정일
    2005/03/06 07:11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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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다가는 동안, 걷는 양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너무 춥고, 눈이 왔다는 핑계로 매일 아침 출근길 걷기 대신에 전철을 타고 다니고, 주말에도 가까이에 있는 연못가를 한두번 걸었을 정도..
오늘 아침, 미사를 다녀오던 길에 마음이 '동'하여 다시 걸어보면서, 왜 이 좋은 습관을 유지하지 못할까를 곰곰히 따져보았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이론들을 적용해 보면,
운동이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어떻게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운동을 하지 않았을 때 초래될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 지에 대한 위협을 크게 못 느끼는 것도 아니고,
들이는 노력에 비해 얻는 유익성이 더 크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처럼 시간이 없다거나, 가까이에 운동할만한 시설이나 장소가 없다는 장애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도 때도 없이 달리는 사람들을 집 주변에서 볼 수 있으니, 운동을 선호하고, 가치있게 여기는 주변의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기청의에서조차 마라톤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니 더더욱 주변 탓은 아니고,
운동을 하는 동안 즐겁고, 하고 나면 참 좋다는 느낌을 못 느끼는 것도 아니고,
요즘 유행하는 유전자 탓인가 생각해보면, 바로 위의 언니가 매주 산행을 빠지지 않을뿐더러 유방암치료후 안나푸르나 등반을 할 정도였으니, 유전자 때문도 아닌 것 같고,  왜 습관을 바꾸지 못하는지 잘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이지요.
다만, 기존 이론중에서 '자기 효능감(self-efficacy)로 표현하는 요인, 즉 자신이 하는 행위의 결과에 대한 긍정적 기대, 내가 한다고 하면 잘 할 수 있으리라,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는 자기 기대를 적용해보면, 내 경우에 자기효능감은 썩 높지 않은 편이니 습관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의 일부는 그 때문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자타가 운동을 잘 못한다고 인정해오던 터라 쉽게 그 효능감이 높아질 것 같지는 않고, 운동습관을 유지하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설명이 없을까 답답하여 생각에 꼬리를 이어가 보았습니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겠다는 것은 나와의 약속인데, 왜 나는 그 약속을 그리도 쉽게 어기는 것일까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신경을 쓰면서도 나 자신과의 약속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가치에 대해 충분히 긍정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자존심'하고는 구별되는 '자아존중감'이라는 개념이 그간의 이론에 근거한 설명중에서는 제 상태를 이해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듯하네요. 생각보다, 제 의식 속에 스스로를 귀히 여기는 믿음이 부족함을 새삼 발견하게 된 셈입니다. 정신분석학(잘은 모르지만)적으로 과도하게 super-ego가 발달한 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성장과정을 돌아보고, 그동안 살면서 형성된 삶의 처세를 들여다볼 때,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소중히 여기려는 노력은 종종 '이기심'이나 '자기중심성'과 혼돈되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본적인 자기이해의 문제가 '운동습관 유지하기'라는 현실에 반영된 것이 아닐까싶네요.

자, 이제부터 제가 운동습관을 유지할 수 있으려면 첫째 함부로 결심하지 말자(다른 사람과 약속할 때 신중하듯이, 신중하게  지킬 수 있는 약속하기), 둘째,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는 규범을 따른 것과 동시에 내가 다른 욕구도 갖고 있으니, 잘 살펴서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로 해야겠습니다.  

(환자 중에는 저처럼, 쉽게 의사말을 안듣는 환자들이 간혹 있을텐데, 그들도 저처럼 자기 나름의 이유를 찾아보게 하고, 스스로 답을 찾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변화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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