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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유혹, 가장 현실적인 드라마.

무슨 개소리냐구?

 

아, 나도 아내의 유혹이 막장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시청자들을 우롱한다고 느끼며 매일 저녁 분노를 표하고 있지만, 한 가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오늘 발견하고야 말았다.

 

뭐냐구?

 

이 드라마는 엄청 끔찍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난다.

남편이 부인을 바다에 빠뜨려 죽이려 하고,

사기쳐서 건설회사를 빼앗으려고 하고,

뭐 기타 등등....

 

극악무도한 사건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이 많은 사건들을 해결하는데, '경찰'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안 나온다는 것이다!!!!

 

오늘도 그랬다.

 

신애리가 만취한 민소희를 한강변에 냅다 버리고 온 사실을

구은재, 민회장, 민건우 등이 알았을 때,

경찰이 한 일이라곤 고작 이들에게 민소희가 한경변에서 머리를 크게 다친 채로 발견됬다는

사실을 알린 것 뿐이다!!

 

그리고 범인을 잡기 위해 뛰어다니는 것은 오로지!!!

자기들이 직접한다!!!

이들의 감정상태는 가희 원초적이다.

민소희 주머니에서 정교빈 명함이 나오자 꼭지가 돌아버린 민건우는

정교빈에게 냅다 달려가서 멱살잡이를 한다.

(실제로 정교빈은 그 사건과 아무런 관련도 없고, 증거라고는 예전에 천지건설 사장일때의 명함이 발견됐다는 것 뿐인데도!!!)

 

구은재가 바다에서 죽지않고 살아났을 때도 경찰에 바로 신고하지 않고

복수하겠다며 제2의 인생을 산 것도 그렇다.

 

이것만으로는 이들이 경찰을 신뢰하지 못해서 직접 행동에 나선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떤 순간에도 경찰은 처음에 수사하는 척만 하다가 어느순간 사라져버리는

기가막히게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존재들이다.

 

푸코의 말대로 근대 권력이 국민을 '살게 만들고 죽게 놔두는' 것이라 했을 때,

이 놈의 경찰들은 죽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쓰고 오로지 가족들에게 정보전달자 역할

이외에는 아무것도 안한다!!!!

 

아, 뭐 이렇게 지극히 현실적인 드라마가 다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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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1) 더 생각해 볼 점 하나.

 

가만 보면 이 드라마, 정상적으로 사는 인간이 없다.

대사만 봐도 거의 2/3 이상이 악다구니다.

신애리만 그런게 아니라, 민소희, 구은재, 정교빈, 민건우, 민회장.... 할 것 없이 다 소리지르고 집어던지면서 "복수할꺼야"를 외친다.

 

하지만, 단 한사람만이 '복수'를 말하지 않고 '인생'을 즐기며 산다.

누구냐고?

바로 얼마전 구강재(구은재 오빠)와 결혼한, 극중에서는 정신연령이 심히 딸리는 장애(이걸 장애라고 부를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를 가진 것으로 나오는 정하늘(오영실 분)이다.

 

그녀는 가족들이 복수심을 품고 있는 어떤 이해관계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은재, 그리고 은재 오빠 구강재를 열열히 사랑할 뿐이다.

그리고 가끔 교빈이 아들 민호랑 장난감 놀이하면서 논다.

요새는 강재식구들과 떡볶이 장사도 한다.

 

그래서...

결국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악다구니 쓰지 않고 정상적인 감정상태를 갖고 있는 사람은 정하늘 뿐이라는 거다. 그 사람이 장애를 가지고 있든 아니든 간에. 오히려 그녀가 정신연령이 낮기 때문에 미치지 않고 살아 갈 수 있는지도 모르지...

 

 

 

덧붙임2) 더 생각해 볼 점 둘

 

이 드라마에서 가장 '쎈' 캐릭터는 뭐니뭐니해도 신애리다.

모든 사건은 신애리에서부터 시작해서 신애리로 끝난다.

따지고 보면 이 드라마 인기의 최대 수혜자는 장서희가 아니라 김서형일 것이다.

 

그런데 그 신애리의 악다구니의 힘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극이 결말로 치달아가면서 정신나간 정교빈은 다시 은재를 자기 마누라 삼겠다고 설쳐대면서 애리를 떨쳐내려고 하고, 시어머니도 그녀를 빨리 나가주기만을 고대하는데도, 신애리 꿈쩍도 않는다. 오히려 아주 강한 귀소본능을 보인다. "난 누가 뭐래도 천지건설 며느리야!"

 

이야~ 시어머니, 시아버지의 며느리도 아니고, 천지건설 며느리랜다.

자본의 인격화된 숭상화!!! 님 좀 짱인듯!!!

그래서 본인은 바라지도 않는데, 정교빈은 다시 천지건설 사장 자리에 앉혀 놓고야 말겠단다.

그리고 자신은 다시 며느리 자리로 돌아가고... 그게 원래 자기 자리라는 거다.

 

근데 이상하다.

신애리는 누구보다도 자존심이 세고,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잘났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뭐가 아쉬워서 자기 싫다는 집에 며느리로 굳이 남겠다고 바득바득 버팅기는 걸까?

 

이유는 단 하나, '민호' 때문이다.

그녀는 민호를 아빠 없는, 또는 엄마 없는 자식으로 키우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게다가 민호만 함께 있다면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의 적이 되어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쩌면 민호가 이 드라마의 결말을 좌지우지하는

최종적인 지배자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결국 이 드라마는 '민호'라는 상징으로 대표되는 정상적, 그리고 부르주아적 가족으로 복귀하고자 하는

신애리의 욕망이 극한에 치달으면서 주변인물들과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그린, 아주 지극히 현실적이고 그래서 우리 모두가 '막장' 드라마라고 부를 만큼 거부하고 싶은 현실을 그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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