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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26
    지방선거 정국에 대한 메모
    구르는돌
  2. 2010/02/06
    '무상급식연대'에 대한 한 우려(4)
    구르는돌

지방선거 정국에 대한 메모

 

 

<반MB연대, 거품 빠지나?> (레디앙)

 

사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유시민의 지지율이 김문수를 앞지르는 걸 보고 유시민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경기도지사 토론회에 나와서 하는 걸 봐도 그 쪽에 승산이 있다고 보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미운놈에게 쓸데없는 기대를 좀 걸어봤건만 이건 뭐 삼일천하도 아니고...

 

위의 레디앙 기사에서도 보이듯이 소위 유시민효과, 노풍 따위는 기력이 소진한 것 같다. 언론에서 주구장창 때려대는 통에 나도 잠시 혹했는데, 하지만 생각해보면 실제 유시민효과라는 것이 존재하기나 했었는지 의문이다. 김진표와 단일화 성사 이후 반짝 반등 하면서 다른 지역 친노 후보들도 동반상승 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걸 무슨 대단한 흐름이라고 볼 수 없을 것 같다. 한명숙도 검찰 조사 결과 무죄로 나온 이후 한 차례 오세훈을 지지율로 앞선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때 뿐이었다. 검찰 조사 무죄, 0.06%차이의 단일화 승리. 이런 류의 소소한 이벤트의 생명력은 그리 오래 갈 수 없는 것. 아무래도 내가 잠시 혹했던 유시민의 말빨 개인기도 전체 판세를 뒤집기에는 아나쑥덕일 뿐인듯 하다.

 

이게 야당들에서 항변을 할 법한 '북풍효과'냐 하면, 위 기사가 말해주듯이 별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김문수의 지지율은 여전히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유시민의 지지율만 떨어진 것. 한명숙도 마찬가지.

 

그러나 주목해 볼 것은 유시민과 함께 지지율이 상승했던 충남의 안희정과 경남의 김두관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점이다. 최근엔 2위 후보와 10%이상 격차를 내기도 했다. 유시민, 한명숙에겐 없지만 이들에게 있는 것은 무엇일까? 기사에 따르면 이 둘은 해당 지역의 밑바닥 민심을 자극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안 후보 캠프는 ‘충남을 대표하는 전국적인 지도자를 키워야 한다’는 호소가 먹히고 있다고 말한다.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25일 “영남과 호남이라는 큰 세력 사이에서 2인자 전략을 추구해 왔기 때문에 충청은 항상 3등밖에 할 수 없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세종시 정책이 바뀌는 등 부침이 심했다”면서 “2등 전략을 포기하고 큰 인물을 만들자는 논리가 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나라당 독주에 대한 견제 심리를 자극하는 데 주력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15년간 이 지역 자치단체장을 독점해 도정이 견제가 없었고, 경북 출신 대통령이 등장한 뒤 4대강 공사 수주 등에서 경남 기업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소외론’이 컸다”며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는 지역주민들의 바람이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국민일보 5/25)

 

내 생각엔 위 기사는 안 후보에 대한 분석은 정확한 것 같다. 말하자면 그는 충청도식 지역주의를 자극한 것이다. 어차피 한나라당 빼고는 다 세종시 원안 사수를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선진당과 차별화하려면 그 동안 김종필로부터 이어져 내려와 지역 토호당을 자임했던 선진당의 약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하지만 김두관에 대한 분석은 뭔가 부족하다. 한나라당 독주 견제 심리 자극은 김두관 뿐만 아니라 모든 야당 후보들이 노린 바인데, 왜 김두관에게만 통하나? 오히려 그가 진정 '노무현의 길'을 걸은게 주효했다고 봐야 한다. 바보소리 들으면서도 연거푸 부산에 출마하던 그 뚝심(?)!! 지난 몇 차례 총선에서도 김두관은 이 지역에 출마해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그래도 또 나왔다. 그게 지역주의 타파든 뭐든 간에 한나라당 텃밭인 이 지역에서 그 정도의 뚝심을 밀어붙인데 대한 지역민들의 보답(?)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보자면 유시민도 이번에 카메라 몇번 더 잡히겠다고 수도권으로 올라갈 게 아니라, 스스로 약속한대로 대구시장 선거에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방물장수 기질을 못 버리고 또 카메라를 쫓아갔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                     *                     *

