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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가스전 탐사, 교차 검증 안 하면 위험성 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6/15 09:04
  • 수정일
    2024/06/15 09:05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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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동해 석유가스전 개발 추진 관련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추미애 의원실


동해에 대규모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액트지오 분석 결과만 믿고 시추 사업을 추진하는 건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유 탐사는 자료 분석 주체마다 결과가 달라지는 ‘관점의 영역’인 만큼, 다른 업체를 통해 교차 검증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창수 서울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명예교수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동해 심해 석유 가스전 탐사 개발 추진 관련 긴급 토론회’에서 “지구물리학적·지질학적 검증을 확실하게 안 하면, 5천억원을 공중에 뿌려버리는 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국내 학계와 연구계에서도 교차 검증을 했으면 좋을 텐데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부 측은) 교차 검증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기밀 유지 때문이라고 하는데, 교차 검증을 하면서 다른 기업에 기밀을 유출하는 회사에 파산할 정도의 범칙금을 물도록 해 교차 검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는 동해 탐사 자료에 대한 분석을 소규모 컨설팅 업체인 액트지오 한 곳에만 의뢰했다.

정부는 교차 검증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곽원준 석유공사 수석위원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광구의 유망성은 회사의 자산인데, 여러 업체에 새어 나가면 이걸 못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광구 자체가 정부 자산인 만큼 광구 유망성이 공개돼도 사업 진행에는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는 반론에는 “어느 석유회사도 이런 평가를 여러 군데 맡기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석유공사는 국내외 검증단을 꾸려 액트지오 분석을 검증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검증단은 액트지오 분석 결과의 타당성을 검토한 것이 아니라, 분석 방법론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데 그쳤다.

동해 탐사 자료 분석에 참여한 액트지오 구성원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액트지오 선정 배경에 대해 해당 업체 설립자이자 고문인 빅토르 아브레우 박사의 전문성을 내세울 뿐, 다른 구성원 정보는 밝히지 않고 있다.

신 교수는 “아브레우 박사가 석유 탐사 분야에서 전문가인지 몰라도, 분석에 참여했던 10명의 인원 이력서라도 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며 “그분들의 논문 실적이라든지 특허라든지 많은 사업의 경력이 있을 텐데, 그런 것들을 다 보여줬으면 좀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 탐사 자료에 대한 분석은 절대적인 값이 도출되지 않는 분야다. 해석에 따라 유망성에 대한 판단이 크게 엇갈린다. 교차 검증이 강조되는 배경이다.

신 교수는 "시추해서 나오면 그게 정답인 것"이라며 "분석 결과 확률이 0%라도, 시추해서 나오면 100%가 된다"고 말했다.

최경식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동일한 자료를 봐도 탐사 성공률은 회사에 따라 달라진다”며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질학은 속성상 개인의 경험치와 역량, 인사이트가 대단히 중요한 영역”이라며 “많은 현장 경험이나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친 분들이 실패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적은 속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10여 년간 동해를 탐사하다가 포기한 호주의 글로벌 석유 개발 기업인 우드사이드를 언급하면서 “우드사이드와 아브레우 박사, 석유공사 다 각자의 해석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드사이드와 액트지오 간 판단이 왜 달랐는지, 검증단 그룹 내에서 의견이 일치했는지 아니면 달랐는지 상당히 궁금하다”면서 “석유공사가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보기에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 측에 액트지오의 분석 근거를 요구했다. 추 의원은 “(동해 석유 탐사가) 굉장히 비밀스럽게 진행되고 있다”며 “밀행주의 때문에 국민적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석유공사는 의혹을 풀기 위해 과학적 답변을 해야 한다”며 “국회의 자료 요구에 속히 응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미국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지난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열린 ‘동해 심해 가스전’ 관련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2024.06.07. ⓒ뉴시스


“매장량 140억 배럴 부풀려져…성공률 20% 의미 부여 어려워”

동해의 석유·가스 추정 매장량이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액트지오는 유망구조 7곳에 석유·가스가 최대 140억 배럴 매장돼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액트지오와 같은 석유 탐사 컨설팅 업체인 오일퀘스트를 운영했던 장혁준 전 대표는 “140억 배럴과 삼성전자 시가총액 452조원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1배럴당 117달러”라며 “현재 유가가 77~80달러 수준인 점에 비춰 볼 때 약 50% 과대평가 됐다”고 지적했다.

140억 배럴의 추정 매장량을 근거로 자원 가치를 측정하는 건 잘못된 계산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장 전 대표는 “가치 산정에 사용하는 가채자원량은 매장된 원시자원량의 10~30% 정도”라며 “땅속에 1억 배럴이 있고, 회수율이 30%라고 하면, 실질적인 가치는 3천만 배럴이지 1억 배럴이라고 표현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당초 140억 배럴 추정 매장량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장 전 대표 시각이다. 그는 “140억 배럴은 유망구조 7곳의 추정 매장량을 모두 더한 것으로 보인다”며 “1~2곳에서 석유·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은 있지만, 7곳 모두에서 발견될 확률은 굉장히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액트지오가 제시한 성공 가능성 20%도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석유 개발 업계에서의 성공 가능성은 지층에 석유·가스가 매장되기 위한 4가지 요건이 형성돼 있을 각각의 가능성을 곱한 값이다. 먼저 석유·가스를 생성하는 근원암이 있어야 한다. 근원암의 석유·가스는 저류층으로 이동한다. 석유·가스가 새어 나가지 않으려면 덮개암이 뚜껑 역할을 해야 한다. 근원암, 저류층, 덮개암이 그릇을 엎어놓은 형태로 형성된 것을 트랩이라고 한다.

성공 가능성은 4가지 요건의 수치를 소폭 조정하는 것만으로 크게 움직인다. 가령 근원암 100%, 저류층 50%, 덮개암 100%, 트랩 40%라고 하면, 성공 가능성은 20%가 된다. 여기서 요건별 수치를 10%포인트(P)씩 낮추면 성공률은 9%로 떨어진다.

장 전 대표는 “요건별 수치는 회사마다 기준을 정하기는 하지만, 상당 부분 평가자의 주관에 의해 감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공 가능성은 ‘성공 확률이 20%고 실패 확률이 80%’라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성공 가능성이 20%인 지역이 16%인 지역보다 성공 확률이 높다고 얘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공 가능성은 요건별 리스크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며 “‘근원암에 대한 리스크가 가장 크고, 다른 요건은 리크스가 적다’라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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