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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총리, 그리고 박성준 선생님...

한명숙 총리님.

 

감히 묻고 싶습니다.

 

운동권의 대모라 불리우던(실은 당신이 대모였는지 모릅니다) 당신이 시위대의 방어행위를 향해 엄단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남편이 국가의 부당한 폭력에 희생되면서 당신이 운동의 길에 들어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로 자신이 그렇게 국가의 부당한 폭력을 경험하였음에도 이제 당신의 엄단의지에 따라 엄청난 폭력을 당할 과거의 당신의 동지들, 그리고 이 땅의 청년들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신이 당한 것은 국가의 부당한 폭력이고 당신이 엄단으로 지시한 것은 정당한 것이라면, 당신은 당신의 남편을 빼앗겼다는 것만을 부당하게 여겼을 뿐 이 땅의 모순과 내몰려 있는 민중과는 하등상관이 없는 것으로 해석하면 되겠습니까.

 

또, 그렇다면 5월 4일 연행된 사람들 가운데 아이엄마, 부부 등이 있어 어린이날을 제대로 보내지 못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당신의 남편을 빼앗긴 것만이 중요하고 부모를 빼앗긴 아이들은 중요하지 않은 것입니까.

 

더 나아가 당신은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범죄자로 보십니까? 국방부에서는 거의 폭도수준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군인이 시위대를 향해 돌격하여 곤봉을 이용하여 폭행하는가 하면, "진압 명령만 있었으면 다 쓸어버릴텐데..." 따위의 말을 내뱉는 군인들이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이야기하는 윤광웅 국방장관을 내버려 두십니까? 당신의 남편은 과거 이들보다 더욱 죄질이 나쁜 간첩혐의로 무려 13년이나 복역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당신 남편의 복역사건은 지금에 와서 매우 부당했던 사건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경험을 했던 당신이 지금 그들을 범죄자로 보십니까?

 

더구나, 당신은 당신 남편을 정신적 스승이라 부르며 따랐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신 남편은 평화학자이지요. 평택 미군기지 확장문제를 처리하는 정부의 방식이 과연 평화적으로 보입니까? 비평화적이라면 평화적 해결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건의할 의지는 있습니까?

 

박성준 선생님.

 

요즘 마음의 고초가 심하실 것입니다. 부인의 일로 선생님께 질문을 드리게 된 점 진정 죄송합니다. 하지만, 한 총리 인준 당시 당신은 언론을 향해 "총리 남편 됐으니 내조 잘해야죠"라는 말씀을 하셨기에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은 퀘이커 교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퀘이커 교도들은 평화를 매우 사랑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이라크에서 살해당한 평화운동가 톰 폭스가 소속된 곳이 퀘이커 교회가 메노나이트 교회와 함께 만든 '크리스천 피스메이커(Christian Peacemaker Teams,CPT)'라는 단체로 알고 있습니다.

 

CPT는 비폭력 직접행동 평화단체로서 이라크 뿐만 아니라 전세계 분쟁지역 곳곳을 누비며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CPT는 톰의 살해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무슨 일을 저질렀던지 간에 그들을 비인간화 시키거나 비방하는 경향을 버리기를 요청"한다는 메시지를 밝히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현재 성공회대학교에서 평화학 겸임교수로 재직중에 있으며 평화학을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화학자로서 평택미군기지 확장의 문제, 그리고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민간인과 군 또는 경찰간의 충돌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생님에게 질문을 하게 된 결정적인 것이 다음과 같습니다. 바로, 한명숙 총리에 대한 내조를 잘하시겠다고 하셨기에 묻는 것입니다.

 

한 총리는 강력한 법집행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과연 내조를 잘 하신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수많은 여성이 성추행, 인권침해를 당했으며, 당시 경찰의 목적은 시위해산이 아닌 진압이 목적이었던 듯 수없는 폭행과 폭언으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경찰청 인권위원조차 "피바다"였다고 증언할 정도로 참혹했던 현장입니다.

 

그에 대해 한 총리는 "이번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자들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는 말로 얼버무렸을 뿐 아니라  “주민들과의 성의있는 대화노력과 빈틈없는 이주민 대책을 추진하라”면서 “특히 현지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국민들에게도 정부조치의 불가피성과 이주자 지원대책 등 지원내용을 적극 홍보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주민들과 성의있는 대화노력이 선행하여야 하는것 아닙니까? 폭력으로 짓밟는것보다 우선한 것이 대화여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런 한 총리의 언행에 대하여 평화학자로서 입장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내조를 잘 하시겠다는 의미가 이런 것이었습니까?

 

괜히 선생님의 명예를 금가게 하는 것은 아닌지, 또 제가 선생님과 선생님을 따르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지, 여러 사람과 문의하고 고민하였습니다만...

 

이 대답은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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