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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 노향림, 창비시선 250

댓잎 소리 도원(挑園)동엔 복숭아밭이 없다. 대신 담양에서 이사 온 작은 키의 시누대들이 산다. 커단 조경석 바위 옆 착검을 한 듯 부딪는 댓잎 소리 높은 층에 사는 내 방에도 부서져 들어와 잠 못 드는 날이 많다. 댓잎들도 불면증에 시달리는지 겨울철이 아닌데도 늑골을 보이며 마른다. 제 그림자를 얇은 요처럼 펴고는 비스듬히 드러눕는 놈 언제라도 우듬지 버리고 땅속의 제집으로 돌아갈 채비다. 한밤중까지 몰래 나직나직 사운대는 소리 낯선 몇사람이 그렇게 빠르게 지나쳐 간다. 멀리 흐린 밤의 끝에서 시동 끈 시간만이 엎드려 한강 물줄기쯤에서 기어가고 기어가서 아득하다. /* 겨울밤의 기다림이나 불면을 떠올리는 시를 읽다 보면 항상 '국경의 밤'이 떠오른다. 추운 날 밖에서 떨며, 생사를 걸고 두만강을 건널 남편을 생각하는 아내의 심정은 지옥일테다. 생각의 속도는 시공간을 갈르며 어느새 천지개벽까지 닿는가 하면, 조금씩 맞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죽음의 시간까지도 짐작할 수 있으니. 아주 대단한 녀석인데, 요즘은 내 생각은 거의 못하고 단지 남의 것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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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그리운 지난 것 혹은 두려운 올 것로의 떠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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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명
    아무 얘기나 써볼까라고 생각한 2004년 7월 27일이 처음이었다.
  • 소유자
    RE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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