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6/05/15 14:16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주말, 노동자대회에 범대위촛불집회에 평택 범국민대회까지 정말 많은 감정들이 교차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편안했다.

 

현장에 가보지 못하고 안타까워하고 눈물 흘리는 것보다 답답하고 짜증도 나고 허탈한데다가 대추리는 멀리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거기 있는게 편했다.

 

#1.

 

하이스코 동지들의 투쟁승리... 노동자대회는 그런 기쁜소식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가열차게 싸우더니만 결국 승리하는구나. 비정규투쟁에서 얼마만에 보는 승리인지... 열심히 싸운 하이스코 동지들과 연대한 지역 동지들이 좋아보였다.

 

전원 복직하기로 하고 월 50만원이긴 하지만 복직때까지 생활지원금도 받기로 하고 이미 조합을 탈퇴한 동지들에게는 위로금을 지급하기로도 했다고 한다. 조합사무실로 상징되는 조합활동도 인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단식까지 하던 한 동지는 요구한것의 80-90%는 따 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와 과제가 남았다고 평가한다.  

 

이번 달 말부터 하이닉스 투쟁도 다시 박차를 가한다고 한다. 지역에서 이래저래 장을 만들고 있는 중인 모양이구 열심히 해볼려고 하는 모양이다. 연구소에서 부르는 소위 장투 '하3형제' 중 하이닉스와 하이텍이 남았다.

 

하지만... 하이스코가 승리한 다음날 KTX 동지들은 또 연행이 되었다.

 

참.. 멀다.

 

#2.

 

낯설기만 한 촛불 집회...

 

효순이 미선이 때는 왠지 집회를 안 갔었고, 탄핵반대 때는 당근 짜증나서 근처도 가지 않았다. 문득, 거리에서 촛불을 드는게 처음인것 같았다.

 

타들어가는 초는 이상하게 사람의 감정을 자극한다.

 

초 하나가 다 타들어 가는 시간동안 대오 맨 뒤에서 문화제를 바라보면서 차가워지는 날씨에 그 작은 따뜻함이 참 좋았더랬다. 컵받침으로 만들어진 종이컵에 다른 모습으로 쌓여가는 양초를 바라보며 켜켜이 쌓여 있을 그 따뜻함이 평택에 전해질거 같아 마음이 편안해진다.

 

촛불은 그렇게 우리를, 너와 나를 연결해 주는 것이더라.

 

#3.

 

걷기 투쟁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만한 힘 없는 집회는 사실 허탈하기 이루 말할데가 없었다.

 

하지만, 중간에 내려 2시간여 대추리를 향해 자박자박 걷는 그 길이 참 좋았다. 햇살이 따사롭기 그지 없고 신초록으로 물들어 있는 들을 꼭꼭 동지들과 밟아가다 보니, 이 땅을 지키지 못 했음이 그렇게 죄스럽고 아쉬울 수가 없다.

 

기껏 10명도 안 되는 우리들  땜시 한 10대쯤은 되보이는 전경차에서 쉬다말고 내려와 대오 맞추는 전경들이 밉기도 하고, 좁은 길에서 몸싸움하니라 지친 동지들이 안타깝기도 했고, 대추리는 근처에도 못 가봤지만

 

그저... 거기에 있는게 편안했다.

 

난, 그 땅이 너무 좋았다. 꼭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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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5 14:16 2006/05/1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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