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09/20 10:23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6년전 이었다.

 

추석에 근로복지공단 앞에 있던 천막에 있었던 기억이... 그리고 찾아 주는 사람이 없어서 왠지 외로웠던 기억이 있었다.

 

추석연휴 바로 전에 자기들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전원 심사 청구 기각'이라는 선물(?)을 안겨준 근로복지공단이었다. 농성장의 추석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저런 집안일과 명절에 있어서의 가족에 대한 의무를 일부만하고, 어제 농성장을 찾았다.

 

17일 억수 같이 쏟아지는 집중호우에 '천막은 괜찮아요?'라는 문자를 날렸고, 그날 농성 담당이던 집짱은 '예상대로 장난아님"이란 답문자를 보냈었다. 하루 종일 오는 비에 안절부절 못하며 걱정을 했드랬다.

 

다행이 몇명 없었던 동지들이(3일 연휴중에 이날이 가장 사람이 적었다 한다. 4명 있었다나?) 옛날 어린 시절 쥐잡던 기분으로 계속 천막의 물을 쳐서 흘려보내느라 고생을 무쟈게 했지만 어쨌든 천막은 무사했다. 전날 문화제 이후 새벽까지 이어진 간만의 거한 술자리의 술기운과 폭우가 쏟아지는 동안 천막을 사수하기 위한 쥐잡기에 힘들었던 하루라고 했다.

 

(문화제 이후의 거한 술자리에서 확인된 바가 있으니 농성장에 한노보연 회원이 5명만 모이면 비온다!이다. 그날 술자리에서 비가 오고 있었는데 나와 콩아줌마가 자리를 뜬 후 정말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나 모라나...ㅋㅋ)

 

게다가 명절 전날인데다가 비까지 왔으니 농성장이 꽤 적적하고 외로웠을거다.

 

추석날은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다들 아침 일찍 차례를 지내고 명절 음식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셨드랬다. 추석날은 낮술판부터 벌어지면서 명절의 정취를 한껏 느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친척들과의 향수를 되새기며 동양화도 감상했다 한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방용석 이사장 문안인사 사건'이다. 방 이사장이 사는 곳이 농성장 근처 당산의 R 아파트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농성대오들이 아파트를 친히 방문한 것이다. 1인 시위도 할 겸해서리...   시간은 저녁 8시에서 9시경.... 아파트 중앙현관에 이사장 집의 호수를 눌렀다.

 

"누구세요?"

"방 이사장님 댁에 계신가요?"

"네~"

"띠~"

 

(이렇게 문을 열어 준 것에 대해 두가지 의견이 난무하고 있다. 워낙에 떡값을 들고오는 사람이 많아서 아무 경계 없이 열어주는 것이다와 너무 사람이 없어서 반가워서 열어준 것이다라는...)

 

허거덕... 예상외의 사건이... 나긋 나긋 하고 예의바른 듯한 콩의 목소리에 큰 현관문을 따 준것이다. 당장 쳐들어 갈 수도 있었으나 일단은 걍 선전전을 진행하며 동네의 여론을 들었다한다. 동네 사람들도 다 아는 점잖은 집안이라나? 노동부 장관을 했다는... 동네 분위기를 보아하니 자주 와서 일인시위라두 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웃긴 일은 피케팅을 하고 있는데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오시더니 '아파트 값 떨어진다'고 민원이 들어왔다시며 다른데로 가서 하라고 했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얼마나 잘난 아파트길래 피케팅 하는거에 아파트값 걱정하는지 다음에 꼭 한번 가봐야 겠다.)

 

어제도 많은 동지들이 왔다 갔다. 내가 빈곤관련 세미나 발제 준비를 하고 산안법-산재법 관련 교육준비를 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시그 동지들은 이번에 지회장 선거를 하셨다면서 인사를 겸하여 농성장에 오셔서 한참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가셨고, 이윤 동지들은 추석 모임을 농성장에서 잡았는지 10여분이 오셔서 성황을 이루며 다이아몬드 게임과 젱가를 신나게 하시며 농성장의 분위기를 화기 발랄하게 만들어 놓고, 나의 권유를 받아 좋은 친구 5종 세트를 사들고 2차를 가셨다.

 

그 사이에 집에 잠깐 다녀오신 단식 동지들이 돌아오시고, 산재노협 동지들이 대거 오기도 하시고... 암튼 많았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단식 동지들이, 그리고 하이텍 동지들이 많이 외롭지는 않았을거 같다. 물론 어제 저녁 이후의 투쟁 방향과 전술에 대한 수다 떨기를 하면서 여전히 무겁고 힘들다는 사실들을, 아니 오히려 전보다 훨씬 더 힘들어 졌음을 뼈속 깊숙히 느꼈지만... 어제 하루 일하면서 하루종일 동지들이 가져다준 송편과 부침들을 먹니라 늘어난 몸무게와 느끼한 내 속 만큼 하이텍 동지들의 마음도 뿌듯했을거 같다.

 

명절을 함께 해준 동지들이 손오공처럼 머리털로 자기 복제라두 해서 이후 당찬 싸움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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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0 10:23 2005/09/2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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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ong 2005/09/20 1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전전이 아니라 1인시위였다우. ㅋㅋ

  2. 해미 2005/09/21 16: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콩/ 선전전과 1인시위의 차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중...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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