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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토론회는 11시 15분에 시작했는데도 끝까지 보는데 졸려 죽는 줄 알았는데, 경기도지사 토론회는 아예 12시 30분에 시작을 하더라. 뭐 어젯밤에는 그래도 그렇게 피곤하지 않아서 제대로 집중하고 보긴 했는데, 이렇게 늦은 시각에 하면 누가 토론회를 보나... 어제 했던 '후+'같은 프로그램은 그냥 하루 쉬고 토론회를 일찍 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여하간에...
어제 토론회는 인정하기 싫지만, 유시민의 판정승이다. 유시민이 TV토론회에 나와서 얘기하는 걸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건 이번이 처음인데, 정말 인정할 수밖에 없더라. 그래, 대한민국에서 이빨까는건 니가 짱이다!!
아쉬운건 심상정이다. 물론 심상정 자리에 한명숙 같이 얌전빼는 후보가 와서 앉아 있었으면 유시민-김문수 양자대결 구도에서 쩌리신세를 면치 못했을 판인데, 심상정은 나름 적제적소에서 김문수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리며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아, 심 후보님... 그래도 토론회 나올 땐 토론진행방식에 대한 기본적인 숙지는 하고 계셔야죠..ㅠ.ㅠ 어제 토론회는 사회자도 그런 프로그램 처음 맡아본 사람 같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토론 진행도 많이 미숙했고, 후보들도 우와좌왕 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그런데 심상정의 실수는 너무 결정적인 것이었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1) 모두발언
모두발언을 보면 심 후보가 뭔가 발언을 준비해 오긴 했는데, 말하다가 까먹어서 중간에 중요한 부분을 잘라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토론시작 전에 MBC에서 준비한 세 후보의 인연에 대한 영상이 나갔는데, 그 얘길 이어가면서 여전히 그 때 신념을 유지하며 진보의 길을 가고 있는 건 자신뿐이다, 라고 말하더니 잠깐 침묵. (아마도 여기서 뭔가 중요한 말을 까먹은듯.) 그러더니 갑자기 "이번 선거는 양극화세력과 복지세력의 대결이다,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바란다"로 넘어갔다. 이 '양극화세력'이라는 규정은 '참여정부+MB정부'를 싸잡아 몰아넣는 개념일텐데, 침묵하던 그 순간에 유시민과 김문수가 사실상 제도권 정치 입문 이후 양극화라는 같은 길을 갔다는 얘기를 했어야 했다. 이 말이 빠지니 말의 앞뒤가 좀 안맞는 느낌...
2) 김문수 공약토론
김문수는 경기도의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경기도 전역을 30분만에 오갈 수 있는 GTX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심상정은 지금 경기도내에 지하철들이 매우 많고, 이들간의 환승 시스템을 잘 조정하면 그런 사업 안해도 충분하다고 맞받았는데, 내가 듣기엔 뭔가 말이 매끄럽게 흐르지 못하고 '그런 사업 굳이 할 필요 없다'는 쌩까기 모드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삽질하겠다는 사람에겐 삽질을 할 이유가 없으면 만들면 그만이다. 나는 김문수가 이 때 너무나 뻔뻔스럽게 CEO처럼 '사업 설명'을 하는 걸 보고 쫌 뜨악했는데, 김문수의 이런 자세를 비판하는 심상정의 방향타가 좀 어긋나지 않았나 싶다.
한편 유시민은 사실 심상정이랑 그렇게 다른 얘기를 한 것도 아닌데, 뭔가 좀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즉 뭔가 주요한 팩트들을 나열하면서 이 사업의 공사비 타당성의 문제를 걸고 넘어지면서 무력화하는 방식이 주효했다. 그러나 끝까지 김문수는 'GTX 반대하는 사람은 당신들이 처음이다'라는 뻔뻔 모드로 나가긴 했지만...
3) 유시민 공약토론
이 부분에서 유시민이 정말 토론 구도를 잘 잡는구나,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여 실개천 살리기를 강조했는데, 아마 같은 진영의 한명숙이었다면 그런 구도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한명숙은 환경부 장관하면서 한나라당 정책에 대해 찬성하는 말을 한게 좀 있어서 역공의 여지가 있지만, 유시민은 자기가 직접 그런 말을 한 것도 아니어서 그런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그래서 4대강과 실개천관련 토론은 거의 난타전 수준.
