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과 하사.

아시다시피, 병장 다음이 하사죠.
물론 그 경계란 그냥 작대기 하나 차인 아닌지라,

병장 채우고 하사로 진급을 하려면,
준사관 후보인지 뭔지 돼선 빡세게 훈련받아야 함다.

하사가 되면
뭐, 일단 월급 수준이 상전벽해루다 달라질 거고,
음, 뭐 당당한 '직업군인'으로서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살고 죽는다는 자부심을 가진 척이라도 해야 하는 거라

어쨌거나 비록 알량하다곤 해도,
병 나부랭이들하곤 확연히 '급'이 달라진다는 거.ㅋ


물론 특진이란 경로로 병장에서 하사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뭐 간첩(선)을 포획하거나

또 하나.

그야말로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한답시고
죽음을 댓가로 이뤄질 때가 있지요.

아프카니스탄 바그람에서 안타깝게 폭사한 윤장호 병장처럼요.

이 얘길 왜 하냐면요.

윤장호 병장이 '하사'로 일계급 특진한 게
당장 윤 병장을 포함한 유족한테
뭘 의미하겠냔 건데요.

당장 대한민국 정부부터 해서 그게 마치
윤 병장에게 베풀어 마땅할 '영광'스런 위훈인 양
윤 병장의 장렬한 죽음에 응당하는 '예의'인 양
불리우고 있슴다만...

과연 이렇게 불러도 되는 걸까요?
대한민국 정부야 뭐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니 그렇다 치고..

불을 끄겠답시고 마른 풀섶 들고서 엄하게 설치는 행보를 보여온
이 정부하고 날선 각을 세우겠노라는 쪽에서조차
그렇게 불러야겠냐는 겁니다.

저 '하사'라는 호칭은 사실,
영광의 서훈이란 이름을 달고서
정부의 엄한 시다바리질을 은폐하고자 이뤄지는
가증스런 '기만'이 아니냔 겁니다.

이 근대(민족)국가라는 게 동서고금을 떠나
내부 성원들을 체스판의 말취급한다고 대놓고 말하긴 뭐하다 보니
그게 그렇지 않다고 뭉개기 위한 다양한 기제를 개발해왔습니다만...

자본축적에 필요한 '질서의 확립-유지'를 위해
나라 안팎에 도사린 '불안 요소'들을 일소한답시고
엄한 민초들 동원해선 일회용 소모품으로 써놓곤,
그게 너와 나를 위한 것이었다며 '영웅' 취급하기 일쑤였다는 거죠.

이번 윤장호 병장이 하사로 '특진'한 것도
바로 이런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는 거잖아요?

잘 알고들 계시다시피,
구미권 (초국적)자본의 권력질서 재편과 치안유지를 목적으로 이뤄진
이라크 전쟁이 바로 그랬죠.
윤 병장은 대한민국 정부의 명령으로 이 전쟁에 나갔다가
비명횡사했던 거고요.

이라크 전쟁의 본질이야 뭐,
미국을 위시한 석유산업(관련)자본들이
21세기를 맞이하야 체질개선 해보겠답시고
군사적인 근육을 버젓이 드러냈다는 데 있으니까요.

윤 병장이 하사가 아니라 4성 장군으로 특진을 했대도,
윤 병장을 죽음으로 내몬 전쟁의 본질이 달라지는 건 아닐 겁니다.

(뭐, 듣자니 윤 병장이 입대할 때 그 유명한 "특전사에 자원"을 했던 모양예요.
이걸 이유로 윤 병장이 살아있었더라도 니 얘기에 동조했겠냔
반문이 날라올 수도 있겠다 싶어요.
하지만 윤 병장 본인이 설사 중동지역 (추가)파병에 대해 옹호한다 해서
윤 병장의 '죽음'을 초래한 전쟁의 맥락과 본질이 달라지는 건 아닐 테니..
뭐, 신경 쓸 것 없겠다 싶은데.. 어쨌거나 핵심은
윤 병장과 같은 또다른 죽음을 아예 막아보잔 거니까요.)

그래서 말인데요,
윤 병장을 병장이 아닌 하사라고 부르는 건
초국적 석유자본의 전쟁에 동조한 대한민국 정부의 뻘짓을
알량하게 뭉개려는 꼼수로
사실 곰곰 곱씹을수록 아주 불쾌하단 생각이 든단 말이죠.

당장 황망히 아들을 잃은 윤 병장 부모님이나 가족들로서야
국가가 그렇게라도 대접을 해줘야 한단 생각이 들겠지만,
간단히 말해 그건 윤장호 병장의 죽음에 대한 예우이긴커녕
가증스런 모독행위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 개인적인 느낌입니다만,
그 친구 영정을 가만 보고 있노라니
(보니까 꽤 깨꼼하니 잘생겼기도 하거니와 ㅋ)
앞길 창창했던 젊은 친구가 제대 3개월 앞두고 죽었는데,
그 무엇으로도 환산-대체 불가한 그의 생이
하사라는 알량한 국가의 부적으로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된다던가 하는 식으로)
영원히 봉인됐다는 게 참 화가 나고
슬프더라구요.

그런데 이 노무현이란 작자는, 국민이란
국가가 요구하는 '도덕적 의무'를 위해
때론 죽음을 불사하기도 하는 법이란 소릴
싸지르더군요.

가뜩이나 도덕적으로 치명적이라 할 이라크 전쟁에다
군 통수권자 자격으로 병사를 내보내놓고선
윤 병장의 죽음에 도덕적 숭고함을 갖다 붙이려는
꼬라지를 보고 있자니 어찌나 열이 받치던지..;;

진정 도덕적이라는 전쟁조차 이내 타락하기 십상이건만,
아예부터 패악적이었던 전쟁질에 목숨을 빼앗긴
병사의 봉인된 생을 놓고 저게 도대체 지껄일 소린가 싶더군요.
어쩔 수 없더라는 현실론으로 읍소나 했음 차라리 나았을 걸,
이건 끝까지 이라크 파병이 도덕적으로'도' 옳았다는 얘기자나요?
똥을 된장이라고 우겨도 정도가 있지 이건 뭐..;

정태인 씨 말마따나, 노통 보고 있노라면 쓸데없는 오기에다
어설픈 학습으로 단련된 무지가 쌍으로 결합한 게 아닌가 싶은데..


어쨌거나,

윤 병장을 윤 하사라고 부르는 건
아니 될 일이란 걸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더구나 명색이 '반전' 진영이라는 데라면 더더욱 그렇겠죠.


예전에 망월동묘지를 '국립'묘지화할 때도 나왔던 얘깁니다만,
이런 식으로 윤 병장을 기리는 건 망자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
외려 망자(의 죽음)을 능멸하는 기만이자 모독의 부적이라는 거.

그러니까 윤하사란 호칭엔,
지가 필요해서 죽여놓고도 죽은 이들이 자기를 위해 죽었다는 새빨간 거짓말로
무명씨들이 생을 마감한 맥락을 헝클어뜨려온 근대(민족)국가권력의 뻔뻔함이 뒤범벅돼 있다는 거죠.

적어도, '일단' 윤 하사라 부르더라도
이런 호칭의 '알리바이'를 근본적으로 따져물을 필요가 있다는 얘깁니다.
이런 얘길 반전 사회운동단체서 안 하믄 어디서 할 수 있을까요.

아예 불가능한 거야 아니더래도, 부자신문은 말할 것도 없지만
심지어 한겨레에서도 스스로 건드리긴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겠죠.



지금까지, 자꾸들 윤 '하사'라고 하는 게 영 거슬리고 언짢아서
이래 주절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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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2 22:04 2008/03/12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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