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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 불의 강

 


 

단편을 읽는 건 아주 오랜만이다. 짧은 소설이 주는 강인한 인상은, 서서히 고삐를 조이고 푸는 장편과는 대조적으로 '울컥'하는 기분이다. 오정희의 단편 묶음인 '불의 강'(문학과 지성 소설 명작선 10, 1977)의 몇편을 읽었다.

 

그 중에, 나이들고 몸을 가누기 힘든 노인이 써내려가는 '적요'는 압권이다. 집청소해주는 여인이 계속 머물기를 바라고서 일부러 월급을 숨겨놓을 때만 해도 뭐 그러러니 했는데, 소설의 내용은 따돌림당하는 동네 아이를 사탕발림으로 방으로 초대해 수면제를 타서 음료수를 먹이는 부분에 당도하니, 섬뜩하다.

 

혼자 지내는 것, 그리고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한다는 것이 주는 불완전함 혹은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잔혹해질 수 있는 끝은 어디일까라고 되물어 본다. 그 노인과 같은 불안함을 잊기 위해,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12편의 소설이 실린 이 책은 더운 여름날에 제격이다. 인간군상의 어두운 여정 - 안개의 둑, 적요 - 에 간담이 써늘해지며 주인공의 격정 - 불의 강 - 도 함께 옅볼 수 있다. 5번째 소설을 읽는 중이다.아주 오랜만에 뒷편이 고대되는 흥미로운 소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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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그리운 지난 것 혹은 두려운 올 것로의 떠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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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명
    아무 얘기나 써볼까라고 생각한 2004년 7월 27일이 처음이었다.
  • 소유자
    RE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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