그런데 여기서 심상정의 질문타임으로 넘어가는데, 분명 이 질문타임은 유시민 후보 공약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심 후보는 한나라당의 4대강 사업 비판에 몰입해 있어서 그런지 김문수 후보 비판하는데 첫번째 질문시간을 다 써버렸다. 그러니 유시민도 당황하여 "지금 저한테 질문하셔야 하는 건데..."라고 어리둥절해 하기도 했다. 물론 이번 한강 대운하 사업은 건설 토목사업에 미쳐서 그런것도 있지만, 대형 리조트를 유치하려는 것에 문제점도 있다는 꼭 필요한 얘기도 있었지만, 그 얘기는 간단히 하고 유시민 비판으로 빨리 넘어가야 했다. 사실 심상정이 한 얘기는 대부분 앞에서 유시민이 다 한 얘기다. 토론 구도상 같은 얘기 반복해 봐야 득될게 없다.
두번째 질문 기회때, 지금 야당이 4대강은 반대하지만 참여정부때 새만금을 비롯한 반환경정책을 폈다는 비판을 수경스님의 발언을 인용하여 했는데, 이건 괜찮았다. 그런데 그러고 나니 앞의 질문기회까지 이용해서 좀 더 풍부하게 깔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이 남더라... 사실 새만금 말고도 얼마나 많은가? 천성산, 부안 핵폐기장 등... 물론 유시민이 그 정책의 담당자는 아니었느니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갈 수는 있었겠지만, 어차피 그 토론회가 각 정당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나와서 벌이는 난타전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여정부의 실정을 유시민에게 독박씌우는(?) 토론방식이 그리 나쁠 이유는 없었다.
4) 심상정 공약토론
나 스스로가 요즘 핀란드, 핀란드 해대는 유행이 그렇게 맘에 드는게 아니어서 좀 그랬지만, 토론 자체는 잘 한 것 같다.
5) 주제토론
주제가 '경기도 규제완화와 경쟁력 강화 방안'이었는데, MBC에서 아예 난타전을 위한 판을 깔아줬다. 워낙 유시민이 능구렁이여서 자기 입장은 '규제 완화'에 무게 중심이 가 있으면서도 김문수와의 차별점을 용케도 형성해 내는 모습이 정말 기가 막힐 뿐이었다. 하여간 이빨은...
여기서는 심 후보가 우회로를 타지 않고 정공법으로 김문수를 공략하며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유시민 자리에 한명숙이 와 앉아 있었다면 심상정이 고공 플레이하면서 둘 다 날려 버릴 수 있었을 텐데, 유시민이 워낙 판을 잘 짰다는 생각 밖에는...
6) 후보간 상호 자유토론
이 자리에서는 김문수의 천안함 공세가 '단연'(?) 돋보이는 자리였다. 김문수는 4번의 질문 기회를 천안함 얘기로 다 써버렸는데, 아무래도 3-40대 표는 포기한 것 같아 보였다. 어제 잠깐 공무원 아저씨들과 천안함 사태에 대해 얘기해 본 바로는 '정부에서 얘기하는데 믿을 수밖에 없을 것 같긴 한데 뭔가 찜찜하다'라는게 대세였다. 그 와중에 몇몇 분은 여전히 한미합동훈련 와중에 어떻게 잠수정이 레이더에 안 잡힐 수 있냐고, 정말 '상식' 수준에서 의심을 품고 있는 분들이 많았다. 그런데 김문수의 발언은 그런 청장년층의 상식과 배치는 것이었다. 그런식의 색깔공세, 국가관 공세가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득표력 확장에는 도움을 못 줄듯 싶다.
여기서 또 심상정의 실수가 있었는데, 심 후보는 주어진 두 번의 찬스기회를 같은 얘기하는데 다 써 버렸다는 것이다. 심 후보는 김문수에게 주택정책 부재를 비판하면서 3번의 질문을 쓰고 나서 (이 부분은 참 잘 했다. 김문수의 '경기도가 집 구하기 제일 좋은 곳이다'라는 말에 아연실색 -_-;;) 남은 한번을 유시민에게 "복지정책에 신경을 많이 쓰긴 했는데 한미FTA등 그 자체로 복지를 파괴하는 정책에 대한 수정은 전혀 안 되어 있다"는 비판을 했다. 이에 유시민은 노무현의 <진보의 미래>를 인용하면서 '대통령은 진보를 이루기에 적합하지 않은 자리였다'는 말을 했는데, 심상정이 찬스를 썼을 때 공격해야 할 부분이 바로 여기였다. 대통령이 진보를 이루기에 적합하지 않은 자리였다면, 서민과 진보를 참칭하면서 대통령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거나, 그렇다면 당신들은 백날 집권해도 한나라당과 다를게 없다거나... 뭐 이렇게 직설적인 비판이 필요했는데... 갑자기 윤증현의 의료민영화 얘기를 하더니 그게 유시민이 복지부 장관 할때 다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질문을 했다. 질문 자체야 좋았지만, 타이밍이 별로 안 좋았던 것 같고, 말을 깔끔하게 맺지 못해서 질문이 이상하게 꼬여버렸다.
