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그땐 그랬지" 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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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이 세상이란 화선지에 일필휘지하고 싶대도, 이른바 ‘대선승리’에 대한 가열찬 결의만 만땅이믄 뭐한답니까?

진하게 갈아논 먹물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있는진 일단 차치해 두자고요. 더구나 그간 먹을 제대로 갈고나 있었는지조차 아리까리한 상황에서야 멋드러진 휘호 써보겠답시고 주구장창 붓대를 놀려 본들, 결과가 어떨까요 여러분?

뻔하죠 뭐. 대체 뭘 쓰려 했는진 둘째 치고, 뭘 써논 건지 도무지 알다가도 모르기 십상이지 않겠어요?

그 다음 장면은 모르긴 몰라도, 안 봐도 비디오 아닐까 싶어요. 맹물만 잔뜩 적셔놔 우글우글해지기만 했지 적힌 건 아~암것두 없는 화선지를 놓고, ‘뭔가 했다’는 우기기와 화선지만 버린 거 아니냔 지리하고 소모적인 입씨름의 열기만 후끈 달아오르리란 건데요. 요즘 유 머시기 장관께서 하옵셨다는 말을 써먹자면, 그렇게 될 공산이 99%라고 봐요.

1%의 가능성이 있지 않냐고요? 아무리 정치가 “가능한 것들의 기예”가 합을 겨루는 장이라 해도 “냉정한 분석”마저 내쳐도 된단 얘긴 아니죠. 정치가, 더군다나 ‘자본주의 변혁’과 분단체제의 ‘실질적 극복’을 열어젖힐 그런 정치가 무슨 단기성 로또복권 내지 써커스랍니까? 정세분석 따윈 다 필요없고, 그저 의지의 낙관주의만 갖고 들이대면 통하는 게 정치(더구나 진보정치)라면 할 말 없다지만, 이런 식으로 ‘대선승리 쟁취’ 운운하는 건 한마디로 난센스죠.

만에 만에 하나, 그렇게 대선을 이겼다 칩시다. 그런 승리, 어따 써먹을 수 있을까요? 그걸 모르겠어요, 전. 당장 한나라당 집권을 눈 뜨곤 못 보겠답시고, 진보세력이 긴 호흡으로 담금질해 가야할 ‘중장기적 비전’을 찌그러트리잔 건데. 원, 본말전도도 무슨 이런 본말전도가 다 있대요 그래. 도대체 언제까지 반수구전선 운운하며 비지론을 변주할 참인지. 노무현 대통령을 끝으로 이제 그만 정리를 해야지 않겠어요?

노무현이 이제 좆밥으로 판명났으니 이번엔 좀더 왼쪽, 그다음엔 좀더 왼쪽.. 무슨 탄산음료 시음회하는 것도 아니고 이건 도대체..;; 그렇게 정치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 지형을 ‘발그레 하니’^^;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지 자체도 의문이거니와, 왜, 왜, 왜, 왜 미뤄 봐도 자해적 칼질임이 뻔할 일을 굳이 ‘시행착오’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슴다. 이런 모 아님 도식의 승리주의야말로 진보정치에서 젤 경계해야 하는 전략.전술 아니냔 건데요. 아닌가요?

맞서 싸워야 할 상대 수준이 아무리 저열하더라도, 민주노동당 스스로 안이해지진 말아야 할 겁니다. 자유주의 구현에 필요한 ‘기초질서 확립’에 올인해온 한나라당 계열 사람들이든, 경제주의의 관성에 얹혀 가려 하긴 매한가지라 할 열우당 계열의 자유주의자들이 든 말이죠. 사실 저쪽이야 안이하다 못해 닭짓을 해도 관성 덕에 대충 굴러먹는다지만, ‘우리’야 단지 씹는 것만으론, 반대하는 것만으론 안 되는 까닭도 여기 있을 겁니다. 그런데 개방형경선제라니. 제가 보기에 이건, 아주 대놓고 안이해져도 된다는 걸로밖엔 안 보이네요. 왜죠? 한나라당의 집권만은 막아야 하니까?

푸헐~ 뭡니까, 이게?

민주노동당이 지금 내내 띵까띵까 하다 시험닥쳐 벼락치기해야 하는 수험생도 아니고, 명색이 ‘지도부’란 자랑스런 완장을 두르셨다는 분들의 시야가 어찌 그리 좁은지도 도통, 당최 알 수가 없어요. 중장기적 전망을 패대기쳐야 할 만큼 2007년이 그렇게 결정적인 국면인지 그닥 수긍도 안 되지만요.

이리 짱돌을 굴리다 보면, 당을 “개방형 경선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게 정말 대선 승리를 겨냥한 건지도 도통 모르겠단 생각이 들 정도니..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과연 저만의 삽스런 오바일까요, 당원동지 여러분?

