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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노무현, 김대중... 그속에 우리는??

올해 들어서 안타까운 죽음이 너무나 많다. 용산참사로 희생되신 분들의 경우가 가장 가슴이 아프지만, 이 나라의 거목들이 줄줄이 스러지는 것도 용산의 경우만큼은 아니어도 가슴이 쓰리긴 마찬가지다. 김수환, 노무현, 김대중. 올 해 들어 세명의 거목들이 스러졌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을 제외한 두 사람은 내 인생 자체와 별 상관이 없던 사람이긴 하지만, 요즘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이 세 사람이 세트로 연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몇 달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묻지마 추모'열기에 거품무는 글을 쓴 적이 있긴 하지만, 나도 개인적으로는 그의 죽음이 안타깝다. 그래도 한 시대를 풍미했고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우리'(??)를 '대표'(??)했던 이였는데, 그런 감정이 조금이라도 안 든다면 이상할 것이다.

 

그런데 그 때 노 전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정치인으로서 상상해 볼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해서 너도 나도 충격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이번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는 그 때의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임기 당시에도 '그 노인네 임기만 채우면 다행'이라고 걱정 아닌 걱정을 하던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분위기가 덤덤 한 것 같다. 물론 나 또한 그렇다.

 

이렇게 '뜻하지 않게' 차분한 분위기 때문인지 좀 딴 생각이 든다. 김수환 추기경 때도 그렇고, 노 대통령때도 그렇고 소위 '좌파'라는 사람들은 (물론 나도 그랬지만) 참 냉소적이었다. 물론 게 나쁜 건 아니다. 5년 내내 그의 정책이 맘에 안들었는데 죽었다고 "그는 훌륭한 사람이었습니다"라는 맘에도 없는 고백을 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런 면에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참 솔직하고 당당한 사람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어느 누가 죽어도 그럴 것 같다는 거다. 물론 좌파에게는 '열사'가 있긴 하지만 '열사'의 영정 앞에서 오열하는 것은 희생된 자에게 느끼는 연민과 고통이지, 일부 사람들이 노무현과 김대중의 영정 앞에서 드러냈던 것과 같은 '존경'과는 사뭇 다른 것일테다. 사회적으로 명성이 난 어떤 이가 이승을 떠나도 그렇게 '쿨'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는 원래 나쁜 놈이었으니까 당연하다고 말하기에는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 왜냐면 그런말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좌파'가 존경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니까...

 

사실 이건 좀 비극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가 다 같이 보고 배울 만한 '스승'이 없다는 거.... 내가 아직 한 세기로 따지면 1/4분기 정도밖에 안 살아서 잘은 모르지만 좌파가 다 같이 존경하는 그런 스승이 아직은 없는 것 같다. 전태일 열사 정도가 있으려나? 김진균 교수 돌아가셨을때는 어떤 분위기였을지 세삼 궁금해 진다.

 

그리고... 이런 얘기 미리 하는 건 완전 무례한 말인 거 알지만, 백기완 선생님이 돌아가신다면 좀 많이 슬플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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