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ss
- 구르는돌
- 2016
-
- 고병권, <살아가겠다> 발췌독.
- 구르는돌
- 2014
-
- 박재순, <다석 유영모> (현...(1)
- 구르는돌
- 2013
-
- 여왕의 교실 (2013.07.19)
- 구르는돌
- 2013
-
- 나부터 행복하고 보기. (201...
- 구르는돌
- 2013
한겨레21에 재미난 기사가 실렸다.
이런식으로 깔끔하게 한 인물의 다른 두 시기간의 대화를 구성해낸 정도면 기자가 얼마나 DJ의 저서를 열독했는지 눈에 선하다. 내가 사회복지학과를 입학하고 공부한 몇 안되는 사회복지관련 개념들 중에 제일 오랫동안 나를 (물론 나 뿐만은 아니겠지) 괴롭힌 주제는 바로 "생산적 복지"였다. DJ가 99년 전면에 내걸어 그의 '대중경제론'이 현실화되는 경로라고 여겨진 이 "생산적 복지"는 <민주주의와 함께 가는 시장경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달고 세상에 나왔다. 물론 <한국 사회복지 성격논쟁>에 참여한 일부 학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었듯이, 생산적 복지는 기든스가 제창한 제3의 길의 변종에 불과한 것이지만, 위 기사를 보면 그렇게 간단히 볼 문제도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뭔 소리냐 하면, 신자유주의가 안착화되기 시작한 90년대의 한국과 영국의 경우를 놓고 생각했을 때, 생산적 복지가 갖는 정책적 위상은 어쩔 수 없이 한계적인 것이긴 하지만, 그것이 갖는 '역사적 함의'는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뭐 내가 직접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가 71년 대선에서 처음 세상에 발표한 대중경제론은 그 당시 관점에서는 매우 급진적인 사상을 담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또 따지고 들자면 이광일 교수가 평가하듯이, 그것도 케인즈주의적 국가개입이 어느정도 관철될 수 있는 자본주의 호황기에나 내놓을 수 있는 경제플랜일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의 체계적인 담론을 당시 척박한 남한 땅의 지식 풍토 속에서 일궈 낼 수 있었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덤으로 대중경제론을 작성하는데 박현채 선생을 비롯한 당대 최고의 브레인이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간 믿음이 가기도 한다.)
그런데, 이 대중 선생의 대중경제론이 '대중참여경제론'으로 이름을 바꿔 재출간되는 시점과 맞물려 어쩜 이렇게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걸맞는 이론이 될 수 있었을까? 물론 (세번째로 나오는 '물론'이다 ㅋㅋㅋ) DJ정권 당시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태동 교수의 증언처럼 97년 말 당시는 IMF를 등에 업은 미국 재무부 차관보가 유력 대선 후보 3명을 면접을 보고 협박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아서 울며겨자먹기로 IMF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도 있다. (프레시안 관련기사 보기) 하지만 그렇게 구렁이 담넘어가듯이 DJ선생을 평가하기에는 그의 사상적 변화가 뚜렷해 보인다
DJ선생은 90년대에 앨빈 토플러의 <제3의물결>을 읽고 뿅 가셨단다. <제3의 물결>이 무엇인가? 정보화 혁명의 도래를 이야기하며 이에 걸맞는 유목적 인간으로 재탄생 할 것을 종용한 책 아닌가? 그런 주장에 동감했던 그가 IMF의 요구를 억울하게 받아들였을까, 아니면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했을까?
어찌되었든 간에 DJ의 사상적 변화는 남한 재야인사의 정치적 위상 변화와 함께 시장주의가 내면화된 여정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도 장날 엿장수들마냥 DJ의 유훈이랍시고 '민주대연합론'을 부르짖는 이들이 있는 걸 보면 DJ노믹스에 대한 제대로된 평가가 이루어지려면 한 10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 * *
그래서 선택한 내 9월 독서목록
1. 민족경제와 민족운동 (박현채 저, 창비, 1988)
2. 대중참여경제론 (김대중 저, 산하, 1997)
댓글 목록
순이
관리 메뉴
본문
링크하신 한겨레 기사가 너무 재미있어요. 민족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접합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졌어요. 9월의 독서 목록도 땡기고요(책 제목에 오타인듯??) 경제 관련 책은 읽기 전에 두려움이 좀 있지만, 조금이라도 읽어보고 싶네요.부가 정보
마리화나
관리 메뉴
본문
오호 ... 실로 흥미로운 기사네요. 그나저나 <제3의 물결> 읽고 뿅 가신 분들이 꽤 많은 것 같군요. ^^부가 정보