이 대한민국이란 척박한 데서 민주노동당을 만든 이유가 뭐였는지, 새삼 다시 곱씹어보자구요. 자본주의 변혁과 분단체제의 진정한 극복에 필요한 먹을 민주노동당이란 벼루에 담아 진성/기간당원제라는 물대기 장치를 기초로, 잰걸음이 결코 아니라 느린걸음으로, 진하게, 진하게 갈아보자는 거 아녔나요?

그렇게 간 먹물을 세상이란 화선지에다가 멋들어진 휘호로, 때론 멋들어진 그림으로 미학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채워가자는 거 아녔냐고요. 때론 가랑비에 옷젖듯 화선지를 먹으로 물들이고, 그러다 때론 양자역학 같은 데서들 말하는 ‘대도약’ 마냥 순식간에 일필휘지하기도 하는 가운데, 현존하는 사회체제들관 아주 다른, 좀더 나은 새 세상/체제를 열어젖히쟀던 거 아닙니까?

다름 아닌, 우리 민주노동당의 창당 취지가요.

이런 그림이 하루 아침에 나오지 않는 것 만큼이나, 당장 올해 대선서 승리한다고 도깨비 방망이 뚝딱 하듯 들이닥치는 게 아니란 건 잘 알고들 계실 테고요(좀 벗어나는 얘기지만, 이른바 ‘통일(혹은 분단체제 극복)’에 대한 섣부른 낭만화를 경계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 아닐까요. 이제 그 자체론 기존 체제 논리의 외연적 확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단 보장이 없으니까요. 그런 진 이미 오래 됐죠 사실.)

진성당원제의 ‘폐쇄성’ 운운하는 얘기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밖엔 안 보이는 것도 그래섭니다. 민주노동당을 왜 만들었는지 자문해 보자구요. ‘자본주의 변혁’과 분단체제의 실질적 극복에 필요한 먹물을 꾸준히, 마니마니, 뭣보다 진하게 갈 벼루가 필요했기 때문였잖아요? 그렇게 벼루 안에서 맹물을 먹물로 만들어갈 때, 좀더 진한 필치를 세상이란 화선지에 남길 수 있다는 건데요. 개방형 경선제인즉슨, 여기에다 더 많은 먹물을 만들 맹물을 다량으로, 그것도 한꺼번에 대잔 얘기죠. 논리적으로야, 물의 절대량이 불어나니 당세확장과 대선승리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리란 구상이라고들 합니다만.ㅋ

지금 정세에서 민주노동당에게 절실한 건 ‘대선승리’가 아니란 건 누차 얘기했죠. ‘대중들’의 급소 내지 성감대를 건드릴 만한 진보적 의제를 갈무리하고 그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는 가운데, 냉정한 자가진단으로 좀더 멀리 내다보는 일이야말로 지상과제 아니냔 검다. 도대체 뭐가 그리 조급한 건지 그 속낼 알 순 없지만, 적어도 “진보정치”를 한다는 ‘지도부’라면 이런 호흡으로 암중모색해야 할 때 아닌가 싶은데요.

그렇건만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갈고 있는 먹물의 진하기와 생산기반도 션찮은 상황서, 설령 1급수를 디립다 들이부어 봐야 어떻게 될까요? ‘대선승리’는커녕 그나마 있던 먹물은 다 희석돼 맹물 되고, 벼루마저 엎어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겸양어법을 썼다 뿐이지, 이는 선연하니 눈에 보이는 광경이란 판단입니다만. 중장기적인 시야에서 중요한 게 맹물의 보유량이 결코 아니라, 그걸 얼마 만큼이나 먹물로 갈아내고 또 보유할 수 있느냐라 했을 때 이건 중대하고도 심각한 대목 아닐까 해요. 지도부에서 바라는 게 이런 겁니까 혹시? 아니시라면, 이걸 굳이 밀어붙여야 할까요? 그렇다면 왜죠?

진성/기간당원제란 건 어디까지나 “독립을 추구하되 고립되지 않는다”는 진보정치의 원칙에 따라 민주노동당이란 벼루의 역할을 극대화하자는 데 있는 거 아닙니까? 근데, 이 원칙이 폐쇄성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요? 설령 폐쇄적 면모를 보인다 하더라도 그건 내적 쇄신을 통해 연계를 강화해갈 일이지, 개방형 경선제란 ‘외부충격’ 효과를 통해 해결할 사안은 아니라 봅니다. 그건 짓던 밥솥 뚜껑 열고 물 붓자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거죠. 결과야 뭐, 죽도 밥도 안 되는 걸 테구요 물론. 백 번 양보해 개경제가 설혹 ‘쓸모’가 있다 한들 그게, 기간당원제를 사실상 유명무실화해가면서 기어코 추진해야 할 사안일까요? 정말, 그렇습니까? 적어도 ‘제 이름으론 안 될’ 일이라 보고요, 이런 의문을 자아내면서까지 행사해야 하는 ‘대표권’이라면 그게 대체 왜 있는 건지 모르겠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슴다.

