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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것, 죽이는것

 

 

 

 

얼마전에 쥐를 잡았다

밀가루랑 설탕이 터져있길래 꼬리가 잡힌 골방쥐 한마리는 계단 구석에 갇혀 꼼짝 없이 덜덜 떨다가 밖으로 튀어나오자마자 이모부가 내려친 막대기에 죽었다

들쥐처럼 커다란게 아니라 햄스터처럼 조그만 골방쥐였다

 

방금 나는 다리가 많이 달려서 엄청 빨리 뛰는 지네같은걸 약을 엄청 뿌려서 죽였다

무서워서 소름이 너무 돋아 지금까지 다리가 가려운 기분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할머니 댁으로 가려고 할땐 초록색 꽃뱀을 만났다

바위틈으로 스스슥 숨어버렸는데 마당에 뱀이 있다는 사실에 너무 놀랐다

없었으면 좋겠다

 

마당 데크에 벌이 집을 지어놓은지는 이미 꽤 된 일이다

하지만 어제 이모부를 한방 문 죄로 오늘 밤 벌 집엔 에프킬라가 발사되었다

 

한달 전, 내 방 창문앞에 조그만 새 한마리가 떨어져 있었다

내 방 창문에 비친 하늘로 힘차게 날아가다 부딪혀 죽었겠지

원래 네가 다녀야 할 길일텐데, 여긴.

 

 

난 벌레가 엄청 무섭지만 죽이고 싶지 않다

오히려 내가 벌레가 무서운 것은 쉽게 죽기 때문인것 같다

벌레를 보면 내 입으로 들어올 것 같은 공포감,은 그 다음의 문제이다

하지만 너무 벌레들은 내 마음을 몰라서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기때문에 무섭다

그래서 때론 죽여야 내가 산다

 

아직 쥐와, 뱀과, 지네와, 새와 같이 사는 방법을 모르는 내가 싫다

쥐도 뱀도 지네도 새도 내가 무서울텐데, 힘이세서 나만 죽일 수 있다

그렇게 살아도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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