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성ㄹ악 DMZ 평화생명지대'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사진은 지난 10일 인제군 서화면 한국DMZ평화생명동산에서 진행된 기획위원 위촉식.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금강-설악 DMZ 평화생명지대'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사진은 지난 10일 인제군 서화면 한국DMZ평화생명동산에서 진행된 기획위원 위촉식.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금강에서 설악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비무장지대(DMZ)와 만나는 강원도 인제군 서화리 DMZ 일원(DMZ, 민북지역, 접경지역). 

20여년 전 북측 금강군 일부를 포함한 이 지역을 '생명에 이롭고 평화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 만들자'고 뜻을 세운 한 평화운동가의 구상이 '금강-설악 DMZ 평화생명지대'사업으로 본격 추진된다.

강원도 인제군(군수 최상기)과 (사)한국DMZ평화생명동산(이사장 정성헌)은 지난 10일 인제군 서화면 한국DMZ평화생명동산 교육마을에서 '금강-설악 DMZ 평화생명지대' 기획위원 위촉식을 갖고 사업 협의와 현지 답사 등을 진행했다.

'금강-설악 DMZ 평화생명지대'는 전체 약 1억 1,208평(3만7,363헥타르) 규모의 DMZ 일원의 대상 지역을 민통선 이북지역(민북지역, 민간인통제선과 남방한계선 사이의 지역)인 '핵심지역'과 주민들이 거주하는 서화 1, 2리 중심의 '배후지역', 그리고 DMZ와 북측을 포함하는 '미래지역'으로 나누어 각각 △생태환경의 보전과 복원 △생명·평화 경제로 산업구조 대전환 △남북협력사업 등에 역점을 두어 진행하는 장기 프로젝트.

당장 구체적으로 실행에 돌입할 활동은 '인제 서화 DMZ 평화생명 특구'사업이다.

DMZ평화생명동산 부이사장인 정범진 특구 기획단장은 최소 특구 조성에만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 연말까지 내년도 사업계획을 작성하고 관련 법 제정 및 개정, 관련 부처 협의와 간담회 등 절차를 거쳐 내년 8월까지는 기본계획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는 남쪽에서 먼저 추진할 수 있는 핵심지역과 배후지역의 사업을 진행하고, 미래지역에 대해서는 상황과 조건이 성숙할 때 북측과 협의하여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르면, 먼저 '핵심지역'인 가전리·심적리·대곡리 등 민북지역 약 3,874만평은 전체를 '음양사상오행수목원'의 관점에서 생태환경을 보전하고 복원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 

△금강산과 연계한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벨트 조성 △가전리 습지 보호와 람사르 등재 △지뢰생태공원 △군부대 이전지 활용 평화교육기관 유치 △금강·설악 국제평화생태관광 방문자 센터 조성 등이 제시되어있다.

또 현재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서화 1·2리 마을 2,018만평을 '배후지역'으로 정하고 전체 산업구조를 생명·평화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기순환농업과 재생에너지 중심의 완전자급 △바이오 및 생물자원산업·연구소 유치 △적정기술연구소 및 교육기관 운영 등을 통해 접경지역 주민들의 낮은 소득과 불평등 문제도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과거 인제군 서화면에 있었으나 전쟁 후 북측 금강군으로 편입된 서희리(西希里)와 이포리(伊布里), 장승리(長承里) 등 DMZ를 포함한 북측 지역 5,415만평의 '배후지역'에 대해서는 남북관계 상황을 보아가며 북측과 협의할 계획이다. 

△핵심지역과 배후지역의 사업경험 공유와 협업 △유기농전환 △산림협력 및 임농복합경영, 생태마을 △금강·설악 자유생태관광 모색 △서화면 가전리와 금강군 금강산 연결하는 총연장 35km의 생태친화적 금강·설악 평화도로 추진 등을 구상하고 있다.

 정성헌 이사장은 '생명의 열쇠로 평화의 문을 연다. 그렇게 연 평화의 들판에 통일의 집을 천천히 짓는다'는 생각이 DMZ평화생명지대를 실현하는 길이 될만하다고 소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성헌 이사장은 '생명의 열쇠로 평화의 문을 연다. 그렇게 연 평화의 들판에 통일의 집을 천천히 짓는다'는 생각이 DMZ평화생명지대를 실현하는 길이 될만하다고 소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성헌 이사장은 이날 "본론은 금강-설악 DMZ 평화 생명 지구에 관한 이야기이고, 구체적으로는 인제 서화지구 평화생명특구에 관한 이야기"라며, '금강-설악 DMZ 평화생명지대' 구상에 얽힌 사연과 과정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1998년 서화면민들의 숙원사업이 민북지역인 가전리 일대에서 농사를 짓고 싶어하는 것이라는 인제 군수의 이야기를 듣고 그 지역을 살펴보다 '생명에 이롭고 평화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 쓰자.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인류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 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미치게 됐'던 것이 발단이 됐다. 

