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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 제의, 판 깨는 그 입 다물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08/08 15:27
  • 수정일
    2013/08/08 15:2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근혜의 KO승? 조선 동아는 과장보도까지
 
육근성 | 2013-08-08 11:30:1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북한이 오는 14일 개성공단에서 제7차 남북실무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 정부가 ‘마지막 실무회담 제의’를 한지 10일만에 북한이 이를 전격 수용한 것이다. 정부도 북한의 제안이 전향적이라며 회담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폐쇄로 치닫던 개성공단이 정상화될 희망을 갖게 됐다.

입주기업, 지옥과 천당을 오가다

정부의 경협보험금 지급 발표로 인해 공단 폐쇄를 각오해야 했던 입부기업들은 벼랑끝까지 몰렸던 상황에서 일단 한숨을 돌린 모습이다. 경협보험금 지급 결정에 입주기업들은 이저리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을 태워야 했다. 최고 70억 한도에서 109개 업체에게 2809억원이 지급되지만 그간의 투자와 수개월간 공장가동을 멈추며 감당해야 했던 손실액 등에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험금을 일단 수령하면 경협보험 약관 33조 3항에 의해 개성공단에 있는 해당 업체의 건물과 설비 등에 대한 권리는 정부로 넘어가게 된다. 투자금의 절반도 안 되는 보험금을 받고 공장을 정부에 넘겨야 하니 말 그대로 울며 겨자 먹기다.

마지막 순간에 북한이 회담을 제안해 왔고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 입주업체로서는 몇시간만에 지옥과 천국을 오간 셈이다. 정부도 이번 7차 회담에 적극 응할 태세이고, 북한 또한 전향적인 자세이어서 일단 조짐이 좋다.

북 전향적 제안, 남 전격 수용... 조짐 좋지만

이번 북한의 제안은 크게 네 가지를 담고 있다. ▲개성공단 잠정 중단 조치 해제 및 기업의 출입 전면 허용 ▲북측 근로자의 정상출근 보장 ▲남측 인원의 신변한전 담보 및 철저한 재산 보호와 함께 “북과 남은 공업지구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하며 어떤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 없이 공업지구의 정상운영을 보장하도록 한다”는 문구가 덧붙어 있다.

사실상 북한이 정부의 요구를 99% 수용한 것이다. 이 정도라면 정부도 북한의 제안을 거부할 명분이 없게 된다. ‘개성공단 중단 조치 해제’와 ‘북측 근로자 출근 보장’ ‘정상운영 보장’만으로도 개성공단 정상화의 핵심쟁점이 해소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장애는 있다. 우리 사회에 남북경협을 부정적으로 보고 개성공단 폐쇄를 주장하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 이들이 지난 6차 회담까지 그랬듯이 또 ‘훼방꾼’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회담 수용 발표가 있자마자 보수언론들은 앞 다퉈 판을 깨려는 의도가 담긴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훼방꾼들, 그 입 또 놀린다

‘훼방꾼’이 문제다. 북한의 7차 회담 제안에 대해 조선, 동아, 중앙, 서울, 문화, 국민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판이 깨질 수 있는 망언을 기사화하고 있다. 재발방지 약속이 빠져있다는 등 이번 제안을 왜곡하는 기사도 있지만, 정부가 공단 폐쇄 수순을 밟자 북한이 항복한 것이라는 투의 보도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제안을 전격 수용하자 이제는 남북의 기싸움에서 박근혜 정부가 이긴 것이라는 주장을 펴며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

“개성공단 재개, 다급한 북 고개 숙였다”

“경협보험금 지급 결정에 즉각 반응”

“북, 정부의 개성공단 중대 결정에 회담 제안”

“북, 개성공단 가동할 수밖에 없은 상황인듯”

“침묵하던 북, 돌연 태도 바꾼 배경”

“북, 개성공단 폐쇄 급제동... 정치군사 조건 삭제”

보수언론들이 남북회담을 회담으로 보지않고 한판 싸움으로 보고 있었다는 게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개성공단은 차라리 폐쇄되는 게 나으니 북한과의 대결에서 절대 밀리지 말라고 정부를 선동해온 저들이다.

