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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아픈 날

아스피린 한 알을 씹었다

아침부터 지독히도 따라다니는 편두통은

마치 머릿속에 누군가 들어가 바늘로 한쪽 이마를 꼭꼭 찔러대는 것만 같아

도저히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은

요며칠 내 앞에 닥친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할지 몰라

벅차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이여사와의 불화까지 겹쳐

도망가고 싶은 마음 간절했는데

오늘 아침엔 느닷없이 아빠까지 어이없는 주문을 하시는거다

아마 그때부터 편두통은 시작된듯.

 

거기에

출근하자마자 펑크난 일에

지역위의 상황들까지

어지러움을 보태고 있으니..

 

어떻게든 시간은 흐르고

어떤식으로든 사건은 마무리될 것이며

현명한 나는 아마 잘 처신할꺼라 믿지만

 

지금 당장은

아무도 아니고 싶고

아무것도 안하고 싶은 마음뿐.

 

극단의 순간을 달리다

그 어떤 논리적 맥락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바로 그 시점으로

뛰어들어

울며불며 할퀴고 사랑하다

전광석화처럼 지나간 그 순간을 평생 추억하거나

아예 기억상실이 되어버리거나

둘 중 하나라 생각했는데

삶은 내 생각만큼 단순치 않았으며

예측 불가능한 이 다음 순간이

불안의 모습으로 조금씩 내 일상에 침투해온다는건 오싹한 일이었다

 

그래서

두려웠다

 

이 순간이

내일 이 순간으로

어젯밤 반쪽밖에 남지 않았던 달이

오늘 밤하늘엔 살을 채운 모습으로

 

삶이 이렇게 지속된다는 것이

오늘은 지리멸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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