그러고 보면 일은 이미 22년전에 시작되었던 것이다.

남북관계로 새천년 밀레니엄을 열려는 열망이 강했던 김대중 대통령쪽에서도 관심과 협조를 아끼지 않았으나 그렇게 일이 빨리 진행되지는 않아서 한국DMZ평화생명동산 교육마을도 2006년에야 착공했다.

그때 계획으로 교육마을은 서하리에 하고, 가전리쪽은 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있으니까 사람들이 드나들되 상주는 하지 않는 생태공원으로 잘 보전·복원하고 연구하는 기능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에 북쪽에도 이야기를 해서 내금강-DMZ 일원에 이와 같은 것을 만들어서 그걸 함께 연구하자는 구상을 했다.

(사)남북강원도협력협회 이사장 자격으로 2000년대 초 이같은 제안을 북측에 했고, 기억하기에 그쪽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당시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이 계획에 관심을 갖고 여섯번이나 찾아왔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주 사업지가 평양으로 옮겨가면서 자연히 멀어지게 된 일도 있다. 진행이 되긴 했지만 실질적인 진척은 좀처럼 없었다.

정 이사장은 "당위성만 가지고 하면 벌써 됐어야 할 일인데, 20여년 가까이 진행했지만 이 정도밖에 못왔다. 그동안 우리들의 노력이 미흡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게 쉬운 문제만은 아니다"라고 하면서 "이걸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져서 성심성의껏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측과는 적당한 시점에 이야기 하되 (남쪽과)동시에 하려고 하면 어느 천년에 될지 모르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여기서 먼저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시, 왜 이 일을 꼭 해야 하는가?

정 이사장은 "우리에게 평화는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지금까지 남북의 평화를 언급하는 순간 핵무기, 탄도미사일 등 정치·군사적 문제로 직결되어 실효성없는 이야기로 끝나버리게 되었다고 하면서 "남북의 평화를 제대로 매개하고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생명의 열쇠로 이 문을 열어야 한다. 생명의 질서를 가지고 평화이야기를 해야 진짜배기 이야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명의 열쇠로 평화의 문을 열려고 해야지 급하다고해서 남북평화 문제를 중심으로 하다보면 또 헛짚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구호가 있었다며 소개한 것이 '생명의 열쇠로 평화의 문을 연다. 그렇게 연 평화의 들판에 통일의 집을 천천히 짓는다'는 것.

그래서 인제 서화지구 평화생명특구의 핵심 열쇠말은 생명이다. 

대암산과 향로봉 일대는 남북의 식물이 만나는 우리나라 식물 생태계의 보고인데, 이 일대를 특구로 잘 만들어 결정적으로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한반도 생명의 질서를 구체적으로 만들어 가면서 그 힘으로 다시 온대림과 아한대림이 만나는 압록강 옆 북의 오가산특구와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여길 먼저 만들어야 오가산특구와 만날 근거도 생기는 것이고 그렇게 되어야 남과 북이 함께 한반도의 모든 식물자원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고 역설했다.

또 하나, 결국 사람이 바뀌어야 평화생명지구도 가능한 것이라고 하면서 이 지역뿐만 아니라 강화도에서 고성까지 접경지역 전체를 생명산업과 평화산업으로 대전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시대 생활목기의 중심지였고 현재 임업측정량으로 전국 1위인 이 지역에서 독일산 소나무로 만든 아이들의 장난감을 대체하는 사업, 접경지역 전체를 7개년 계획으로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는 사업, 대규모 장비와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세계 각지의 평화운동가들이 10달러씩 들고와 정성껏 흙을 털어내는 지뢰제거작업 등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이런 여러 가지 일을 하기 위해 평화생명지대의 면적도 1억 2천만평 가깝게 잡았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초심을 유지하면서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면 '생명에 이롭고 평화에 도움이 되는 세계적인 성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로 철거된 12사단 감시초소의 철근, 철조망, 외벽 등 원본기록물을 이용해 2020년 6월 한국DMZ평화생명동산 내에 세운 평화 상징물 '어머니의 땅'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로 철거된 12사단 감시초소의 철근, 철조망, 외벽 등 원본기록물을 이용해 2020년 6월 한국DMZ평화생명동산 내에 세운 평화 상징물 '어머니의 땅'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산정에서 본 금강-설악 DMZ 평화생명지대]

