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6/12/18 12:14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처음에는 무슨 서부 영화인줄 알았다. 매주 즐겨보던 씨네리를 이번주 보지 못한터라 뭔 영화인가 했다. 다만 스폰지 하우스에서 하는 영화라길래 서부영화가 아님은 짐작할 수 있었다.

 

영화는 비록 제 3세계를 뜯어먹고 살지언정 잘 산다던, 복지체계가 잘 되어 있다던 북유럽의 핀란드이다. 그런데 영화는 그렇게만 알고 있던 핀란드의 현실을 정말 '냉랭'하게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 나온 뒤 '빈곤 3부작'의 마지막 편이라는 사실을 들었다. '거기라고 뭐 다 잘 살기만 하겠어? 우리보다야 좀 낫겠지'라더 막연한 추측은 여지 없이 깨져버려 영화를 보고 나온 뒤의 감정은 '완전 우울' 그 자체였다. 으허헉... 역시 어딘선가 착취를 하는 체제는 안 되는 체제였던 것이다. ㅠㅠ

 

 

 

코이스티넨은 비정규직이다. 계약기간이 3년이 되어서 당연히 해고되어야만 하는 야간경비직의 비정규직이다(내참... 어찌나 우리 현실하고 겹치는지... '계약한지 얼마나 되었지?', '3년 다 되었을걸?', '그럼 조만간 계약해지 해야 되겠네'라는 영화속의 대사는 지금 우리의 현실하고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여자들이 아는 척도 안하고, 회사에서는 왕따 당하고, 말 몇마디라도 하는 친구라고는 조그마한 그릴 트럭을 운영하는 그녀뿐이다. 거기에 이쁜(참, 북유럽의 미의 기준은 다르더라) 여인이 접근하고 그 여인한테 속아 신세 망친다는... 대략 난감 우울의 초절정 비극 스토리이다.

 

인상에 남은 장면은 두 가지 정도인데....

 

그 팜므파탈 역할을 하는 그녀가 뒤에서 조종하는 진짜 나쁜 넘들하고 같이 있을때는 그들 노는 사이에 청소나 하고, 가까이 오라면 오는 가정부이자 섹스 파트너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허거덕... 거기가 배경이 핀란드라며? 근데 왜 여성의 역할이 그 따위 인거야?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냥 멋지게 자기의지로 움직이는 팜므파탈이 아니라 갈등하고 이용당하고 착취당하는 팜므파탈이라니? 허걱...

 

또 하나는 그저 우울하고 고독하기 그지 없으며 사랑을 느끼는 그녀 앞에서도 웃지 않았던 코이스티넨이 유일하게 웃는 장면은 감옥씬이라는 사실이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아마도 그가 웃은 장면은 그 잠깐이 유일했던것 같다. 따스한 햇살이 떨어지는 교도소 운동장, 한 귀퉁이 벽에 기대어 동료를 바라보다 그의 입가에 살짝 흘러가던 그 웃음....  차라리 감옥에 갇혀 현실로부터 벗어나서야 비로소 웃을 수 있는 현실... 허걱...

 

이 영화는 너무 냉랭하게 핀란드의 현실을 보여줘서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왠지 그래주길 바랬던 북유럽에 대한 환상을 와장창 깨뜨려 주었다. '핀란드라며? 저기 잘 사는 나라아냐?'라는 허탈한 질문이 터질만큼 그렇게 냉랭하더라.

 

마지막으로 남는 의문하나. 그러게 왜 팜므파탈한테 빠져서 허우적거리다 상처 입는데? 그리고 기껏 죽을 고비를 맞이하고 나서야 평소에는 외면하던 그릴 트럭의 그녀 손을 잡는데? 하여간 남자들은 마지막까지 넘 이기적인거 아냐?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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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8 12:14 2006/12/1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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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eoScrum 2006/12/18 12: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캐나다에서 가난한 여행자(더불어 불법 이주 비정규직 노동자)로 지내면서 느끼는 모습이랑 비슷하네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5위 밑으로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이 나라에서도 토론토 곳곳에 노숙자들이 넘쳐요.
    예전에 처음 와서는 여기 '거지'는 나보다 돈도 많고, 복지 혜택도 많다는 생각때문에 한푼도 적선을 안 했었는데, 올해 1월 1일 새벽에 거리로 나갔다가 그 추운 날 길거리 곳곳에서 대충 침낭이나 오바 혹은 종이 박스들 뒤집어 쓰고 자고 있는 노숙자들 보고 나서 그날은 제가 가지고 있던 동전 다 줘버리고 왔던 기억이 나네요. 길거리를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면 한대만 달라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버릇이 거의 없어져 버렸삼. (한모금만 빨테니까 피우던 담배 달라는 사람들도 종종 있음)
    조금 큰 쇼핑몰 앞에는 주루룩 앉아서 동전 달라는 사람들이 있고, 구멍 가게 앞에서도 서서 동전 구걸하는 사람들이 있죠. 우리나라랑 똑같이 '지갑 읽어버려서 차비가 없는데, 1불만 '빌려'달라'는 사람들도 지하철 역 근처에 가면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어떤 아줌마는 내가 보기엔 멀쩡한 팔을 내밀면서 팔이 부러졌는데, 병원 갈 차비가 없다고 돈 빌려달라고 하더라구요(여긴 병원이 무료니까) 구걸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백인이고, 가아끔 흑인, 아주 아주 가끔 아시아인이 눈에 띕니다.
    예전에 홍실이님하고 그 이야길 했더니 홍실이님은 흑인들은 그 지경 되기 전에 대부분 사고쳐서 깜방 가기 때문에 눈에 안 띄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2. 해미 2006/12/19 08: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오/ 그러게요. 이 빈곤의 끝이 없는 늪을 보면서 확인이 가능한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지는... 에효...

  3. NeoScrum 2006/12/19 15: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빼앗긴 자들>처럼 그래 니네는 그러고 살아라고 내비두고 저어기 달이나 화성에 해방구를 만들어 탈출을 하던가.... -.-;;;

  4. 해미 2006/12/20 16: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오/ 흠흠.. 살기좋은 지구에는 우리가 살구, 나쁜 애들을 달이나 화성으로 내 쫓으면 안 될까요? 엉덩이가 무거워서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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