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받지 않아도 되는 전화같은

 

핸드폰이 울린다

부서져라 자판을 두드려대던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전화를 받으려 하지만

이내 포기하고 만다

책상 위 어딘가 던져두었을텐데

목걸이줄 열개쯤 꼬여있는 듯한 책상 위에서

저 벨소리가 그치기 전까지

핸드폰을 찾는건 무리이다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치자

나는 한결 편한 마음이 되어 더욱 일에 집중한다

 

그러기를 두 번 더

이제는 주변 사람들의 눈총이 손톱 밑 가시같다

 

나는 겨울잠 덜깬 곰처럼

느릿느릿

책을 치우고 서류더미를 걷어내고

드디어 명합집 속에 섞여있던 핸드폰을 찾아낸다

그리고, 받는다

여보세요-

 

받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던건

썩 잘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만 받아버리고 말았던건

결국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일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영화가 늘 해피엔딩으로 끝났던건 아니다

순간 나는 어찔 현기증이 일며 들고 있던 핸드폰을 내동댕이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로써 나는 달력속에 또 하나를 묻게 된 것이다

그래도 내일은 어김없이 돌아온다는걸 이미 경험으로 체득한 나는 

그래서 하나도 두려워하지 않기로 작정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