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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교실 (2013.07.19)

최근에 그래도 고발성이 짙은 영화들은 대부분 흥행을 거뒀다. 도가니, 남영동1985, 부러진화살... 그리고 노리개(는 흥행했는지는 잘 모르겠고)까지...

내가 의문인건 여왕의 교실도 나름 고발성 짙은 작품인데 왜 시청율이 바닥이냐는 것이다. 그 의문에 대해 나름 감을 잡았다. 도가니를 위시한 영화들은 가해자들을 실컷 욕할 수 있었다. 파렴치, 개만도 못한 새끼들, 독재의 하수인, 더러운 수컷들... 시청자는 전적으로 피해자와 동일시 할 수 있으니까.

근데 여왕의 교실은 그게 잘 안된다. 마여진 선생을 욕할 수는 있지만, 선생이 얘들한테 체벌을 하거나 그러는 건 아니다. 마선생이 행하는 건 우리가 사회와 교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쟁의 원칙을 다소 강도 높게 적용한 것 뿐이다. 솔직히 나는 초중고를 다...니는 동안 선생 쭉정이들 한테 마여진 선생의 발언보다 심한 얘기 더 많이 들어봤다. 니들 부모님들은 대학도 못나와서 니네가 그모양인 거다부터 시작해서... 학교는 사실상 모욕을 체험케 해주는 공간 이상이 아니었다.

문제는 이에 대처하는 아이들의 대응이다. 선생이 조별과제를 내고는 조에서 가장 불성실했던 사람 이름을 적어 내라고 한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학생은 최하점이다. 이에 전교 일등 김서현은 반 아이들에게 모두 자기 이름을 써 내서 마녀쌤의 전략에 맞서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이를 간파한 마 선생은 모두가 한 표씩 나올 때는 모두 최하점을 줄 거라고 협박한다. 그 말에 학생들은 여지없이 흔들리고, 고작 4명 중에 한명을 희생양으로 만들어 버린다.

마선생도 시원하게 욕할 수 없는데 그렇다고 얘들을 욕할 수도 없다. 얘들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모습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나 대신 희생할 사람을 만들어야하는 사회, 오히려 그것으로 즐거움을 얻는 사회. 근데 그게 또 현실이고...

오늘 마 선생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진심이 통하는데도 한계가 있을 거라고. 드라마 초반에 심하나의 진심은 오히려 가식으로 오해받았다. 그게 왕따를 더 심하게 당하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껏 심하나의 진심은 가장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릴 때에도 꿋꿋하게 친구의 닫힌 마음을 향해 따스한 손을 내밀었다. 진심이 오해받는 세상에서 바보같은 우직함으로 마녀 쌤에게 맞선것이다.

여왕의 교실 같은 캡짱드라마가 외면받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진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자신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기엔 두려운 것들이 너무 많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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