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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행복하십니까

등허리깨 타박상에 두 날 밤을 골골거리다 잠을 설친 변명에

써프라이즈까지 제끼고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

타박상 탓인지 너무 오랜 누워있던 탓인지 헷갈릴만큼의 시간이 흐른지 이미 오래.

 

나는 벌떡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고

CF에 나오는 이쁜 언니들마냥 기지개를 한껏 펴고

창문에 턱을 괴고 서

앞집 옥상 펄럭이는 빨래로 그 집 여자의 패션취향을 추측하다가

지나는 행인의 뒷통수가 개미만큼 작아질때까지 쳐다보며 빈센트를 흥얼거리다가

잠없이 밤새 피어버린 목련꽃송이를 오십개까지 세곤 포기하고서

책상맡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방 한가운데까지 들어온 햇살도 좋아라 할

이아립의 노래를 올린 후

한껏 늘씬한 마음이 되어

타악기마냥 자판으로 박자를 맞춘다, 타닥타다닥.

 

앞으로 삼십분을 나는

부드러운 벨벳쇼파같은 이 게으름에 푹 파묻혀 있을 것이고

그 후 두 시간 동안 나는

방 구석구석 먼지를 털어내고 반짝반짝 생기를 줄 것이며

옷장을 봄 옷으로 가득 채울 것이다.  

그리곤

저녁을 챙겨먹고 겨울옷을 세탁소에 맡긴 후

돌아오는 길엔 천재유교수의 생활을 두권쯤 빌려 깔깔대다

청소해 상쾌한 방에 배를 깔고 누워 제국기계비판을 마저 읽을 것이다.

 

일단 계획은 이러하지만,

또 그렇게 해주지 못한들 어떠하리.

오늘은 순전히 '나의' 일요일이며

그는 내 꿈처럼 아프지도 않았고

나는 지금 상상만으로 행복한 순간에 도착해있지 않은가.

 

오- 인생은 아름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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