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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연대'에 대한 한 우려
- 이명박에겐 없지만 박근혜에겐 있는 것을 생각하자 -
이명박에겐 없는 것
대략 2000년 이후, 정치인이 특정 이념을 내걸고 나서는 것은 매우 촌스러운 짓이 되어버렸다. 대신 모든 정치적 가치, 이념은 '경제'라는 지상명제에 왕좌를 내주고 말았다.
그런면에서 이명박은 꽤 세련된 존재다. 굳이 비유하자면 그의 입장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고양이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인데, 그래서 경제라는 고양이를 잡기 위해 일견 그와 안어울리게 보이는 뉴딜이란 용어도 쓰고 케인지언이라는 정운찬도 총리 자리에 앉혔다.
그러나 이념도 이념 나름이다. 정치인은 학자가 아니니 보수주의니 근본주의니, 또는 자유주의니 사회민주주의니 하는 특정이념을 따라야 할 이유는 없지만, 대중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생각의 좌표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사실 그것도 굳이 이름 붙이자면 이념은 이념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전'이라 해야 맞겠지만...) 이것은 정권에 대한 지지기반을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작업인데, 이에는 타 정치세력의 동의를 얻어 광범위한 지배블록을 형성하는 것도 포함된다.
헌데, 그런면에서 보자면 이명박은 참 촌스럽다. 그는 입만 열면 '선진화'를 부르짓지만 여러모로 구린 면이 많다. '산업화, 민주화 그리고 선진화'라는 나름대로의 역사적 비전을 뽐내고 있긴 하지만, 이 비전에 대한 동의여부를 떠나 '선진화의 이명박식 실천방식'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존재한다. 말하자면 자기가 볼땐 흑묘백묘인지 몰라도 남이 볼 땐 아전인수라는 거다. 최근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수정안 반대 의원들을 향해 '보스따라 입장이 바뀐다'고 공격한 것은 전형적인 자기중심성의 발현, 즉 '내 생각만 선진화'라는 식의 주장이다. '선진화'야 말로 탈이데올로기 시대에 보수가 장기집권을 노리는데 가장 훌륭한 브랜드인데, 현 정권의 유딩스러운 자기중심성 때문에 이미지를 깎아먹고 여당의 분열마저도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에겐 있는 것
이 시점에서 박근혜에게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이 경제를 '짱'으로 여기는 데에는 '세련'됐지만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비전제시에는 촌스러운 반면, 박근혜에게는 이명박의 한계를 넘어설 뭔가가 있는 듯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친박이 현재 사실상 야당 노릇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종시 정국에서 수정안 반대파의 최고 골잡이는 누가 뭐래도 정세균이 아니라 박근혜다. 이로써 박근혜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수사의 민주당 독점권을 빼앗아 왔다. (지금부터는 나의 상상력이 최대한 발휘됨을 염두해 두시고...) 만약에 여기에 박근혜가 지방선거를 겨냥해 무상급식을 추진해 보겠다는 발언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사실 무상급식은 김문수와 경기도의회가 과도한 히스테리적 반응을 보여서 그렇지 그렇게 급진적인 공약도 아니다. 실제 다른 시도에선 실시하는 곳도 있고, 원희룡도 무상급식을 받아 안았다.
게다가 박근혜는 육영수의 핏줄인 만큼 자신을 '국모'의 이미지로 형성화할 강력한 자원이 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물론 박근혜가 자기 입으로 그런 소리를 하진 않겠지만, 만약 그런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이 어린아이들의 밥을 무상으로 챙겨준다? 내가 볼땐 박근혜로서 필승의 카드다. 심지어 박근혜는 지난해 박정희 전 대통령 30주기 행사 때 추모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의 궁극적인 꿈은 복지국가 건설이었습니다. 경제 성장을 위해 그토록 노력하셨지만, 경제 성장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이건 괜히 한번 해 본 소리가 아니다. 박근혜는 최근 자신의 키워드를 '복지'와 '행복'에 두고, 사회복지기본법 개정작업에 나섰다고 한다. (<'박근혜 복지법'나온다>, 매일경제, 09.12.30) 이로서 박근혜는 유신공주 이미지를 벗고 지역균형발전과 복지국가를 두 축으로 반MB전선의 수장이 될 준비를 끝내놓고 있다. (그래서 이번 세종시 논란에서는 박근혜가 지난번 미디어법 사태에서처럼 쉽게 물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무상급식은?
박근혜와 무상급식의 관계(??)에 대한 언급은 전적으로 내 상상의 결과물이다. 그렇지만 전혀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원희룡의 무상급식 공약 발언 이후, 노회찬은 적극적으로 '무상급식연대'를 제안했다. 그 동안 반MB전선의 '내용'을 강조해 온 진보신당으로서는 자연스러운 주장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원포인트 연대'가 진보신당으로서는 최악의 수가 될 수 있음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 이번 무상급식 논란은 어느 순간부터 문제의 본질인 보편적 복지/ 선별적 복지의 대립이라는 문제를 벗어나 정치인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해버렸다. 이 상황에서 무상급식 문제를 통해 진보적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은 매우 허망한 일이 될 것이다. 만약 '무상급식연대'가 성사된다고 한다면 노회찬은 무슨 근거로 서울시장 선거를 완주할 것인가?
논리전개를 위해 박근혜 얘기를 주로 했지만 진짜 문제는 박근혜가 아니다. 사실상 이미 무상급식은 진보정당만의 것이 아니다. 원희룡의 말대로 그것은 "따뜻한 보수"를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한 동안 블로그 포스팅을 안했었는데, 또 손가락을 간지럽히는 소리를 들어서리... ㅋㅋㅋㅋ
요즘 밤늦은 알바로 너무 피곤해서 약국에 가서 레모나를 한 통 샀다.
