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에서, 그리고 수업시간에 얘기되었던 문화상대주의, 모든 문화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고, 보존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 역시 누구의 시선인가. 당연히 연구자의 시선일 수 밖에 없겠지요. 박제화되어버린 과거의 유물들을 우리는 세계 곳곳의 박물관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원주민 물품 전시관 등에서 봅니다. 자본주의의 파괴력, 전파력의 영향을 무시하고 문화상대주의를 이야기하는 것, 그것은 또 하나의 폭력적 시선이 되지 않을까. 자본주의 문명에 의한 1차적인 문화 파괴와 그리고, 이전의 것까지 보존하여 이제는 파괴된 그것을 그리워하며 가슴아파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제는 누군가가 억지로 가서 파괴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파괴되고 스스로 서구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강의하시면서 베트남이나 중국에 가서 우리나라의 70,80년대 쯤 되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의 오류를 말씀하셨는데요. 사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서구 중심적 근대화의 경로를 쫒아가고 있고, 물론 그것이 동일하게 변화함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방향으로 비슷한 모습으로 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분명 중국의 어느 도시는 10년 후에는 우리나라의 어느 도시와 거의 흡사한 모습을 띨 것입니다. 마치 10년전의 일본이 우리나라의 현재와 흡사하다고 느끼는 것처럼 말입니다. 자본주의가 전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지금, 전세계 국가의 선택지는 제가 보기엔 거의 동일합니다.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그것을 선택하지 않은 나라들은 전쟁의 대상이 되고 있구요.


지금은 과거 19-20세기의 방식을 가지고, 그러한 의식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이들의 한편에는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이들 또한 존재합니다. 자본주의 세계는 갈 때까지 갔으니 과거로, 아니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꾸는 이들이 그들입니다. 무분별한 진보, 서구적 기준의 단선적 발전이 아닌 각 사회가 그 특징에 맞는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자는 그런 의지를 가진 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또한 역설에 부딪히는 것은 그러한 과거의 오류를 가장 먼저 뛰어넘고 있는 국가들 역시 유럽에 있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많은 의문들이 있긴하나, 영상에서 얘기한 현대의 문화인류학의 관점을 잘 곱씹어 보려고 합니다. 모든 문화는 그 자체로 특수하고 가치가 있다. 저는 거꾸로 19-20세기의 흐름이 아닌 역의 흐름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자신의 문화를 잣대로 다른 문화를 판단하고 바꾸려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를 잣대로 우리의 문화를 판단하고, 오류를 찾아야한다고 봅니다. 이미 파괴될대로 된, 이미 한국적이라는 이름아래 포장된 어떤 것들을 제외한 한국적인 것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한국의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한국적인 것으로 만들고, 생산해 낼 것인가. 그 기준은 여전히 새로워진 서구의 모델인가. 아니면 우리의 과거의 모델인가. 아니면 전혀 새로운 상상 속의 유토피아인가.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에서 처럼 우리는 라다크라는 "미개사회"로부터 이제는 배워야할 때가 아닐까요. 또한 고민되는 지점은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보존할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탈춤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면, 탈춤은 분명 과거의 것입니다. 지금은 탈춤, 탈놀이를 연행할 만한 사회적 구조가 아닙니다. 다만 과거의 문화유산으로서 현재에 전승되고 보존되고 있을 뿐입니다. 물론 일제하에서의 탈놀이를 억제하는 정책이 있었고, 그것이 지역에서 그것이 사라지는데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할지라도 현재 그것을 복원시키는 것은 때에 따라 지역 문화축제때 연행하는 것 외에 다른 역할을 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본주의를 체화한 이래 쓸모없어진 과거의 "문화"들을 한국적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되살립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들의 향수 속에서 역시 자본주의의 논리 속에서 움직이곤 합니다. 대략 요약하자면, 과연 현재에 상대적으로 바라보아야할 타자가 있는가. 모두 닮은 꼴이 아닌가. "미개사회"와 "문명사회" 등 다양한 가치를 그대로 인정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문명에 대한 성찰과 함께 역방향의 흐름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우리가 보존해야할 "문화"는 이미 박제화된 과거이거나 변화하려 하는데 부여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영상을 보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일단 투르카나족과 그들을 연구하러 갔던 이들이 서로 카메라를 들이대고 촬영하는 장면이었는데, 바로 그 장면이 현재의 문화인류학이 지향하는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what is important? 중요한 것은 생명이다. 그리고 또한 발달된, 서구화된 문명사회에 있는 나에게 묻고싶은것, So, Are you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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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25 19:08 2005/03/25 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