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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한 달에 2-3편 정도의 서평을 쓰는게 나름 목표였는데, 이래저래 꼬이다 보니 계획이 헝클어졌다.
부족하지만 서평대신 요즘 읽는 책들에 대한 간단한 감상이나 적어볼란다.
백승욱, <<문화대혁명>> (살림, 2007)
원래는 큰 맘 먹고 모리스 마이스너의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를 읽고 있던 참이었는데, 그 방대한 분량과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사건들이 머리속에 질서있게 정리되질 않아서 하는 수 없이 1권의 3/4 정도만 읽고 포기하고, 아주 슬림하게 문화대혁명을 정리한 이 책을 읽었다.
사실 모리스 마이스너의 책에서 내가 읽은 부분에선 문화대혁명 관련한 내용이 아직 시작도 안되었지만, 그걸 읽고 백교수의 책을 읽으니 나름 이해도 빨리되고 도움도 꽤 됐다. <<문화대혁명>>은 2007년에 사서 읽어보다가 중국관련 지식이 일천한 나로서는 사건 전개가 잘 이해가 안됐었는데, 마이스너의 책을 통해 문화대혁명 전사(前史)를 훑어주고 나니 요 책도 흥미롭게 읽히더라. ㅎㅎㅎ
백교수가 다른 글에서 말한 것처럼 중국의 근대사는 일국의 역사로서만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자본주의 근대 역사의 뒤엉킨 모순을 가감없이 간직한 역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문화대혁명은 바로 그 정점에 서 있는 사건에 해당한다. 대중의 지식에 대한 권리와 통제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는 운동이 외형상 당의 지도에 의해 시작되었음에도 대중의 운동은 당의 통제를 넘어서기 일쑤였고, 결국엔 그 운동이 당에 의해 무참하게 진압되는 비극을 겪었다. 그리고 중국 대륙을 혼란 속으로 밀어넣은 이 운동은 결국 세상 사람들에겐 마오와 그 반대파가 권력을 잡기 위해 벌인 피의 난투극 정도로만 이해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중국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급격하게 몰입하면서 대중들로 하여금 그렇게 상처투성이인 문화대혁명의 기억을 다시금 끄집어 내도록 하고 있단다.
뭐 그건 그렇고, 덤으로 마이스너의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에 대한 평도 간단히 덧붙이자면, 난 다른 건 둘째치고 마오가 소비에트의 길과는 다르게 농민이 혁명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길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농업이 공업에 의해 예속하되지 않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했다는 점이 꽤 신선하게 다가오더라. 마오의 대중노선도 중요하지만, 그의 농업문제에 대한 인식을 곱씹어 보는 것도 꽤 중요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임승수 외,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시대의 창, 2006)
표지 사진에서 느껴지는 저 포스!! 성조기를 휘어잡고 석유방울을 튀기는 대갈장군(!!) 아저씨의 카리스마!! 그러나 나는 이런 찬양조의 표현을 쓰는 것과는 다르게 이 책을 읽고도 결국 차베스에 대한 호감을 높이지는 못했다. 처음엔 차베스에 대한 좌파적 비판자들이 하는 말들에 대해 좀 의구심을 갖고 있었는데, 그 비판들이 나름 근거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은 표지 사진이 쪼끔해서 잘 안보이는데, (그리고 도서관에서 저 책을 빌려볼때도 유심히 보진 않았지만) 차베스가 붙잡고 있는 성조기 아래 쪽에 줄지어 서 있는 기구 모양의 물체는 석유 시추 장치이다. (일껄??)
