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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따라 부침하는 미국의 보건대학원

  • 분류
    riverway
  • 등록일
    2004/12/08 05:57
  • 수정일
    2004/12/08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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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날짜에 맞추어 보고서를 쓰는 일이란 너무 괴롭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괴로움에 며칠 시달리면서 그래도 건진 것이 있다면 미국의 보건대학원들이 얼마나 돈따라 움직여왔는지를 확인한 것이다.

 

 



19세기말에 의과대학 교육이 번창했던 것보다 뒤늦은 1914년에 록펠러재단에서  돈을 대서 의학교육과 별도로 공중보건인력을 훈련시키기 위한 방법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였다. 이것이 미국 보건대학원의 탄생을 위한 최초의 공식적 논의로 기록되어 있는데, 당시에 공학적/환경적, 사회/정치학적, 생의학적 접근이 모두 필요하다고 합의한 바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위원장이었던 위클리프 로즈라는 사람에 의해 대학의 학위과정으로 이러한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생의학적 접근을 위주로 실무보다는 연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좁혀져서 1918년에 최초의 보건대학원인 죤스홉킨스 보건대학원이 설립되었다. 록펠러재단은 이어서 하바드대학과 토론토대학에도 보건대학원을 설립하도록 지원하였다. 설립취지에 따라, 주로 실무자들보다는 의사들이 입학을 하였고, 외국인의 경우 의사들에게만 팰로우쉽을 주었기 때문에 1930년이전까지 소수의 훈련된 연구자를 키워냈을 뿐이라고 한다.

1935년 사회보장법의 통과는 연방정부로 하여금, 주/지방정부에서 일하는 공중보건인력의 개발을 위해 예산을 배정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 예산에 따라 여러 대학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1년짜리  보건학석사(MPH)과정을 개설하게 되었다. 실무를 중시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여 역학, 통계, 보건교육, 보건간호 등 익숙한 과목들이 개설되었고, 특히 지역내 보건기관에서의 실습을 중요시했다. 연방정부의 예산이 보장되니, 교육기관수가 자꾸 늘어나게 되서 이를 모니터링, 질관리하겠다는 전국보건대학원협의회가 만들어지기에 이르렀다.

한편, 2차대전을 거치면서 사회의학,  사회역학 등 건강문제의 사회경제적 맥락을 강조하는 새로운 강좌가 개설되기도 하였다. 예일대학의 "공중보건 원리 및 실무"강의는 학기내내 여러 학문분야의 교수들이 참여하는 세미나 형식으로 운영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1950년대 들어서 미국 정부는 지역병원 설립과 의학연구에 우선순위를 두게 되고, 자연히 공중보건에 대한 예산배정이 줄어들게 되었다. 대학들은 교육예산보다는 연구예산을 따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되고 연구비를 많이 따는 학교들은 교수수/학생수가 늘거나 유지되었지만, 강의와 실습에 충실하고자 했던 대학들은 점점 규모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특히 NIH초기에는 연구계획서에 대한 심사가 주로 의사들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실험위주의 연구가 우선시되었고, 경제학/정치학/사회학적 접근의 보건학 관련 연구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었고, 의과대학들도 예방의학/지역사회의학교실들을 개설하면서 연구비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매카시선풍으로 인해, 의회의원들도 보건대학원의 철학과 교육방향을 부담스러워하여 예산확보에 대한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한다.

결국, 위기를 느낀 존스홉킨스와 하바드가 막강한 로비를 벌여 1960년대 초반에 다시 임시로 연방정부의 예산지원을 받아내 시설과 교수인건비에 대한 증액이 이루어졌고 1965년에 메디케어, 메디케이드가 통과되면서 새롭게 보건행정, 경영/관리 등의 교육과정에 대한 수요가 살아났다. 70년대 중반까지 매년 약 5,000명의 졸업생이 배출되는 수준으로 번성하였으나 이제는 보건학석사과정이 보건대학원만으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행정대학원, 의과대학(MD/MPH) 등 그 소속이 매우 다양해지에 이르렀다.

70년대, 80년대를 거치는 동안  닉슨대통령과 레이건대통령은 공중보건인력에 대한 연방정부예산 지원에 반대하였다. 그나마 일반 보건의료인력 개발에 관한 법이 통과되어 이에 근거한 예산지원이 명맥을 유지했을 뿐이다.

이러한 춘궁기는 거의 2001년 9월까지 지속된 듯 하다. 중간중간,  CDC나 IOM같은 유력기관에서 공중보건인력의 개발을 위한 웤샵과 기술지원, 원격교육프로그램에 대한 투자 등을 한 근거들이 있긴 하지만.

2003년 IOM에서 미국 보건대학원의 교육방향과 과제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이는 9/11이후 바이오테러리즘에 대한 우려로 CDC와 연방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보건대학원에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예산이 특정주제에 집중되기보다는 전반적인 공중보건인력 개발을 위해 제대로 투자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루어진 작업으로 보여진다.  그동안 연구위주로 변화하는 사회의 요구를 교육과정에 반영해오지 못했던 보건대학원들은 앞으로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지방정부/보건기관과 협력하여 실무중심의 교육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들의 권고는 초창기 보건대학원의 모습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너무도 당연한 주장이지만, 바이오테러리즘과 응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공중보건인력 및 의료인력을 준비시키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으로 다시 풍요로와진 보건대학원들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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