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이 노조탄압과 조합원 집단해고 사태를 비판하며 항의자결해 충격을 주고 있다.

 

3일 낮 12시 경 화물연대본부 광주지부 박종태 1지회장(39세)이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 나무에 목을 매 숨져 있는 채로 발견됐다. 마침 이곳을 지나던 화물연대 대전지부 김경선 지부장이 경찰차가 출동해 있는 것을 보고 차를 돌려 박 지회장 주검을 확인했다. 고인이 목 맨 나무에는 "대한통운은 노조탄압 중단하라"는 현수막이 함께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 지회장 시신은 현장에서 1km 정도 떨어진 대전중앙병원 영안실에 안치됐다. 병원 측에서는 시신 상태로 보아 목숨을 끊은 지 3~4일 정도 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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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물연대본부 광주지부 故 박종태 1지회장

 

박종태 지회장은 지난달 29일 새벽 최근 집단해고 사태에 맞서 투쟁 중인 대한통운 택배분회 투쟁이 성과가 없음을 안타까워하면서 힘 있는 연대투쟁을 호소하는 글을 노동조합 사무실에 써놓고 잠적했다. 이어 박 지회장은 다음날인 30일 0시께 자신이 활동해 온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 연대투쟁을 호소하며 죽음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박 지회장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투쟁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면 바쳐야지요”, “길거리로 내몰린 동지들이 정정당당하게 회사에 들어가 우렁찬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등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다. 투쟁사업장 문제해결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린 뒤 박 지회장 행방이 묘연해지자 가족과 동료 조합원들이 애타게 찾기 시작했다.

 

박 지회장의 가족은 경찰에 실종신고를 낸 뒤 30일 오후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 극단적 선택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박 지회장이 소속된 화물연대와 공공운수연맹도 1일 오후 노동절 대회 장소 부근에서 수십 명이 흩어져 박 지회장을 찾아나서기도 했다.

 

박 지회장은 화물연대 간부로 지난 2006년 일지테크 원직복직투쟁과 광주삼성전자 파업 등 여러 투쟁에 적극 결합해 헌신적으로 활동해왔다.

 

대한통운 광주지사에서 78명 집단해고사태가 발생한 후 40일 이상을 싸웠지만 금호그룹의 노조탄압으로 합의한 교섭내용마저 번복되는 등 문제는 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이에 물류중심지인 대전으로 가서 투쟁을 계속하기로 하고 대전으로 옮겨 열흘 정도 투쟁을 전개했지만 사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3월18일부터 집회강도를 높이면서 투쟁을 지휘하던 박종태 지회장은 수배까지 받게 됐다. 화물연대 대전지부 김경선 지부장은 “대전으로 옮긴 후 화물연대 대전지부 사무실에서 숙식하면서도 투쟁을 어떻게 잘할까 하는 것에만 골몰했다”고 말하고 “현장에 가지 못하는 답답함 속에서도 조합원들 원직복직이 어려움을 겪는 것에만 마음을 썼다”며 박종태 지회장 생전 모습을 전했다.

 

고 박종태 지회장 유족으로는 부인과 어린 자녀 두 명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오후 현재 이 소식을 들은 화물연대본부 김달식 본부장을 비롯해 전국 지부장들이 화물연대 대전지부로 집결해 박종태 지회장 사망사태에 대한 이후 대응을 논의할 계획이다. (글=홍미리/사진-이명익 기자/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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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님의 유서내용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지역당의 아성을 깨고 승리한 것은 당원 동지들의 승리입니다.또한, 이번 선거를 계기로 시도민이 민주노동당을 지켜보고 있음을, 민주노동당이 제발 더 노력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야 겠습니다.

대한통운이 아니 금호자본이 화물연대라는 조직을 깨기 위해 드러나게 탄압한 지 43일째입니다. 물론 이명박정권의 재벌키우기와 노동조합 말살정책이 뒷배경이긴 하겠으나 공권력의 잔인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노동조합이 깨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수렁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대전에서 온갖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힘겹고 외롭게 투쟁하고 있습니다.하지만, 노동조합은 튼튼한 조직대중이 고난을 이겨내고 살아 남았을 때 가능할 것입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탄압속에 희망은 보이지 않고, 갈수록 조직대오는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가정을 이어갈 수 없는 경제적 고통과 타지역에서 투쟁하는 소외감, 외로움은 물론 강한 투쟁을 하고자 하나 우리의 약점이 많아 맘껏 대응하지 못하는 무기력감까지...이런 상황에서 자본은 대화와 교섭을 더욱더 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선거가 끝났습니다.힘을 모아주셔야 합니다. 조직을 사수해야 합니다.사람의 죽고 사는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고 하지만, 현재 적들은 죽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니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죽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또한, 화물연대본부는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대체 얼마나 더 큰 희생을 보아야 할런지..