그래서 뭔가 아쉬웠는지 다음번 찬스 쓸때도 또 의료민영화 얘기를 했는데, 사실 첫번째 찬스 쓸 때랑 똑같은 얘기였다. 아, 아까운 찬스 두 번을 그렇게 날려버리다니...
의료 정책 관련 토론에선 유시민이 정말 무서운 놈이란 생각을 하고야 말았는데, 지가 복지부장관 재직할때는 의료급여 수급자들이 파스모아서 생계에 보태쓰는것도 아까워서 수급권도 축소했던 놈이 경기도지사 선거 한다고, 예방 중심의 의료공급 체계라는 '안성생협'사례까지 꿰고 앉아서 심상정의 의료분야 공약을 '치료중심의, 병원 많이가게 조장하는 공약'이라고 공격했다. 심상정 또한 적절히 맞받아 치면서 빠져나갔지만, 이미 유시민 스스로가 개혁적 복지전문가 이미지를 세운것을 막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 * *
여하간 어젯밤 토론은 근래에 보기 힘든 쟁쟁한 토론이었다. 그런 판에서 김문수는 오세훈처럼 공격형 토론을 할 여지를 만들지 못한 것 같고, 심상정은 선전했으나 유시민의 거짓 이미지 구축을 무너뜨리는데는 역부족이었던 듯 하다. 토론 진행 방식 숙지만 제대로 했어도 좀 나았을 것을....
그런데 어쨌든 이런 판으로 가면 20대부터 40대 초반까지 젊은 층 표는 유시민이 다 가져갈 것 같다는... 아무래도 정책 상의 비교 검증이 될 수 없는 선거판이다보니 좀 상식이 있다는 젊은 층은 이빨까는 것만 보고 뽑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래 링크는 그 여실한 증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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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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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전 GTX 토론에서는 유시민이 김문수에게 발렸다고 생각했는데, (서울로 향하는 교통량이 가장 많다는 점을 도외시했으니까) 뭐 토론이라는게 이미지이기도 하니까요. 심후보는 막판에 힘이 좀 달려 보여서 안쓰러웠다능...큼;부가 정보
NeoP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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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저는 오히려 김문수가 선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서 이미지만 놓고 보면 '수성'에 성공했다 싶습니다. 나름대로 '공성'이랍시고 시도한 천안함 사태 관련 어설픈 북풍드립은 유시민의 역공과 심상정의 가세에 그야말로 콩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ㅋ 그거야 뭐 현 도지사로써 어느정도 '수성'에만 능하면 메리트가 있기에 큰 흠이었다 보기는 어려울 것 같고... 완전 거짓말쟁이로 만들어버렸어야 되는데 그게 안되고 특유의 믿음직한 돌쇠 이미지만 강화될 듯ㅠ말씀하신대로 심상정 후보는 토론 방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미숙함을 제외한다면 대체로 자기 할 말은 다했다 싶습니다. 막판에 영리의료 vs 무상의료 구도로 가면서 유시민 타겟팅 한 것이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유시민의 그 교활한 가면을 완전히 벗겨내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이고요, 오히려 메인 타겟을 유시민으로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에서의 진보신당의 곤궁한 지위 때문인 것 같아 안구에 습기가 차려 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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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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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보려다 졸려서 자버렸는데..ㅋ; 잘 읽었슈~ 어디선가 봤는데(어디서 봤더라;;), 심 후보가 그랬다대요. 토론회 참가가 아예 안 될 줄 여기고 있던 터에 이뤄진 거라, 준비가 부실해서 걱정이라고..; 직접 보진 않았으나, 심 후보가 아쉬운 모습으로 버벅거렸다는 게 이런 상황하고 무관치 않은 듯해서요. 좌파적 진보정치 쪽에서 고민해야 할 게 들어선 판에서 얼마나 잘할 거냐 이상으로, 주어진 판의 설정을 건드리지 않으면 안 되겠단 생각이 새삼 들대요. 쩝.근데 이걸 어케 할 거냐.. 자칫 닭이냐 달걀이냐 식으로 갈 얘길 수도 있겠는데, 그럴까봐 굳이 덧붙이자면 운동적 개입과 당적 개입의 선순환 관계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잖겠나..도 싶고. 사실 현행 선거체제하에서 당선자들 대표성이란 게 과잉과 과소 대표를 동전의 양면처럼 굳건히 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게 투표율 높인대서 바뀔 수 있단 것도 뭔가 크게 불충분하지 않느냔 거죠.. 저야 사실, 운동적 개입이 일상의 '급소'들을 건드려주며 정치적 근육을 키우고 탄력을 받을수록 당적 개입의 스테미나와 운신의 폭도 특정 국면에서 그만큼 커지리라 보는 쪽입니다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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