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기

25일 저녁 현대중공업 정문 맞은 편에서 노동자건강권 쟁취 거리문화제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조성웅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이 추모글을 읽었다.

 

조성웅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 추모글

 

신재석, 전해준, 전석배, 차인태
최근에 중대노동재해로 사망한 하청노동자들의 이름입니다. 하나 같이 생때같이 소중한 이름이지만 지금 우리 곁에 없는 이름입니다.

 

차인태 씨는 곧 결혼을 앞 둔 꽃다운 나이였습니다. 전해준 씨는 다음날 딸아이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신재석 씨는 중공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소중한 삶의 시간을 앞두고 우리 하청노동자들이 죽어갔습니다.

 

수많은 직영, 하청노동자들이 죽어나가도 현대중공업은 우리 노동자들의 목숨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공기단축, 이윤추구뿐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건 씩 노동재해가 일어나도 그 통계수치 조차 잡기 힘들고 대부분 은폐됩니다.

 

우리 하청노동자들은 산재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현대중공업을 떠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아파도 아프다고 하지 못합니다. 뼈주사를 맞아가면서까지 일하는 우리 하청노동자들의 삶이 서럽고 절망스럽습니다.

 

우리가 더욱 분노스러운 것은 차인태 씨의 경우처럼 아예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한다는 것입니다. 유족분들이 진상규명과 사과를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하자 유족분들을 회유하고 협박하고 심지어 상주까지 폭행하면서 장례식을 치르려고 하는 현대중공업, 인간에 대한 예의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야만적인 행위에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됩니다.

 

신재석, 전해준, 전석배, 차인태 씨의 이름은 또 다른 우리의 이름입니다. 왜냐하면 바로 다음 차례의 죽음이 항상 우리 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공기단축, 공기단축, 온 몸의 근육을 걸레로 만드는 노동강도, 숨 막히는 현장통제 속에서 오늘 이렇게 우리가 퇴근하는 것은 정말 행운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우리가 신재석, 전해준, 전석배, 차인태 씨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이 분들의 억울한 넋을 위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 분들을 죽음으로 내몰게 한 노동강도 강화와 현장통제를 분쇄하기 위해, 다치지 않고, 골병들지 않고, 죽지 않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새로운 결의와 실천을 계획하기 위해서 입니다.

 

이제 우리 하청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단결하고 현대중공업의 노동강도 강화에 맞서, 숨 막히는 현장통제에 맞서 투쟁하는 날, 죽어간 우리 하청노동자들이 우리 곁에 함께 할 것입니다. 환한 얼굴로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신재석, 전해준, 전석배, 차인태 하청노동자들이여, 편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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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5 20:12 2006/04/2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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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g 2006/04/26 10:20 URL EDIT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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