박근혜의 KO승? 조선 동아는 과장보도까지

조선과 동아는 과장보도를 했다. 북한의 회담제의를 정부가 전격 수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두 신문은 작당이라도 한 듯 비슷한 기사를 올렸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에 대해 ‘KO승’을 거둔 양 자극적인 제목을 뽑았다.

조선의 경우 “북, ‘어떤 경우에도 개성공단 정상운영 보장하겠다’”는 기사 제목이 톱으로 올라왔지만 이를 클릭해 보면 ‘북 조평통 개성공단 잠정중단 해제...14일 7차 회담제안’이라는 기사가 뜬다. (8월 7일 21시 현재)

 

동아도 “북, ‘개성공단 출입 전면허용...어떤 경우에도 정상운영’”이라는 기사를 메인으로 올렸지만 이를 클릭하면 ‘북 개성공단 중단해제, 신변 및 기업재산 철저보호’라는 기사로 연결된다.

어찌된 영문일까. 북한의 제안에는 “어떤 경우에도 정상운영 보장”이라는 표현이 들어있지 않다. 조선과 동아가 자의적으로 끼어넣은 것이다. 북한이 무릎을 꿇었기 때문에 정부가 북한의 회담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려는 수작이다.

회담이지 '무릎 꿇리기'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KO승’ ‘북한의 KO패’이렇게 여론을 호도하고 싶은가 보다.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으며 절충점을 찾아 가는 게 회담이다. 하지만 보수언론에게는 남북회담을 ‘북한 무릎 꿇리기’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사실 결렬됐던 6차 회담도 보수언론들의 ‘판 깨기’만 없었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다. 지난 7월에 있었던 6차 회담이 결렬됐던 이유는 두 가지다. 정부의 융통성 없는 자세와 보수언론들의 획책이 그것이다.

북측 대표와 웃으면서 협상했다고 회담 대표를 갈아치우는 등 정부의 경직된 태도와 용렬함도 회담 결렬에 한 몫을 했다. 또 “남측은 공업지구를 겨냥한 불순한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하며 북측은 이상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 한 출입차단, 종업원 철수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한다”는 북측의 제시한 합의문 문구를 보수언론들이 문제 삼으며 무산되고 말았다.

보수언론들은 북한이 개성공단 중단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려는 것이라며 극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입주업체들의 생각을 달랐다. “우리 정부의 의제가 대부분 북측 안에 반영된 것”이라며 북측 합의안을 받아들여도 무방하다고 맞섰다. 정부가 끝내 보수언론들의 손을 들어주자 업체대표들은 “북측 제안이 전향적”인데도 정부가 반대하고 있다며 “더 이상 정부 편을 들지 않겠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개성공단 줃단에 대한 북한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정부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북한이 핵위협을 하면서도 개성공단에 손대지 않는 것을 놓고 남측 보수언론들은 비아냥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이제 개성공단 정상화 돼야... 판 깨는 그 입 다물라

‘개성공단이 북한의 돈줄인데 절대 건드리지 못할 것’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는 달러가 없으면 북한 지도층이 고급양주 마실 수 없을 것’ ‘달러 퍼올리는 샘을 메울 수 있겠는가’라는 식으로 북한을 자극했고, 공단 체류인력에 대한 신변 위험이 없는데도 ‘인질로 잡힐 경우 구출작전을 벌이겠다’며 그 계획까지 공개해 북한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남북관계는 파탄이 날 가능성이 높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줄도산은 물론 우리 쪽의 피해도 천문학적이다. 이번 7차회담이 실패로 끝날 경우 공단은 폐쇄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회담이 잘 진행돼 공단이 정상화돼야 한다.

가장 골치 아픈 훼방꾼이 바로 보수언론들이다. 이들 때문에 판이 깨진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개성공단 잠정 중단사태를 야기한 장본인 중 하나가 바로 이들이다. 북한과의 경협이 북한에게만 이로운 게 아니다. 경협은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다.

제발 이제 입을 다물기 바란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국민들과 발을 동동 구르며 사태를 지켜보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고통을 생각해서라도 그 판 깨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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