한미FTA 추이만 봐도 그렇듯이, 이른바 “외부 충격에 의한 내부 쇄신”이란 논리가 얼마나 허무맹랑하며 심지어 사회적 재앙에 가까운진 리얼 타임으루다 확인 중이지요. 이런 안이한 외부충격 요법의 해악이 이른바 ‘진보진영’이란 데서 구사한다고 눈 녹듯 사라질 린, 당근빠따루 없겠죠. 논리 자체에 벌집 마냥 구멍이 숭숭인지라서죠, 그건. 그런데도 만약 우리 민주노동당이 하면 그렇지 않을 거란 얘기잖아요, 지금 지도부서 주장하는 요지인즉슨? 그렇게 들려요 분명히. 그렇다면 그건, 노무현이 무슨 주문 외듯 줄창 뇌까리곤 했던 밑도 끝도 없는 이른바 ‘우리 민족의 저력과 믿음’론과 하등 다를 게 없다 해야지 않겠어요?ㅋ


해서, 당원동지 여러분께 제안합니다.

아시다시피, 개방형 경선제 이외의 안건들은 어차피 ‘개방형 경선 체제’를 염두에 두고 따라 나온 것들이니 만큼, 굳이 여기서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지금껏 개방형 경선제 도입이 왜 문제인지를

1) 먹물을 갈지도 않고 벼루에다 물만 잔뜩 들이붓는다고 맹물이 먹물 되진 않는다는 점. 게다가 그나마 기껏 갈아논 먹물도 뒤섞이면서 죽도 밥도 안 될 거라는 점. 이런 마당에야 대선 승리까진 굳이 언급할 것도 없다는 점. 이런 식으로 당세를 (뭐, 이마저 될 때 얘기지만) 불리겠다는 건, 그야말로 세상이란 화선지에 맹물로 일필휘지하겠다는 맥빠지는 기백의 과시이자, 선거주의에 매몰된 근시안적 행보에 지나지 않으리라는 점.

2) 더구나 당에서 제대로 갈린 먹물이 흘러넘쳐 바깥을 물들이고 스며들어 가는 데 있어 진성/기간당원제는 그걸 막는 차폐막이 아니라, ‘외부’와의 원활하고 효과적 삼투에 필요한 기본 틀이라는 거. 독립 또는 연대를 추구하되 고립되지 말자는 진성당원제의 기본원칙이, 어떻게 민주노동당의 ‘배타성(내지 자폐성)’을 운위할 만한 근거로 둔갑할 수 있을까?

3) 올 대선 및 내년 총선 국면을 ‘징검다리’ 내지 스프링보드 삼아 자본주의 변혁과 분단체제의 실질적 극복이란 중장기적 전망을 구체적 현실과 대중 속으로 녹아들도록 하는 게 명색이 ‘지도부’의 역할일 터이건만, 정작 개경제 건에선 이런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 대선승리, 바꿔 말해 국가권력 장악이란 어디까지나 전술적인 지렛대란 걸 염두에 둘 때, 이같은 비전과 세부정책의 부재는 대선 승리에 대한 다짐마저 “때 되면 그냥 해야 하는” 공허한 관성처럼 보이게 하고 있음. 무엇을 위한 대선 승린가 대체?

라는 점을 골자로 풀어봤습니다.

아시다시피, 당장 3월 4일 서울시당 대회가 열릴 예정인데요. 이렇듯, 민주노동당의 ‘내공’을 강화하는 일과는 사실상 아무런 관련이 없을 개방형 경선제 도입에 반대의 뜻을 같이 하실 분들의 열화와 같은 댓글, 줄기차게 달아주시길.

많이 바라지도 않습니다. 딱 20자 이내면 됩니다. 개방형 경선제 도입을 둘러싼 지도부의 현 행보를 딱 20자로 촌평해 주십사 하는 것이지요. 쌈박한 댓글은 당일 사용할 피켓제작에 요긴하게 쓰이는 한편, 연서용 자료로도 활용할 참임다.

아, 댓글만으론 만족하실 수 없다구요?
물론, 의기투합의 자릴 함 만들어보구 싶다시는데,
그걸 마다할 이유가 무에 있겠습니까?^^

언능 연락주십시오.
그날 어케 움직일지 중지가 모이는 대로 알려두 드릴 테니까요.

들사람/박동범(마포구 지역위 소속)

당장 더 나은 상황을 기대하긴 어렵다 해도,
적어도 더 나쁜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신다면
10자로나마 댓글 달아주시리라 믿쑴다.^^;;


하오니,
당일 동참하기 어려운 분들은 더더욱 그렇겠습니다만,
모쪼록 많은 참여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2007. 2. 28.

들사람(마포구 지역위 소속 당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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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2 22:03 2008/03/12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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