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ary No. 261, July 15, 2009
우파의 반격
("The Right Strikes Back!")
조지 W. 부시가 재임하던 시기, 라틴 아메리카 중도 좌파는 지난 2백 년 이래로 가장 큰 세력화를 이뤘다. 버락 오바마가 재임하는 동안에는 라틴 아메리카 우파의 복수가 벌어질 모양이다.
두 말할 것 없이 그 이유는 동일하다. 세계 정치의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헤게모니 쇠퇴를 겪고 있는 미합중국의 복합적 위상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미국은 주제넘게 나설 수 없어졌는데도 동시에 모든 세력에게 자기네가 벌인 놀음판에 자기네 편에 서서 개입해주길 바라는 나라가 됐다.
온두라스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온두라스는 거만하고 완고한 지배계급이 오랜 동안 미국과의 긴밀한 연계 아래 주요 미 주둔군 기지를 두고서 라틴 아메리카 과두 체제를 확고히 떠받쳐온 기둥 중 하나였다. 자체 군사력의 신규충원은 신중하게 이뤄졌는데, 대중추수적인populist 감수성을 가진 장교들이 행여 오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대선에서는 마뉴엘 젤라야가 당선됐다. 지배계급의 지지로 당선된 그는, 역대 대통령들이 했던 대로 직무를 수행할 것으로 기대받았다. 이런 기대와 달리, 그는 좌편향 정책을 펼쳤다. 외딴 농촌에 학교를 세우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며, 보건소를 설치하는 등 자국 인구 대다수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갈 만한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취임 초기 그는 미국과의 FTA를 지지했다. 하지만 2년 뒤, 그는 우고 차베스가 창설한 조직인 아메리카볼리바르대안(ALBA)에 참여했고, 그 결과 온두라스는 베네수엘라 산 석유를 저가에 공급받았다.
그러고서 젤라야는 개헌 추진단위 조성에 대한 찬반을 묻고자 자문형 국민투표 실시를 제안했다. 과두 세력들은 젤라야가 이 제안으로 재임을 노리는 것이라며 아우성이었다. 하지만 그건 명백한 거짓말이었다. 국민투표는 그의 후임이 뽑히고 난 다음날 치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군부는 왜, 대법원과, 입법부, 가톨릭 지도부의 지지로 쿠데타를 일으켰을까? 여기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젤라야에 대한, 그리고 미국에 대한 그들의 시각이다. 1930년대, 미국 우파 진영에선 프랭클린 루즈벨트를 “계급의 배신자”라고 공격했다. 온두라스 과두 세력에게 “계급의 배신자”는 바로 젤라야다. 본보기로 처단해야 마땅한 인물인 셈이다.
미국에 대해선 어떨까?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상당수 좌파 논평가들은 블로그에서 요란스레 그것을 “오바마의 쿠데타”라 명명했다. 이런 규정은 핵심을 놓치고 있다. 젤라야도, 거리로 나선 그의 지지자들도, 심지어 우고 차베스나 피델 카스트로조차 이번 사건을 그렇게 단순화해서 보진 않는다. 이들은 모두 오바마와 미국 우파(정치지도자들 내지 군 인사들) 간의 차이에 주목하는 가운데, 훨씬 더 미묘한 뉘앙스가 담긴 분석을 거듭 내비쳤다.
이번 쿠데타를 가장 원치 않는 게 오바마 행정부라는 건 꽤나 분명해 보인다. 쿠데타는 오바마의 (대온두라스) 지원을 강제하려는 시도였다. 쿠바계 미국인으로 부시의 자문역이기도 했던 공화당산하 국제공화연구원 소속 오토 라이히처럼, 미국 우파의 핵심 인물들이 이를 부추겼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는 그루지야 대통령 사카쉬빌리가 지난 2008년 여름 남 오세티아를 침공했을 때 미국의 지원을 압박하려 한 경우와 유사했다. 그루지야의 남 오세티아 침공 역시 미국 우파와의 공모 아래 이뤄졌는데, 러시아의 군사 개입으로 재미를 보진 못했다.
온두라스 쿠데타 이후, 오바마는 계속 부대껴해왔다. 그리고 온두라스와 미국 우파들로선 현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을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며 만족을 표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 그들의 분노에 찬 발언들을 보라. 쿠데타 집권세력의 외무장관 엔리케 오르테즈는 오바마더러 “un negrito que sabe nada de nada”라고 했다. 스페인어 “negrito”가 얼마나 경멸적인 의미를 지녔는지에 대해선 상당한 논란이 있다. 나라면 “쥐뿔도 모르는 깜둥이”라고 번역할 텐데, 어떻든 주온두라스 미 대사는 그런 모욕적 발언을 두고 날카롭게 항의했다. 오르테즈는 자신이 “불행한 표현”을 한 데 대해 사과했고, 타 부처로 전직됐다. 그는 온두라스 방송국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종적인 편견 같은 건 없어요. 전 미국 대통령이 된 그 제당공장 깜둥이를 좋아합니다.”
