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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울경미디어포럼 발제문

 

미디어로 소통하기, 대안매체의 가능성 : 울산노동뉴스의 사례

 

세상을 보는 노동자의 눈, 울산노동뉴스 창간

2005년 5월1일 ‘세상을 보는 노동자의 눈’을 모토로 인터넷신문 울산노동뉴스를 창간했다. 59명의 창간발기인들이 30만원씩 ‘씨돈’을 냈다. 울산노동뉴스는 진보는 고사하고 개혁 성향조차 없는 보수 일색의 지역 언론 환경에서 노동자와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할 필요성 때문에 만들어졌다.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운동 수준에서는 갈수록 개별화, 실리화, 보수화되고 있는 조직 노동자들에게 노동운동의 목표가 ‘정규직 조합원들만의 현재의 이익 추구’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미래의 이익 추구’여야 한다는 사실을 꾸준히 알려내고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필요했고,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운동 내부의 ‘소통과 연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했다. 특히 주류 언론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돼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알려내고 ‘자발적 연대’를 끌어내기 위해서 울산노동뉴스가 매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 : ‘소통과 연대’의 힘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노동운동의 주요 투쟁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의해 전개됐다. 예전처럼 금속 대공장의 남성 노동자들이 아니라 건설플랜트 노동자, 사내하청노동자, 자치단체 비정규직노동자, 보육교사, 비정규직영양사, 조리보조원, 학습지교사, 덤프차 기사, 화물차 기사, 간병사, 청소용역노동자, 대리운전기사 등 비정규직, 특히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의 전면에 나섰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대부분 소규모이고 분산돼 있으며 장기간 계속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승리의 관건은 지역의 연대를 얼마나 많이, 지속해서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효정재활병원 간병사들과 울산과학대학 청소용역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이 벌어졌을 때 울산노동뉴스는 이 투쟁들에 바짝 밀착했다.

2006년 8월 효정재활병원 간병사들이 울산지역연대노조에 가입하고, 울산노동뉴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간병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병원 측은 울산노동뉴스와의 인터뷰를 이유로 지부장을 해고하고, 나머지 조합원들도 해고시켰다. 해고된 간병사들은 병원 앞 연좌시위를 시작했다. 울산노동뉴스를 통해 울산지역에 이 투쟁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해고 간병사들 6명만이 외롭게 자리를 지켰던 병원 앞 집회는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나면서 50명을 훌쩍 넘기는 ‘자발적 연대’의 자리로 발전했다. 서지원 지부장은 울산노동뉴스에 투쟁 일기를 연재했다. 독자들은 서 지부장의 글을 읽으면서 간병사들의 열악한 삶의 현실을 속속들이 알게 됐고, 한 사람의 평범한 50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가 활동가로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해가는지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2007년 초부터 시작된 울산과학대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도 울산노동뉴스는 밀착 취재했고, 텍스트 보도, 소리방송, 영상소식, 포토뉴스, 인터뷰 등 모든 꼭지를 통해 기사화하고 알려냈다. 이 투쟁 역시 처음에는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만의 외로운 투쟁이었다가 조금씩 지역의 연대를 이끌어냈고, 몇몇 사건들을 계기로 급속히 전국으로 이슈화됐다. 천막농성, 단식, 정몽준 의원 사무실 점거 등을 거치면서 연대는 계속 확산됐고 마침내 전원 원직복직이라는 승리를 이끌어냈다.


소리방송과 공동체라디오

울산노동뉴스는 2005년 9월29일부터 ‘노란선 넘어 세상’이라는 소리방송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모두 54회 방송됐다. 소리방송을 구성하는 꼭지들은 조금씩 변화해왔지만 소식들, 미디어 비평, 인터뷰, 사이사이 음악들로 채워져왔다. 이 소리방송은 처음부터 공동체라디오를 전망하고 시작됐다.

