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당선될 경우 백악관 안보보좌관 후보로 유력한 엘브리지 콜비 (전 미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가 한국에 와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어요. 윤석열에게 외교·안보정책을 조언하던 외곽그룹, 보수적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 등 지금 보수 쪽에서 한국 자체 핵무장론을 현실화하기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핵우산을 찢어진 우산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물 건너 갔다' 이렇게 연결 지어서 이런 흐름이 여의도 정치에 상륙할 것 같아요. 그래서 레임덕에 처한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으로 통해 발표한 '워싱턴 선언'으로) 만들어 놓은 확장억제나 비핵화 마저도 흔들릴 가능성이 큽니다."
군사·외교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미국 대선일을 목전에 둔 지난 2일 <프레시안>의 유튜브 생방송 '강상구 시사콕'에 출연해 미국 대선과 관련한 한국 보수세력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했다. 미국 공화당 뿐아니라 민주당 모두 이번 대선을 앞두고 발표한 정강에 '한반도 비핵화' 목표가 빠진 것을 한국 보수 일각에서 자체 핵무장론을 현실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날 함께 출연한 최광철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대표는 '한반도 비핵화'가 빠진 이유에 대해 "미 정계에서 현실 불가능한 구호적인 정책으로 북한과 모든 관계가 단절되면서 북·중·러 블록이 강화되고 급기야는 북러 조약이 맺어지고 파병, 포탄 수출까지 나오게 됐다, 오히려 미국 국익에 안 맞는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30일 한미 국방장관이 내놓은 공동성명에서도 '비핵화'라는 단어가 9년 만에 빠지게 됐다.
이런 '핵무장론'은 실제 지난 6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을 하면서 더 커졌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최초로 제3국이 참전하게 된 것이라는 점에서 '확전'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보다 한국의 군산복합체가 더 걱정 된다"
김 전 의원은 "전쟁 비용은 계속 늘어나고 세계 식량과 에너지 공급망의 타격으로 고통이 커지니까 전세계가 종전을 고심하고 있지만 실상은 확전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 더 나아가서 세계 3차대전까지 예견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혀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김 전 의원은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쟁터에서 플랫폼 기업들이 군산복합체를 압도하는 최초의 전쟁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가 와이파이를 공급하고, 우버가 물류와 배급체계를, 마이크로소프트가 전자적 심리전을 제공합니다. 원래 실리콘밸리의 정신은 평화를 지향했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는 시험대로 전쟁을 활용하는 양상까지 됐어요. 그래서 이 전쟁은 과거 우리가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문제라고 봤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해졌어요."
이런 상황에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김 전 의원은 "미국의 군산복합체보다 한국의 군산복합체가 더 우려된다"고 말한 이유다. 최광철 대표는 "지금 한국 정부가 대놓고 무기를 선전하고 다니고 있는데 나중에 크게 역풍을 맞을 것"이라면서 "어느 정부가 무기를 판다고 자랑하고 다니냐"고 덧붙였다.
"헤리스 참모들을 '듣보잡'이라고 폄훼하는 김태효, 트럼프 되면 무기 많이 팔아 좋다고?"
윤석열 정부 외교 실세라고 알려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런 속내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기도 했다. 김 실장은 지난 9월 세종연구소 포럼에서 미국 대선과 관련해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의 안보 우산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고, 분쟁 지역에 대한 안보 불안이 커지고 그러면 여러 각지에서 한국 방산 수출 기회가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발언이었다"고 말했다.
"김태효 차장은 (민주당 대선후보인) 해리스의 외교, 안보를 조언하는 참모들에 대해 '듣보잡'이라고 평가하면서 해리스가 대통령이 돼서 이 사람들과 외교안보 파트너가 됐을 때 본인이 가르쳐야 된다고 말했어요. 이전에 이 분이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한 발언보다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오만불손하고 독선적인 외교 참모들이 윤 대통령을 포획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김태효 차장은 당시 해리스에 대해 "외교·안보를 조언하는 참모들, 사회 이슈에 대해 조언하는 전략가들의 이름이 생소하다"며 "이분들을 상대했을 때 제가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편집자)
오는 5일 있을 미국 대선에 대해 최광철 대표는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더 높게 봤다. 김 전 의원도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도 300만 표를 넘게 많이 받고도 경합주에서 져서 선거인단 수를 트럼프가 더 많이 확보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다"며 "현재 미국 대선제도는 공화당에 유리하다"고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을 더 높게 봤다.
최 대표는 트럼프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언제 선거 결과가 나올 것이냐도 초미의 관심인데 조지아주 같은 경우는 결과를 확정짓는데 거의 열흘에서 2주까지 걸린다는 경우도 있고, 압도적인 승리가 안되면 결과가 나오는데 시간이 걸리면서 (2020년 대선 때처럼) 트럼프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거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가 향후 한국의 외교와 정치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크지만 한국의 주체적 '의지'가 결국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얼마전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부 장관이 쓴 글을 봤는데, 지금 세계의 위기를 조장하는 4대 천왕이 있는데 첫째가 포퓰리즘, 둘째가 고립주의, 셋째가 보호무역, 그 다음이 민족주의라는 겁니다. 이것들이 엉키면서 세계 위기가 조장이 된다는 겁니다. 한국도 윤석열 정부에서 다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트럼프가 당선이 된다면 포퓰리즘과 고립주의가 가장 우려스럽습니다. 외교가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꺾일 수 있고, 2019년 '하노이 노딜'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겁니다. 대한민국이 진짜 중견 국가로서 평화에 대한 어떤 굳은 의지와 결기를 갖고 주변 정세를 돌파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김종대)
"트럼프냐, 해리스냐도 중요하지만 미국 의회에 발의된 '한반도 평화법안'에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52명의 연방 하원 의원들이 지지 입장을 밝혔습니다. 민주당 48명과 공화당 4명, 특히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쪽 의원들입니다. 한반도 전쟁 종식과 평화협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이 법안은 우리 재미 한인 유권자들이 노력해서 여기까지 성과를 낸 것입니다.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평화 프로세스의 문제입니다." (최광철)
자세한 인터뷰는 '강상구 시사콕'에서 볼 수 있다. (바로 보기 : https://www.youtube.com/watch?v=c8YgbtG9Uyk)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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