미국 우파의 경우 의심할 바 없이 (오르테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정중했어도 비난은 훨씬 더 거셌다. 공화당 상원의원 짐 드민트와 쿠바계 미국인인 공화당 대표 일레나 로스레흐티넨, 보수파 변호사 마누엘 에스트라다는 한결 같이 저 쿠데타가 그저 온두라스 헌법을 수호하려는 것일 뿐 쿠데타가 아니며, 따라서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우익 블로거 제니퍼 루빈은 지난 7월 13일 “온두라스: 오바마는 틀리고, 틀리고 또 틀렸다”는 제목의 포스트를 올렸다. 온두라스의 루빈이라 할 만한 인물인 라몬 빌레다는 7월 11일 오바마를 상대로 공개 서한을 띄웠는데, 거기서 그는 “미국에서 중대한 순간에 실수로 동맹국이자 우방을 버린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했다. 이러는 사이, 우고 차베스는 국무부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해놓은 상태다.
온두라스 우파는 젤라야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까지 이렇게 벌려놓은 판을 지속하려 들 것이다. 목표를 달성한다면, 그들로선 이기는 게임이 될 거다. 그리고 과테말라, 살바도르, 니카라과 우파들은 더 이상 우파가 아닌 자기네 나라 정권을 엎고자 온몸이 근질거려하는 가운데, 날개를 펴기에 앞서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온두라스 쿠데타는 라틴 아메리카 대륙에서 벌어지고 있는 좀더 커다란 상황맥락 속에서 봐야 한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우루과이도 그렇고, 특히나 칠레의 경우, 올해나 내년 선거에서 우파가 승리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아르헨티나, 칠레, 파라과이, 우루과이를 기본으로 브라질, 볼리비아, 페루까지 아우르는) 대륙 남부 출신의 걸출한 세 분석가들이 책을 냈는데, 이 중 가장 덜 비관적인 아르헨티나 정치학자 아틸리오 보론은 “쿠데타의 무익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브라질의 사회학자 에미르 사데르는 라틴 아메리카가 “반反신자유주의의 심화냐, 보수적 회귀냐”라는 선택과 마주한 상태라고 말한다. 우루과이의 저널리스트인 라울 지베치는 자신의 글 제목을 “돌이킬 수 없는 진보주의의 타락decaence”으로 잡았다. 사데르 식 대안이 너무 때늦은 것이라는 생각을, 그는 효과적으로 피력한다. 각각 브라질과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칠레 대통령인 룰라와 바스케스, 페르난데스, 바첼렛이 펼친 취약한 경제정책들은 (그가 보건대 이탈리아 총리 베를루스코니의 스타일을 따르는) 우파를 강화해온 한편으로 좌파는 분열시켰다는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좀더 단도직입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좌파가 집권한 건 미국이 처한 혼돈과 경제적으로 좋았던 시절이 맞물린 덕분이었다. 지금 라틴 아메리카 좌파는 미국의 혼돈과 여전히 마주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반대 상황에 처해 있다. 그리고 현 집권세력이라는 이유로 이들에 대한 비난은 거세지는 중이다. 사실, (공황에 들어선) 세계경제에 대해 중도좌파 정부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거의 아무것도 없건마는 말이다.
온두라스 쿠데타에 대해 미국은 추가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글쎄, 물론 할 수야 있다. 무엇보다, 저 쿠데타를 쿠데타라고 공식 천명할 수가 있다. 이럴 경우, 미국 법률에 따라 온두라스에 대한 모든 지원은 중단될 것이다. 펜타곤이 지속적으로 온두라스 군부와 맺어온 관계를 단절시킬 수도 있다. 주온두라스 대사를 소환할 수도 있으며, 젤라야 집권 세력과 쿠데타 지도부 간 “중재”에 나서는 대신 그 어떤 협상도 없다고 못박을 수도 있다.
오바마는 왜 이런 일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그 이유 또한 정말이지 간단하다. 그에겐 이 사안 외에 엄청나게 긴급하다 할 만한 현안이 적어도 네 가지다. 소냐 소토마요르의 대법원 판사 임명 건에, 계속해서 골치를 썩이고 있는 중동 건이 있으며, 연내에(8월 아니면 늦어도 12월까지) 통과시켜야 하는 의료개혁법안 건, 공개 조사 압력이 갑작스레 엄청 치솟는 중인 부시 행정부 당시의 (인권 및 고문 관련) 불법 행위 건이 있다. 유감스럽지만, 온두라스 쿠데타 건은 오바마에게 다섯 번째 현안이다.
오바마가 부대껴하는 건 이래서다. 이러면 아무도 웃지 못할 것이다. 젤라야가 대통령직에 복귀할 수 있을진 몰라도, 그렇다 한들 지금부터 (11월 27일로 예정된 대선까지) 고작해야 석 달이다. 너무 늦는 셈이다. (온두라스 북서부에 인접한) 과테말라를 눈여겨 보라.
이매뉴얼 월러스틴
제가 옮겨보려 했는데, 벌써 또...^^ㅋ
웹서핑 중 발견하여 찾아왔습니다. 요즘 어찌 지내시나요...
어, 올만이구만. 나야, 별일없이 산다,고나 할까ㅋ 당신이야말로 어때. 지체 쫌 있는 군바리니, 그래도 좀나을라나 모르겟다만.ㅋㅋ
말라르메의 고양이 마냥 저도 군인인 척 하느라 힘듭니다...ㅎ 마포로 가면 뵐 수 있나요??
말라르메의 고양이,,? 음, 뭐지 그게(__ ); 암튼 그 고양이도 힘든 모양인갑네.ㅋ 그럼, 마포에 계속 살지. 어쩌다 학교 들르거나 근처 있으면 전화 함 때려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