맨 왼쪽 무산에서 가운데 국사봉, 비로봉, 장군봉이 보이고(위쪽 사진), 금강산 비로봉과 내금강 외금강 산줄기가 좀 더 가까이 보인다.(아래사진) [사진제공-한국DMG평화생명동산]  
맨 왼쪽 무산에서 가운데 국사봉, 비로봉, 장군봉이 보이고(위쪽 사진), 금강산 비로봉과 내금강 외금강 산줄기가 좀 더 가까이 보인다.(아래사진) [사진제공-한국DMG평화생명동산]  

아직 열린 적 없는 인제 DMZ 평화의 길 구간 중 대곡리 초소가 포함된 1052고지에서 '금강-설악 DMZ 평화생명지대'의 북측 지역을 내려다 볼 수 있다.  

1052고지는 백두대간의 주 능선으로 남측 최북단 지점이며 남북으로 설악산-향로봉-금강산을 연결하는 상징적 장소이다.

북쪽으로는 삼치령(三峙嶺)-무산-국사봉-호룡봉-백마봉-차일봉-금강산 비로봉으로 약 50km, 남쪽으로는 향로봉(香爐峰)-칠정봉-진부령-마산-신선봉-상봉-황철봉-소청봉-중청봉-대청봉까지 약 45km가 이어진다.

1052고지 정상에서는 동쪽으로 향로봉에서 고성산, 서쪽으로는 대암산-도솔산-가칠봉-매봉-구례산-화천령, 남쪽으로는 산머리곡산-매봉산-안산(한계산), 북쪽으로는 남강(南江)-해금강 삼일포까지 남과 북을 잇는 백두대간 봉우리들이 하나로 연결된 모습을 볼 수 있다. 

구름 한점없는 청명한 가을 하늘아래 백두대간은 의연한 산하의 모습으로 있다.

흐릿하긴 하지만 이곳은 남쪽에서 금강산 비로봉과 내금강, 그리고 외금강 산줄기까지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지역이다.

매봉에서 무산까지. 아래로 장승리와 이포리의 위치가 육안으로 확인된다. [사진제공-한국DMZ평화생명동산]
매봉에서 무산까지. 아래로 장승리와 이포리의 위치가 육안으로 확인된다. [사진제공-한국DMZ평화생명동산]

남과 북을 잇는 백두대간 뿐만 아니라 1052고지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북쪽 지역으로 포함되어 지금은 금강군으로 이름을 바꾼 된 원래 인제군의 3개리인 서희리,  장승리, 이포리 위치가 육안으로 확인된다. 

서쪽으로 가칠봉-매봉-구례산 지역이 서희리이며, 무산 서쪽과 회전령 인근은 이포리, 무산 동쪽과 삼재령, 36통문 인근까지가 장승리이다. 미수복 3개 지역의 면적은 약 15만 6,600km2이다.

전쟁 발발 3년전 서화리에서 태어난 김종율 선생은 "원래 서화면에 8개 법정 리가 있었는데, 현재는 4개리만 있다. 가전리는 민간인이 허가를 받아 출입할 수 있고, 을지전망대에서 바라 볼 수 있는 바로 앞산 지역이 서희리, 그 옆이 장승리, 장승리 뒤쪽이 이포리이다. 이포리는 북측 금강군에 속하고 장승리와 서희리는 남과 북에 걸쳐 있다"고 지형을 설명했다.

전쟁 전 북측 지역의 면 소재지로 번창했던 서화리에 대한 추억이 있는 김 선생은 "마을 가운데 중학교도 있던 당봉(堂峰)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 당일 오후 늦게 구룡폭포로 유람을 다녀 온 부모님의 사진도 갖고 있다"며 임북천을 따라 내금강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 서화리에서 시작된다고 알려주었다.

이헌수 남북강원도협력협회 이사장은 "이곳에서 구룡폭포까지 거리가 40~50km 정도 되니까 부지런히 걸어서 6~10시간 걸렸을 것이고 오후 늦은 시간이면 도착했을 수 있겠다"며 "흔적은 많이 없어졌지만 이곳이 양구 31번 국도보다 금강산으로 가는 가까운 길"이라고 부연했다.

DMZ 평화의 길 구간 중 인제 구간은 견학을 시작도 해 보지 못한 상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6월 예정된 재개 일정도 무산되었고 여전히 방문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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