 

 

어쨌든 그건 그렇고, 민주당의 북풍 맞공세는 아무래도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 같다. 다음 기사가 현재 민주당이 똥줄타는 모습을 잘 표현한 것 같은데, (<2002 연평해전, 2010 천안함 ... 한나라당 두 얼굴>(프레시안)) 사실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이런식의 '안보무능정권'이란 공세가 한나라당에 타격을 줄 것 같진 않다. 왜냐면 기본적으로 '안보'라는 키워드는 보수파의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계속 천안함 사태에 맞대응 하겠다고 '안보'키워드를 꺼내면 꺼낼수록 선거 전략은 어그러질 것이다. 처음부터 이들에게 선거기조가 있었는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어쨌든 무상급식 열풍 이후 나름 급식과 보육을 중심에 놓고 복지를 강화하는 것에 선거전의 키포인트를 잡아왔다. 그런데 '우리가 더 안보 잘 한다'는 식으로 가면, 한나라당은 그것에 맞대응 하기 위해서 강경대응에 더 목소리를 키울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번 선거에서 천안함 사태와 '안보'는 완벽한 블랙홀이다.

 

그렇다고 북풍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야당이 처한 곤란한 상황이다. 지금과 같이 남북간에 벌어지는 치킨게임을 최소한 '보류'라도 시킬 수 있는 논리는 거대 양당 모두가 목소리를 높이듯이 '안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평화'의 논리에 있는 것인데, 누구도 이를 '전쟁 날 것 같다'는 불확실한 공포에 사로잡힌 대중 정서를 붙잡을 수 있도록 여론지형 상에 실물화시키지 못한 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진보신당은 또 안습이 되어버렸다. 반MB와 선을 긋고 독자행보를 해 나가려는데 천안함 사태때문에 이른바 '범야권'이 벌여놓은 비상시국회의라는 판에 또 들어가지 않을 수 없으니 말이다. 여기에서도 진보신당의 기조 중 하나인 '평화'의 내용이 잘 드러나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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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연대'에 대한 한 우려

'무상급식연대'에 대한 한 우려

 

- 이명박에겐 없지만 박근혜에겐 있는 것을 생각하자 -

 

 

 

 

이명박에겐 없는 것

 

대략 2000년 이후, 정치인이 특정 이념을 내걸고 나서는 것은 매우 촌스러운 짓이 되어버렸다. 대신 모든 정치적 가치, 이념은 '경제'라는 지상명제에 왕좌를 내주고 말았다.

 

그런면에서 이명박은 꽤 세련된 존재다. 굳이 비유하자면 그의 입장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고양이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인데, 그래서 경제라는 고양이를 잡기 위해 일견 그와 안어울리게 보이는 뉴딜이란 용어도 쓰고 케인지언이라는 정운찬도 총리 자리에 앉혔다.

 

그러나 이념도 이념 나름이다. 정치인은 학자가 아니니 보수주의니 근본주의니, 또는 자유주의니 사회민주주의니 하는 특정이념을 따라야 할 이유는 없지만, 대중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생각의 좌표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사실 그것도 굳이 이름 붙이자면 이념은 이념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전'이라 해야 맞겠지만...) 이것은 정권에 대한 지지기반을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작업인데, 이에는 타 정치세력의 동의를 얻어 광범위한 지배블록을 형성하는 것도 포함된다.

