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변론도 화제였다. 민주공화국과 헌법의 가치와 원칙만이 아니라 군인 아들을 둔 아버지의 걱정, 아이들과 역사, '시인과 촌장'의 노랫말까지 언급했는데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하다.
"제일 자랑스러운 부분이 최종변론 기획이다. 우리는 항상 저쪽이 언제든, 어떻게든 소송을 파탄시켜 정당성을 떨어뜨리는 시도를 하리라고 우려했다. 그런데 변론 막바지에 문형배 재판관이 '다음 변론에서 중간 정리를 하면 좋겠다'고 하기에 '재판부는 상대방의 최종변론 거부를 미리 준비한 것'이라고 예측했고, '그렇다면 실질적인 최종변론으로 준비하자'고 계획해서 그동안 못했던 쟁점 주장 PPT를 하고 김이수 대표가 마지막 발표를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저쪽에서 최종변론에 순순히 응하더라. 또 박근혜 탄핵사건에선 최종변론에 1시간을 줘서 우리는 거기에 맞추기로 계획했다. 그런데 저쪽이 '2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문형배 재판관이 '그러면 여기(국회 쪽)도 2시간 하세요' 했다. 고민이 시작됐다. '이미 최종변론을 했는데 같은 내용을 반복하면 국민들한테 예의도 아니고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어떻게 채우지?'
그런데 저는 예전부터 대표 세 분(송두환, 김이수, 이광범)만 하면 너무 밋밋하겠다고 생각했다. 민주주의 문제, 헌법을 지키는 문제는 다음 세대한테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또 거리에서,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분들의 구성을 봐도 젊은 여성이 많다. 그들의 목소리를 담기에는 세 분 대표만으로는 상징성이 부족하다 싶어서 젊은 사람들을 넣고, 여성 변호사들도 같이 최종변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변론) 시간이 탁 늘어나니까. 제가 좀 혼날 각오를 하고 '다양하게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 왜 혼날 각오까지 했나.
"불쾌할 수도 있지 않겠나. 하지만 다들 흔쾌히 동의해서 제가 '대표 세 분 제외하고 나머지는 오디션 합시다' 했다. 최종변론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각자 원고를 보내라고. 대표까지 총 17명인데 모두 다 사실은 참여하고 싶지 않겠나. 하지만 다 할 수 없으니까 이 사건에 대한 자신의 관점, 개인적인 이야기,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각각 써서 보내달라고 했다.
그런데 탄핵심판에 관해 이야기하라고 하면 다 비슷하다. 비상계엄이 느닷없이 있었고,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고, 헌법을 사랑한다고 끝난다. 이대로면 8명이 다 똑같은 얘기를 하는데 아무런 설득력이 없고 지루한 변론이 된다. 그런데 도착한 원고들에서 그런 방향이 느껴졌다. '또 중복되고 있구나.' 그래서 각각 원고를 읽고 제가 거기서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여태까지 하지 않았거나 설득력 있는 부분, 국민에게 감동 줄 부분을 지적하면서 키워달라고 했고 다들 고쳐줬다."
- 반면 대통령 쪽 대리인단에선 김계리 변호사의 '저는 계몽됐다'는 말이 주목받았다.
"그쪽 주장은 우익들, 어쩌면 극우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호소력과 감동을 줄 수 있는 변론을 하고자 하는 의도였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변론을 하는 입장이라고 하더라도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무너뜨리는 변론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윤리적으로도 옳지 않다. 저쪽 변론 중 일부는 그런 변론이었다. 선거 부정이라든지, 계몽령이라면서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는 변론들은 헌법에 대한 국민들의 신념 자체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변론이다. 더군다나 온 국민이 보는 변론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런 변론을 해선 안 됐다."
[인터뷰 ②]"내란죄 철회 입구 넘는 순간… 이기겠구나"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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