2008년 1월9일 울산노동뉴스와 울산정보미디어공동체를 중심으로 울산북구공동체라디오준비위원회를 꾸리고 공동체라디오방송을 위한 가용주파수 조사를 벌였다. 울산북구공동체라디오준비위원회는 방송위원회에 비어 있는 주파수 103.9Mhz를 신청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하고 영어FM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공동체라디오 사업 자체가 실종될 위기에 처했지만 공동체라디오는 반드시 지켜내고 확대시켜야 할 매체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현대차 울산공장 안.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정규직 노동자들이 컨베어를 타면서 라디오 단말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공동체라디오의 프로그램들을 듣는다. 입심 좋은 의장부 아무개가 나와서 우스개소리를 늘어놓고, 엔진 만드는 아무개네 가족들이 나와서 가슴 찡한 사연들을 이야기한다. 어디 어디 산이 좋고 거기 얽힌 전설이며 주변 맛집들을 소개하는 코너도 있다. 교사들과 학부모, 학생들이 팀을 짜서 꼭지 하나를 맡고 ‘교육’과 관계된 온갖 주제들에 대해 파고든다. 말하자면 5~6월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촛불집회의 ‘자유발언’들을 라디오를 통해 일상에서 확대재생산해내는 그런 상상.


영상소식과 TV울산노동뉴스

울산노동뉴스는 자체 제작한 영상소식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컨텐트를 제휴하고 있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노동자방송도 함께 올린다. 지난 4월30일에는 TV울산노동뉴스가 첫 시험방송을 시작했다. TV울산노동뉴스는 이슈 울산, 현장은 지금, 시와 노래, 지역 단신 등의 꼭지로 꾸며졌다. TV울산노동뉴스는 주간 단위 방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상소식과 TV울산노동뉴스는 여러 경로로 퍼블릭 액세스하고 있다. TV울산노동뉴스가 안정화되면 지역 케이블TV에 고정 프로그램으로 액세스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종이신문, 주간울산노동뉴스

인터넷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장의 일반 노동자 대중이 하루 가운데 인터넷에 접속하는 시간은 많지 않다. 세계 1위의 장시간 노동도 노동이려니와 집에 있는 컴퓨터는 자식들 차지고 가끔 인터넷에 들어오더라도 포털 사이트를 돌아보거나 게임을 하는 게 대부분이다. 노동자 인터넷신문은 고사하고 자기 노동조합 홈페이지에도 임단투 같은 특정한 때가 아니면 접속하는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대중들의 손에 직접 쥐어지는 종이신문이 필요하다.

2007년 9월5일 일반주간신문 주간울산노동뉴스를 창간했다. 지금까지 모두 37호 발행됐다. 4면 대판 1만부를 찍어 현대중공업에서는 출근시간에 직접 배포하고 있고, 현대자동차에서는 주요 식당에 비치하고 있다. 나머지는 시민사회단체와 단위사업장 노조, 구독자들에게 우편발송하고 있다.


울산지역 진보 일간지의 가능성

지난 5월15일 울산노동뉴스 창간3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울산지역 진보 일간지, 가능한가?’를 주제로 열렸다. 발제를 맡은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기획취재부장에게 지난 99년 창간해 9년동안 경남지역의 대표 개혁신문으로 성장해온 경남도민일보의 창간과정과 역사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울산지역에서 진보 일간지를 만들고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지역의 사례와 견줘 유리한 점도 있고, 불리한 점도 있다. 그러나 울산에 있는 지역 일간지 다섯개가 하나같이 대기업 광고주에 휘둘리며 보수경쟁에 여념이 없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진보 일간지를 더 이상 미뤄서 될 일도 아니다. 누군가는 일을 내야 한다.


‘촛불’에서 배우는 대안매체의 가능성

촛불집회에 등장한 1인 생중계 같은 새로운 미디어 현상과 다음 아고라, 거리에서 벌어진 논쟁과 토론들은 미디어를 통한 소통과 연대를 이른바 ‘집단지성’으로 끌어올리는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386들보다 분명 한 차원 더 ‘진화’한 새로운 세대들이 이 현상을 주도했다. 거리와 광장의 대중들은 기존 언론의 광고시장까지 흔들어놓고 있다. 보수언론이 독점하던 미디어는 이제 대중들에 의해 새롭게 변형되고 다양하게 진보하고 있다. 촛불 이후의 대안매체 또한 촛불을 든 대중들에게서 창조될 것이다. 지금은 부지런히 촛불에게 배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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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7 01:15 2008/06/17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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