책에서도 누누히 강조하고 있는 바이지만, 차베스는 세계 최고의 석유 생산량이 있기 때문에 미국에게 그렇게 호기를 부릴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국 내에서 수행하고 있는 많은 복지 정책들도 사실은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의 이윤에서 나온 것을 사회적으로 분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초국적 에너지기업들이 자행하는 자원약탈을 차단하고 자원의 평등한 분배를 이루기 위해서는 석유회사의 국유화가 필수적이겠지만, (사실 이러저러한 정황을 봤을 때, 국영석유회사의 국유화 말고 뭐 다른 대안이 있을까도 싶다. 여기에는 몰락한 현실 사회주의가 범했던 국유화론에 대한 비판이 끼어들만한 여지는 별로 없어보인다) 차베스의 전략이 국유화를 넘어서 더 높은 지향을 추구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ALBA와 같은 대안적인 무역체제를 만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얼마간 사실상 천연자원을 무기로 미국에 대항하는 지역적 헤게모니를 구축하려는 전략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가 고갈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했을 때, 차베스가 추구하는 대안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수적인데, 그런 노력은 별로 보이질 않는다. 기껏해야 OPEC의 다른 국가들을 추동해서 석유 가격을 적정하게 유지시키려는 것 정도?? 물론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시도에 그친다면 자원 민족주의에 불과하지 않는가?
고미숙, <<이 영화를 보라>> (그린비, 2008)
그 동안 영화 평론하는 책을 보고 싶긴 했는데, 대부분의 것들이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안 유명한 거나 아니면,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SF영화를 대상으로 해서 싸이버 문화가 어쩌구 저쩌구, 미래 테크놀로지 사회가 어쩌구 저쩌구 요따구 지랄들을 해대서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 요책은 고런 답답함을 말끔하게 해결해 준 책이다.
괴물, 황산벌, 음란서생, 서편제, 밀양, 라디오스타. 대한민국 사람 중에 웬만한 사람이면 이 6편의 영화중에 2편 이상은 봤을 것이다. 나도 괴물과 라디오스타는 극장에서 봤고, 황산벌, 음란서생, 밀양은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봤으며(근데 음란서생은 재미없어서 중간이 그냥 꺼버렸다.) 서편제는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선생님이 틀어줬다(그러나 버르장머리 없는 학생이었던 나는 그 시간에 수학문제 풀고 있었다. ㅋㅋㅋㅋ).
이 책에서 뭐니뭐니 해도 최고의 압권은 괴물에 대한 분석이다. 나 또한 다른 사람들처럼 괴물을 단순하게 '반미영화' 정도로 생각하고 봤다. 한강에다가 포름알데히드를 대량 방사하는 미군놈을 나쁜놈, 거기에 꼭 달라 붙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니 감염되어야만 한다고 굳게 믿고 송강호 잡기에 나선 한국 경찰. 내 눈에도 이 영화는 단순한 '진영론'으로만 분석되는 수준이었다. (단, 어떤 사람들처럼 가족애를 다시금 생각한다든지 뭐 그딴 말도 안되는 감상은 받지 않았다. 고미숙의 말처럼 이런 사람들을 보고 가족애를 느끼기에는 너무 콩가루 집안 아닌가?)
그러나 고미숙은 과감하게 여기에 '위생권력'의 문제를 제기한다. 9.11테러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을 빈라덴 같은 극렬 테러범만 때려잡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부시의 단순 무식한 사고방식는 괴물을 없애기 위해서는 괴물의 바이러스만 제거하면 된다는 위생관념에 그대로 복사되어 있다. 지저분한 것은 못참는다는 미군 장교의 뛰어난 위생관념은 한강에 독극물을 방류하게 했고, (한강은 넓고 넓으니까 괜찮다는 아주 '상식적인' 사고방식에 의해서!!) 그것은 괴물을 낳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매일매일 괴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수세식 화장실에서 쓸려내려가는 똥은 재생되지 못하고 강으로 바다로 흘러내려가고, 우리의 '위생적인' 생활을 위해 쓰인 공업용수들은 온갖 중금속들을 함유한 채로 강으로 바다로 흘러간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생긴 문제에 대한 해결은 바이러스, 세균만 잡으면 된단다. 유오성인가? 한놈만 잡아서 패게??
이런식의 분석 방법을 최근 광우병 사태에 대한 분석으로 확장시키는 저자의 사고의 폭에 그저 놀랄 뿐이다. 브라보~~!!
하나하나 다 얘기할라 치면 말만 길어질테고, 궁금하면 직접 읽어보시길.
근데 서편제, 음란서생, 라디오스타에 대한 분석에서는 좀 갸웃해지는 대목도 꽤 되더라. 요건 나중에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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