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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9/08/19
    김수환, 노무현, 김대중... 그속에 우리는??(4)
    구르는돌
  2. 2009/06/16
    백기완 선생님의 <장산곶매 이야기>(2)
    구르는돌

김수환, 노무현, 김대중... 그속에 우리는??

올해 들어서 안타까운 죽음이 너무나 많다. 용산참사로 희생되신 분들의 경우가 가장 가슴이 아프지만, 이 나라의 거목들이 줄줄이 스러지는 것도 용산의 경우만큼은 아니어도 가슴이 쓰리긴 마찬가지다. 김수환, 노무현, 김대중. 올 해 들어 세명의 거목들이 스러졌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을 제외한 두 사람은 내 인생 자체와 별 상관이 없던 사람이긴 하지만, 요즘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이 세 사람이 세트로 연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몇 달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묻지마 추모'열기에 거품무는 글을 쓴 적이 있긴 하지만, 나도 개인적으로는 그의 죽음이 안타깝다. 그래도 한 시대를 풍미했고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우리'(??)를 '대표'(??)했던 이였는데, 그런 감정이 조금이라도 안 든다면 이상할 것이다.

 

그런데 그 때 노 전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정치인으로서 상상해 볼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해서 너도 나도 충격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이번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는 그 때의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임기 당시에도 '그 노인네 임기만 채우면 다행'이라고 걱정 아닌 걱정을 하던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분위기가 덤덤 한 것 같다. 물론 나 또한 그렇다.

 

이렇게 '뜻하지 않게' 차분한 분위기 때문인지 좀 딴 생각이 든다. 김수환 추기경 때도 그렇고, 노 대통령때도 그렇고 소위 '좌파'라는 사람들은 (물론 나도 그랬지만) 참 냉소적이었다. 물론 게 나쁜 건 아니다. 5년 내내 그의 정책이 맘에 안들었는데 죽었다고 "그는 훌륭한 사람이었습니다"라는 맘에도 없는 고백을 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런 면에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참 솔직하고 당당한 사람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어느 누가 죽어도 그럴 것 같다는 거다. 물론 좌파에게는 '열사'가 있긴 하지만 '열사'의 영정 앞에서 오열하는 것은 희생된 자에게 느끼는 연민과 고통이지, 일부 사람들이 노무현과 김대중의 영정 앞에서 드러냈던 것과 같은 '존경'과는 사뭇 다른 것일테다. 사회적으로 명성이 난 어떤 이가 이승을 떠나도 그렇게 '쿨'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는 원래 나쁜 놈이었으니까 당연하다고 말하기에는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 왜냐면 그런말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좌파'가 존경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니까...

 

사실 이건 좀 비극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가 다 같이 보고 배울 만한 '스승'이 없다는 거.... 내가 아직 한 세기로 따지면 1/4분기 정도밖에 안 살아서 잘은 모르지만 좌파가 다 같이 존경하는 그런 스승이 아직은 없는 것 같다. 전태일 열사 정도가 있으려나? 김진균 교수 돌아가셨을때는 어떤 분위기였을지 세삼 궁금해 진다.

 

그리고... 이런 얘기 미리 하는 건 완전 무례한 말인 거 알지만, 백기완 선생님이 돌아가신다면 좀 많이 슬플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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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선생님의 <장산곶매 이야기>

오늘 낮에 잠깐 아트앤스터디에서 무료강좌로 제공하는 백기완 선생님의 <장산곶매 이야기> 강의를 들었다. 언젠가 학교앞, 지금은 철거된 로터리 앞을 지날 때, 우연히 까만 한복 정장(?)을 입고 지나가는 그 분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 때도 느낀 거지만 백 선생님은 여기저기 깊이 패인 주름들 사이로 왠지 불기운 같은게 느껴지는 사람이다.

 

아닌게 아니라, 정말 오늘 들은 강연에서도 점잖게 얘기하다가 잡자기 불호령같은 목소리를 질러대신다. 가히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

 

이 강연은 그야말로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 전해주는 시간이었다. 백기완 선생님도 장산곶매 설화를 어렸을 때 할머니를 통해 들었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구전설화'인 것이다. 일전에 대충 줏어들은게 있어서 장산곶매에 대해서는 대강 알고 있기는 했지만, 구월산 마을 사람들을 돕는 것부터 시작해서 중원의 천자와도 맞섰던 장산곶매의 이야기의 스펙터클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었다.

 

그런데 강의를 듣다가 갑자기 내가 찌그러드는 기분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장산곶매는 수리라는 적과 싸움에 나가기 전에 자신의 둥지를 부순다. 결연한 싸움에 나서는데 두고가는 미련때문에 망설여지지 않기 위해서. 그런데 이 때 둥지를 부수는 매의 부리 쪼는 소리가 온 마을에 울려퍼지는데, 마을사람들도 함께 둥지를 부순다고 한다. (사람들이 둥지를 부순다는 게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지는 설명을 안 해 주셨다.)

 

그리곤 장산곶매는 날카롭게 솟은 발톱으로 둥지터를 박차고 날아, 작두같은 날개를 편다. 미련없이 싸운다.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버릴 수 있는 존재인지. 장산곶매처럼 둥지를 박차고 오를 '준비'라도 되어 있는지... 나는 이미 한번 그 기회를 날려버리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그 다음은 가능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미치자 갑자기 몸이 바르르 하고 움츠러 들었다.

 

갑자기 밀려온 부끄러움 때문에 대낮부터 소금기 낀 액체가 얼굴에 번질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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