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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억대 코인 사기’ 태영호 아들 도피성 해외 출국까지…관리 당국은 무방비

태영호 민주평통 사무처장.

 

다수의 일반인들을 상대로 거액의 가상화폐(코인) 투자 및 대출 사기 행각을 벌인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차관급, 21대 국회의원)의 아들 태 씨가 최근 당국의 관리망을 벗어나 열흘 넘게 도피성 해외 출국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26일 ‘민중의소리’ 취재에 따르면 태 씨는 이달 4일 태국 방콕으로 출국했다가 16일 귀국했다. 최고위급 탈북자 가족인 태 씨는 경찰의 신변보호·관리 대상이기도 하다. 출국 당시는 태 씨가 어머니의 출판사 인쇄 대금과 관련한 범죄 혐의점이 발각돼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은 물론 복수의 코인 투자 사기 피해자들로부터 투자금 상환 압박을 받고 있을 때였다. 일종의 도피성 출국이었던 셈인데, 이 과정에서 당국의 제어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법상 탈북자이거나 경찰 수사 대상이라고 해서 무조건 해외 출국이 제한되는 건 아니다. 탈북자도 일반 국민과 동일하게 거주·이전 및 여행의 자유 등 헌법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고, 수사 대상자라고 해서 일괄적으로 출국금지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당사자의 신분상 특수성, 수사 사안의 중대성 등에 따라 법익 침해의 소지가 있는 경우엔 적절한 범위에서 제한될 필요성이 있다. 태 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태 씨는 부모의 지위와 신변보호를 받고 있다는 신분상 특수성을 이용해 복수의 일반인들을 상대로 억대 사기 행각을 벌였다. (관련기사 : [단독] 태영호 전 의원 아들, 억대 코인 사기 ‘확인된 피해자 4명’…부모 내세워 현혹) 취재 과정에서 태 씨의 해외 출국은 추가 범행 가능성과 신변의 위험성을 동반한 채 이뤄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취재진은 태 씨가 도피성 출국 후 태국 현지에서도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여행객들을 현혹해 유흥비를 마련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태 씨로부터 코인 투자 명목으로 건넨 돈 일부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태국행에 동행했던 A씨는 “태OO가 사우디 국적 친구를 클럽에서 만나게 되는데, 그 사람과 3일 동안 동행하면서 돈을 뜯어내더라. ‘아빠가 국회의원인데 돈 좀 빌려달라. 한국 가서 주겠다’는 뉘앙스였다”라고 말했다. 또한 “태OO가 가상화폐 환전 브로커를 만나는 것도 봤다”고 했다. A씨가 갖고 있던 휴대전화를 팔도록 종용해 체류비를 마련하기도 했다고 한다.

태 씨가 향한 곳이 동남아시아 지역이라는 사실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특히 태국은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과 같이 북한과 수교한 국가이며, 북한 측 요원들의 활동도 활발한 곳이다. 최고위직 탈북자 가족인 태 씨가 현지에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납북이나 자진 입북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A씨는 “태OO는 항상 누군가 자기를 찾아올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며 “(그 누군가는) 북한 측일 수도 있고 경찰일 수도 있고 두 가지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또한 태 씨가 절박한 상태의 피해자 A씨를 코인 투자 사기 피해 대금을 상환해주겠다는 명목으로 회유해 태국에 같이 데리고 갔다는 사실 자체도 문제다. 태국 체류 기간 동안 동행한 A씨의 신변도 태 씨와 함께 높은 위험에 노출된 상태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태 씨 수사와 관련한 경찰 조치의 적절성 문제가 발생한다. 이미 경찰은 지난달 28일 출판사 인쇄 대금 관련 사건으로 태 씨를 소환 조사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태 씨가 제주극동방송 직원 자격으로 극동방송이 주최한 행사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다가 돌아온 당일이었다. 태 씨는 또 다른 피해자 B씨에게 자신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과 혐의 내용을 상세히 언급했다. 태 씨는 B씨에게 “작년에 국방부에서 주문 들어온 책 인쇄 대금을 뻥튀기하려고 문서 조작. 여기서 들통”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태 씨의 출국 제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태 씨는 이달 초 태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할 수 있었다. 주태국한국대사관 경찰 영사 측에 수사 관련 협조 요청을 하는 등 태 씨의 추가 범행을 막기 위한 국내 경찰의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경찰 영사는 피해자 A씨 가족의 요청에 의해 A씨의 귀국을 도왔는데, 이 사실을 인지한 태 씨가 현지에서 잠적하는 바람에 태 씨와는 접촉할 수 없었다. 태 씨는 태영호 처장을 비롯한 가족들의 설득에 의해 지난 16일 귀국했다. 태 처장은 아들보다 먼저 귀국한 A씨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말 큰일이다. 어떻게 하면 OO를 태국에서 데려올 수 있을까”라며 걱정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변보호 대상이라고 해서 그 사람이 해외 나가는 걸 못 나가게 하고 이럴 수는 없다. 다만 형사사건에 연루됐을 경우에 출국금지를 하냐 마냐는 수사기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태 씨는 범행 과정에서 B씨에게 신변보호 경찰관 실명 ‘정OO’를 언급하면서 “저희 가족이 들어올 때 울나라에서 제일 강한 형사들로 신변팀이 구성됐다. 그때부터 이 형이 제가 사고치면 다 봐줬다. 이라크 전쟁 때 파견된 특전사 출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B씨에게 종용한 이른바 ‘코인 대출’과 관련해서는 “저희 다 끼고 합니다. 경찰까지”라고 말했다.

태 씨 말처럼 신변보호 경찰관이 태 씨의 각종 의심스러운 행적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인지했다면 그에 따른 조치가 있었는지 등도 사실 여부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

경찰 측은 “태 씨가 신변보호 대상이고, 관련 내용이 노출되면 테러 등 위해 위험이 높아져 내용 확인이 불가하다”며 태 씨의 신변 관리 문제에 관해 답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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