근데 약국에 있던 TV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가관이다.
정운찬 총리 지명자가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 청문회 서면 답변으로 입장을 밝혔는데,
행정상 비효율의 문제가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단다.
난 세종시 문제에 딱히 관심은 없지만,
몇년 전부터 특별도시 만든다고 그 지역 땅값 폭등시켜 놓고,
게다가 그 지역 농민들한테 땅 뺏어서 그 지역 전체를 공사판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그 시작을 현 정부에서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쨌든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런면에서 정운찬이 이 문제를 좀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것 같아 재수없긴 한데...
그러나 내가 기가 막힌 것은 이어지는 민주당의 논평이었다.
행정도시 건설은 박정희 정권 때부터 논의되었던 어쩌구 저쩌구 하더니만...
결국 한다는 소리가 정운찬이 이딴 식으로 나오면 정치적 야합이라는 거다.
난 순간 좀 어리둥절 했는데,
정치밥을 몇년 처드신 이양반들이 혹시 야합이라는 말의 뜻을 모르나 싶었다.
야합은 서로 다른 편인데, 사적인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려고 행하는 불순한 행위... 뭐 이런 거 아닌가?
근데 정운찬의 이 발언에서 뭐가 야합이라는 거지?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는 것은 온 세상이 다 아는 얘기고,
거기에 총리로 지명된 사람이 비슷한 견해를 밝혔는데...??
혹시 민주당은 아직도 정운찬이 자기들 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지하철 가판대에서 파는 일요신문 따위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정운찬이 "머리는 한나라당쪽인데, 가슴은 민주당쪽"이라는 말을 믿고
정운찬의 가슴에 기대나?
얘네들 아직도 옛 짝사랑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이렇게 진상짓을 하고 있으니,
세종시며 4대강이며 참 깝깝하기만 하다.
어제 명박이가 공중파는 물론 케이블TV까지 접수를 해서는 '국민과의 대화', 아니 '국민에 대한 협박'을 했다. 그건 분명 협박이다. 공기업 선진화 협박, 그린벨트 해제 협박, 비정규직 협박(정규직 전환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주겠다고 말했다던데, 이제 그런말 한번 더 들으면 귀에 딱지 생기겠다.)...
그리고 바로 그 전날, 나는 우연히 진보신당 홈페이지에 갔다가 경악할 만한 게시물을 보았다. 사복경찰이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길가에서 괴한도 아닌 (아, 그쯤 되면 괴한보다 더 하다고 해야겠지...) 인근 지역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 조계사를 지키고 있던 3명의 안티이명박 회원에게 칼부림을 했다고...
내가 본 게시판의 글은 너무 단편적인 내용을 급박하게 올린 것이라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어 네이버를 뒤져보기로 했다. 이 정도 기사라면 언론에게 있어서는 대박 특종감이라고, 나는 너무 순진하게도 믿어버렸다.
나는 당연히, 이 정도 사건이면 네이버 초기화면 뉴스란에 뜰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아니 근데, 바로 어제까지 네이버 초기화면을 장악한 것은 정부의 종교차별 논란, 환율과 주가하락 문제 정도였다. 나는 그래도 믿었다. "초기화면에 안 뜨더라도 기사 검색하면 좀 나오겠지." 그런데 이게 왠걸... 내가 "조계사 테러"라고 검색하니까 나오는 뉴스들 중 가장 최근 것이 9월 7일 기사더라.
저녁에 집에 들어와서 다시 인터넷에 들어가 봤다. 참세상에는 해당 기사가 메인으로 떴고, 민중의 소리에도 뜬 것 같다. 그러면 일간지들은 어떠한가? 그 때까지 관련 내용 보도한 주요 언론은 경향, 한겨레, 뉴시스 정도였다. 조중동이야 기대도 안했지만 이거 너무 한 거 아닌가? 아마 안티이명박 카페 회원이 돌맹이 하나만 집어 던졌어도 대서특필 했을 것이 분명한 이 썩을 언론들이 시민들이 칼부림을 당하는데도 기사 한 줄 안써주다니...
옛날에 임금님 행차하실 때에는 더러운 것, 보기 싫은 것, 추한 것들은 다 치우고 입 밖으로도 발설하지 말라고 했던가? 이명박이 방송을 싸그리 장악해 국민에 대한 협박을 하기 바로 전날 이런 일이 일어났고, 이에 대해 주류 언론 어느곳에서도 기사 한줄 안 써보냈다는 것에 모종의 커넥션을 생각하지 않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언론은 들어라. 니들 좋아하는데로, 특종을 좀 찾아다녀라.
이 정도면 대박 특종이다. 언론은 제발 독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특종을 보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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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P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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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연대'가 성사된 지평 위에서 노회찬이 보편적 복지/선별적 복지의 대립이라는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는 없는 것일까요?부가 정보
구르는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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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대가 맞는 순서 아닐까요? 보편적 복지라는 프레임을 만들지 않고서는 무상급식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해요.부가 정보
NeoP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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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부가 정보
들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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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급식하겠다고 내건 상황에선 굳이 노회찬씨를 따로 눈여겨볼까 싶기도 하고, 노회찬씨로선 '진보=외곬수'라는 '유권자-국민'들의 선입견을 이런 유연한 행보로 일단 무력화면서 네오풀님 말씀마따나 결정적 국면에서 자신의 차별성을 드러낼 심산이라 볼 수도 있겠는데,,이럴 경우엔 설사 의도대로 가더라도 노회찬씨의 정치적 색깔이 어느새 옅어질 공산이 크잖을까 싶긴 하네요.. 여하간 잘 읽었슴다^^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