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주요 이슈에 대해 "진전이 없었다"며 다른 정당들과의 이견이 극복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기사연합(CDU·CSU)은 지난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이후 녹색당, FDP와 연정 협상을 벌여왔다. 기존 연정 파트너이자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은 총선 직후 일찌감치 연정에서 탈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19일 크리스티안 린트너 자유민주당(FDP) 대표가 연립정부 구성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협상이 결렬된 직후인 20일 "오늘은 최소한 독일의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날"이라며 "총리로서, 과도정부의 총리로서, 다가오는 험난한 몇 주 동안 이 나라가 계속해서 잘 운영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정 협상을 끝내 결렬로 이끈 '주요 이슈'들 중에는 난민, 에너지, 재정 정책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FDP 린트너 대표는 주요 이견 외에도 협상에 나선 세 정당 사이에 연립정부를 구성할 만큼의 신뢰가 조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협상 결렬 직후 유로화는 급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일 오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유로 환율이 전일 대비 0.6%까지 떨어졌다가 0.4% 하락한 1.1744달러를 기록중이다.

연정 협상이 결렬되면서 메르켈 총리에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정치사에서 전례가 없는 두 개의 옵션 밖에 남지 않게 됐다. 녹색당과 함께 소수 연립정부를 구성하거나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것. 그러나 어느 쪽도 쉽사리 선택할 수 없는 처지다.
소수 정부를 구성할 경우, 메르켈 총리의 네 번째 임기는 그리 순탄치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나하나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입장이 됨에 따라 난민 정책은 물론, 경제, 유럽연합(EU)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한 정책기조 전반이 흔들릴 수 있는 것.
조기 총선도 부담이다. 총선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원내 제3정당으로 급부상한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선거를 다시 실시했다가 오히려 AfD의 의석을 더 늘려주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로이터는 EU의 리더 역할을 해왔던 독일이 정부 구성에 실패하면서 유로존 개혁, 러시아 및 터키에 대한 EU의 정책 전반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EU의 그리스 구제금융, 크림반도 병함에 대한 러시아 제재 등을 주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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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ele Tantussi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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