조직을 사수할 수 있다면, 투쟁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면 바쳐야지요. 무엇이든지..

산자의 몫이 얼마나 중요한 지 동지들은 잘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이제 여러분들이 화물연대와 민주노총을 지켜주시고, 길거리로 내몰린 동지들이 정정당당하게 회사에 들어가 우렁찬 목소리 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동지들을 믿습니다.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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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30일 오후 박종태님의 부인이 올린 댓글입니다.) 

 

혜주, 정하 아빠에게

 

여보!

우리보다 힘들지만 끝까지 싸워서 승리하는 동지들이 있잖아
기륭도 벌써 3년이 넘었지만 계속 싸우고 있고
민하아빠도 두달이 되어가도록 그 좁은 곳에서 추위와 더위와 싸우고 있고 그렇게 싸울 수 있는 힘은 그들이 특별해서, 잘나고 똑똑해서가 아니라 언제든지 안아줄 수 있는 가족이 있고 동지들이 있어서라는걸 잘 알잖아

여보!

당신곁에도 동지들이 있고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혜주와 정하가 있잖아
너무 힘들어서 잠시 어딘가에서 스스로 다짐을 하고 있을거라고 믿어

여보!
싸우다보면 언제나 승리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그래도 다시 일어서서 끈질기게 싸우면 끝내 이긴다는걸 이번 선거를 통해서도 우린 배운다고 생각해

여보!
제발 연락줘 기다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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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전문이 공개되어 덧댑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 고 박종태  대한통운 지회장 (유서)

사랑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적들이 투쟁의 제단에 재물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동지들을 희생시킬 수 없었습니다. 동지들을 잃을 수 없었습니다.

저의 육신이 비록 여러분과 함께 있진 않지만, 저의 죽음이 얼마만큼의 영향을 줄 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 대접 받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큰 나라를 반토막내서 배부르고 등 따신 놈들 미국과 극우보수 꼴통들이 이번 참에 아예 지네들 세상으로 바꿔 버릴려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는 실종된 지 오래됐고, 반대하는 모든 이들에게 죽음을 강요하거나 고분고분 노예로 살라고 합니다.

그 속에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있는 것입니다. 개인의 안락만을 위해서 투쟁할 것이 아니라 통큰 목적을 가지고 한발 한발 전진하기 위해 손을 잡고 힘을 모으는 적극적이고 꾸준한 노력과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노동자의 생존권, 민중의 피폐한 삶은 사상과 정견을 떠나서 무조건 지켜져야 하고 바꿔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기득권을 버리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 민중은 이론가가 아니지 않습니까?

저의 죽음이 세상을 바꿀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최소한 화물연대 조직이 깨져서는 안 된다는 것, 힘 없는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린 지 43일이 되도록 아무 힘도 써보지 못해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하기 위해 선택한 것입니다.

눈을 감으면 깜깜할 겁니다. 어떻게 승리하는지 저는 보지 못할겁니다. 그것이 아쉽고 억울합니다.
꼭 이렇게 해야, 이런 식의 선택을 해야 되는지, 그래야 한 발짝이라도 전진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속상하고 분합니다.

이름을 거론하자니 너무나 많은 동지들이 떠오릅니다.
저를 이만큼 건강한 간부로 활동가로 있게 해 준 소중한 분들. 저를 믿고 따라 준 형님, 동생, 친구들. 이 의미있는 투쟁, 힘겨운 투쟁에 끝까지 남아 준 동지들 모두가 저에겐 희망이었습니다.
광주라는 곳도 사랑합니다.

날고 싶어도 날 수 없고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가 행복하고 서로 기대며 부대끼며 살아가길 빕니다.

복잡합니다. 동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면서 그 속에 저도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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