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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26
    지방선거 정국에 대한 메모
    구르는돌

지방선거 정국에 대한 메모

 

 

<반MB연대, 거품 빠지나?> (레디앙)

 

사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유시민의 지지율이 김문수를 앞지르는 걸 보고 유시민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경기도지사 토론회에 나와서 하는 걸 봐도 그 쪽에 승산이 있다고 보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미운놈에게 쓸데없는 기대를 좀 걸어봤건만 이건 뭐 삼일천하도 아니고...

 

위의 레디앙 기사에서도 보이듯이 소위 유시민효과, 노풍 따위는 기력이 소진한 것 같다. 언론에서 주구장창 때려대는 통에 나도 잠시 혹했는데, 하지만 생각해보면 실제 유시민효과라는 것이 존재하기나 했었는지 의문이다. 김진표와 단일화 성사 이후 반짝 반등 하면서 다른 지역 친노 후보들도 동반상승 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걸 무슨 대단한 흐름이라고 볼 수 없을 것 같다. 한명숙도 검찰 조사 결과 무죄로 나온 이후 한 차례 오세훈을 지지율로 앞선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때 뿐이었다. 검찰 조사 무죄, 0.06%차이의 단일화 승리. 이런 류의 소소한 이벤트의 생명력은 그리 오래 갈 수 없는 것. 아무래도 내가 잠시 혹했던 유시민의 말빨 개인기도 전체 판세를 뒤집기에는 아나쑥덕일 뿐인듯 하다.

 

이게 야당들에서 항변을 할 법한 '북풍효과'냐 하면, 위 기사가 말해주듯이 별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김문수의 지지율은 여전히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유시민의 지지율만 떨어진 것. 한명숙도 마찬가지.

 

그러나 주목해 볼 것은 유시민과 함께 지지율이 상승했던 충남의 안희정과 경남의 김두관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점이다. 최근엔 2위 후보와 10%이상 격차를 내기도 했다. 유시민, 한명숙에겐 없지만 이들에게 있는 것은 무엇일까? 기사에 따르면 이 둘은 해당 지역의 밑바닥 민심을 자극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안 후보 캠프는 ‘충남을 대표하는 전국적인 지도자를 키워야 한다’는 호소가 먹히고 있다고 말한다.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25일 “영남과 호남이라는 큰 세력 사이에서 2인자 전략을 추구해 왔기 때문에 충청은 항상 3등밖에 할 수 없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세종시 정책이 바뀌는 등 부침이 심했다”면서 “2등 전략을 포기하고 큰 인물을 만들자는 논리가 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나라당 독주에 대한 견제 심리를 자극하는 데 주력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15년간 이 지역 자치단체장을 독점해 도정이 견제가 없었고, 경북 출신 대통령이 등장한 뒤 4대강 공사 수주 등에서 경남 기업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소외론’이 컸다”며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는 지역주민들의 바람이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국민일보 5/25)

 

내 생각엔 위 기사는 안 후보에 대한 분석은 정확한 것 같다. 말하자면 그는 충청도식 지역주의를 자극한 것이다. 어차피 한나라당 빼고는 다 세종시 원안 사수를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선진당과 차별화하려면 그 동안 김종필로부터 이어져 내려와 지역 토호당을 자임했던 선진당의 약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하지만 김두관에 대한 분석은 뭔가 부족하다. 한나라당 독주 견제 심리 자극은 김두관 뿐만 아니라 모든 야당 후보들이 노린 바인데, 왜 김두관에게만 통하나? 오히려 그가 진정 '노무현의 길'을 걸은게 주효했다고 봐야 한다. 바보소리 들으면서도 연거푸 부산에 출마하던 그 뚝심(?)!! 지난 몇 차례 총선에서도 김두관은 이 지역에 출마해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그래도 또 나왔다. 그게 지역주의 타파든 뭐든 간에 한나라당 텃밭인 이 지역에서 그 정도의 뚝심을 밀어붙인데 대한 지역민들의 보답(?)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보자면 유시민도 이번에 카메라 몇번 더 잡히겠다고 수도권으로 올라갈 게 아니라, 스스로 약속한대로 대구시장 선거에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방물장수 기질을 못 버리고 또 카메라를 쫓아갔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                     *                     *

 

 

어쨌든 그건 그렇고, 민주당의 북풍 맞공세는 아무래도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 같다. 다음 기사가 현재 민주당이 똥줄타는 모습을 잘 표현한 것 같은데, (<2002 연평해전, 2010 천안함 ... 한나라당 두 얼굴>(프레시안)) 사실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이런식의 '안보무능정권'이란 공세가 한나라당에 타격을 줄 것 같진 않다. 왜냐면 기본적으로 '안보'라는 키워드는 보수파의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계속 천안함 사태에 맞대응 하겠다고 '안보'키워드를 꺼내면 꺼낼수록 선거 전략은 어그러질 것이다. 처음부터 이들에게 선거기조가 있었는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어쨌든 무상급식 열풍 이후 나름 급식과 보육을 중심에 놓고 복지를 강화하는 것에 선거전의 키포인트를 잡아왔다. 그런데 '우리가 더 안보 잘 한다'는 식으로 가면, 한나라당은 그것에 맞대응 하기 위해서 강경대응에 더 목소리를 키울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번 선거에서 천안함 사태와 '안보'는 완벽한 블랙홀이다.

 

그렇다고 북풍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야당이 처한 곤란한 상황이다. 지금과 같이 남북간에 벌어지는 치킨게임을 최소한 '보류'라도 시킬 수 있는 논리는 거대 양당 모두가 목소리를 높이듯이 '안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평화'의 논리에 있는 것인데, 누구도 이를 '전쟁 날 것 같다'는 불확실한 공포에 사로잡힌 대중 정서를 붙잡을 수 있도록 여론지형 상에 실물화시키지 못한 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진보신당은 또 안습이 되어버렸다. 반MB와 선을 긋고 독자행보를 해 나가려는데 천안함 사태때문에 이른바 '범야권'이 벌여놓은 비상시국회의라는 판에 또 들어가지 않을 수 없으니 말이다. 여기에서도 진보신당의 기조 중 하나인 '평화'의 내용이 잘 드러나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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