 

헌데, 그런면에서 보자면 이명박은 참 촌스럽다. 그는 입만 열면 '선진화'를 부르짓지만 여러모로 구린 면이 많다. '산업화, 민주화 그리고 선진화'라는 나름대로의 역사적 비전을 뽐내고 있긴 하지만, 이 비전에 대한 동의여부를 떠나 '선진화의 이명박식 실천방식'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존재한다. 말하자면 자기가 볼땐 흑묘백묘인지 몰라도 남이 볼 땐 아전인수라는 거다. 최근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수정안 반대 의원들을 향해 '보스따라 입장이 바뀐다'고 공격한 것은 전형적인 자기중심성의 발현, 즉 '내 생각만 선진화'라는 식의 주장이다. '선진화'야 말로 탈이데올로기 시대에 보수가 장기집권을 노리는데 가장 훌륭한 브랜드인데, 현 정권의 유딩스러운 자기중심성 때문에 이미지를 깎아먹고 여당의 분열마저도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에겐 있는 것

 

이 시점에서 박근혜에게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이 경제를 '짱'으로 여기는 데에는 '세련'됐지만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비전제시에는 촌스러운 반면, 박근혜에게는 이명박의 한계를 넘어설 뭔가가 있는 듯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친박이 현재 사실상 야당 노릇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종시 정국에서 수정안 반대파의 최고 골잡이는 누가 뭐래도 정세균이 아니라 박근혜다. 이로써 박근혜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수사의 민주당 독점권을 빼앗아 왔다. (지금부터는 나의 상상력이 최대한 발휘됨을 염두해 두시고...) 만약에 여기에 박근혜가 지방선거를 겨냥해 무상급식을 추진해 보겠다는 발언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사실 무상급식은 김문수와 경기도의회가 과도한 히스테리적 반응을 보여서 그렇지 그렇게 급진적인 공약도 아니다. 실제 다른 시도에선 실시하는 곳도 있고, 원희룡도 무상급식을 받아 안았다.

 

게다가 박근혜는 육영수의 핏줄인 만큼 자신을 '국모'의 이미지로 형성화할 강력한 자원이 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물론 박근혜가 자기 입으로 그런 소리를 하진 않겠지만, 만약 그런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이 어린아이들의 밥을 무상으로 챙겨준다? 내가 볼땐 박근혜로서 필승의 카드다. 심지어 박근혜는 지난해 박정희 전 대통령 30주기 행사 때 추모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의 궁극적인 꿈은 복지국가 건설이었습니다. 경제 성장을 위해 그토록 노력하셨지만, 경제 성장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이건 괜히 한번 해 본 소리가 아니다. 박근혜는 최근 자신의 키워드를 '복지'와 '행복'에 두고, 사회복지기본법 개정작업에 나섰다고 한다. (<'박근혜 복지법'나온다>, 매일경제, 09.12.30) 이로서 박근혜는 유신공주 이미지를 벗고 지역균형발전과 복지국가를 두 축으로 반MB전선의 수장이 될 준비를 끝내놓고 있다. (그래서 이번 세종시 논란에서는 박근혜가 지난번 미디어법 사태에서처럼 쉽게 물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무상급식은?

 

박근혜와 무상급식의 관계(??)에 대한 언급은 전적으로 내 상상의 결과물이다. 그렇지만 전혀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원희룡의 무상급식 공약 발언 이후, 노회찬은 적극적으로 '무상급식연대'를 제안했다. 그 동안 반MB전선의 '내용'을 강조해 온 진보신당으로서는 자연스러운 주장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원포인트 연대'가 진보신당으로서는 최악의 수가 될 수 있음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 이번 무상급식 논란은 어느 순간부터 문제의 본질인 보편적 복지/ 선별적 복지의 대립이라는 문제를 벗어나 정치인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해버렸다. 이 상황에서 무상급식 문제를 통해 진보적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은 매우 허망한 일이 될 것이다. 만약 '무상급식연대'가 성사된다고 한다면 노회찬은 무슨 근거로 서울시장 선거를 완주할 것인가?

 

논리전개를 위해 박근혜 얘기를 주로 했지만 진짜 문제는 박근혜가 아니다. 사실상 이미 무상급식은 진보정당만의 것이 아니다. 원희룡의 말대로 그것은 "따뜻한 보수"를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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